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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현금화팀' 운영은?…카톡 출근보고에 매일 '느낀 점' 내라

등록 2016-05-04 08:23:42   최종수정 2016-12-28 17: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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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패션·유통기업 이랜드가 직원 퇴사를 유도하는 전담팀인 '재고현금화팀'을 운영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뉴시스가 입수한 이랜드 그룹의 내부 문건을 보면 재고현금화팀의 운영목표는 '현장에서 재고 판매로(매출을 올려서) 이익을 증가시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재고 물품을 판매하는 전담 부서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 팀의 운영방식이다. 직원 개인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하는 시스템인 것.

 이 팀에 발령이 난 직원은 혼자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받아 검수하고, 매장을 잡고,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고 판매하고, 매출을 집계하고, 일일 보고까지 해야 한다. 이 팀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말도 안 되고, 가능하지도 않은 업무를 맡겨 퇴사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실제로 이 팀의 운영문건을 보면 근무 현장을 '본매장이 아닌 재고현금화 특판장 판매공간'으로 명시했다. 직원 역할은 '판매공간에서 고객에게 직접 판매'라고 돼 있다.

 게다가 업무 자체가 '재고 물품' 처리이다 보니 판매하기 어려운 물품도 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특정 사이즈나 색깔만 남아 잘 팔리지 않는 물품을 떠안아 팔아야 하는 식이었다.

 4월 '2차 운영' 시작 이후부터는 근무와 업무에 대한 보고도 다소 모욕적인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랜드는 출근, 조퇴, 퇴근, 연차휴무 등을 일일 보고하라고 하면서도 중간 관리자와 담당자를 따로 두지 않았다. 출근 보고는 카카오톡 인증 사진으로 대체하고, 퇴근 보고는 매일 일정한 양식에 따라 제출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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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보고도 가혹했다. 이랜드는 '재고현금화 일일 피드백노트'라는 양식을 만들어 퇴근 시 보고하도록 했다.

 보고서는 ▲어떤 성과가 있었습니까 ▲(재고)소진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무엇을 실행했습니까 ▲실행 과정에서 무엇을 깨달았습니까 ▲내일 적용할 것은 무엇입니까 등의 항목으로 구성됐다.

 직원은 혼자 특판장을 열어 물건을 팔아야 하는 힘든 상황에서 매일 실적은 물론 느낀 점까지 보고해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보고서에 적는     내용은 매일 달라야 해서 직원에게 상당히 스트레스를 줬다.

 직원 B씨는 "매일 다른 내용으로 반성문을 쓰듯 보고서를 써야 했다"며 "사람을 미치게 한다. 보고서를 쓰면서 모욕감을 느낀 직원이 한둘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직원 C씨는 "재고현금화팀에 가면 철저하게 회사에서 배제하고 미션을 준다"며 "매일 매출 보고가 등급으로 매겨진다. 결국 저성과자라는 낙인을 찍어 내보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랜드 그룹 관계자는 "근태 관리의 일환으로 카톡 인증샷을 요구한 것 같다"며 "판매장 등 근무지를 찍어 보내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혼자 영업을 담당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그렇게 시켰겠느냐"며 "가장 효율적인 업무와 관리를 고민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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