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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라벨 붙이는 이랜드 평택 '재고현금화팀' 누가 가나?

등록 2016-05-11 07:00:00   최종수정 2016-12-28 17: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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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뉴시스】표주연 기자 = 이랜드가 유통 부문에서도 직원 퇴출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는 '재고현금화팀'을 운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랜드는 패션 부문에서 재고현금화팀이라는 상설조직을 통해 직원들에게 퇴직 압박(5월4일 뉴시스 <이랜드 '재고현금화팀' 운영 "혼자 재고 물건 팔든지, 퇴사해라">보도)을 가한 것뿐만 아니라 유통 부문에서도 같은 명칭의 팀을 운영하고 있었다.

 11일 이랜드 전현직 직원들에 따르면 이랜드는 수년 전부터 직원 40여 명을 경기 평택시 포승물류창고의 '재고현금화팀'으로 발령냈다. 패션 부문의 재고현금화팀과 이름은 같지만, 주 업무는 전혀 달랐다. 다만 운영 방식은 유통 부문의 그것보다 더욱 가혹했다.

 ◇어떤 직원이 재고현금화팀으로 가나

 누가 포승물류창고의 재고현금화팀으로 발령 나고 있을까. 이곳 직원들은 다양했다. 신입사원에 가까운 1년 차 직원부터 과장급 23년 차 직원까지 이곳으로 발령이 났다. 윗분에게 '찍힌' 직원이나 저성과자,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있었던 직원이 주로 이곳에 왔다고 한다.

 현재 포승물류창고의 이랜드 재고현금화팀에서는 직원 32명이 박스 라벨 붙이는 업무를 하고 있다. 갓 입사한 30대 직원이 두 명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40~50대 직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관리직 직원들이며, 원래 업무는 다양했다.

 각 점포를 관리하던 팀장, 본사에서 근무하던 직원, 지점에서 서비스교육을 담당했던 여직원, 매장 계산원 등 다양한 직원이 이곳에 보내졌다. 현재까지 이들은 대부분 편도 2~3시간이 넘는 거리를 통근하고 있다.

 이곳 직원들의 사례를 보자.

 K씨는 경력 공채로 이랜드에 입사해 호텔사업부에서 일하다 발령이 났다. 경력으로 입사한 지 1년여 만에 재고현금화팀으로 발령이 나 2년째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K씨는 서울 상암동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20년 차 직원 H씨는 킴스클럽 지점관리자였다 재고현금화팀으로 발령이 났고, G씨는 3년 전 재고현금화팀으로 발령이 난 뒤 한동안 경기 김포시에서 출퇴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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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사한 지 2년밖에 되지 않는 L씨의 경우 대졸자 공채를 통해 생산관리직으로 입사했다 재고현금화팀으로 발령이 난 케이스다. L씨는 외국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지 1년 만에 이곳에 왔다.  

 ◇"3개월 치 월급 받고 나가라"

 물류창고의 재고현금화팀에 배치된 직원 상당수는 스스로 그만두고 있다. 뉴시스 취재 결과 지난 3년간 이곳에서 업무를 하던 직원 중 5~6명이 사직서를 던졌다. 아예 업무를 시작하지 않고, 발령이 난 직후 그만둔 직원들까지 포함하면 퇴사하는 직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상보다 퇴사하는 비율이 높지 않은 이유에 관해 직원들은 "40~50대 직원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 쉽지 않은 중장년층 직원들의 경우 모욕적인 인사 배치를 받아도 쉽게 회사를 떠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이랜드는 이들을 상대로 6개월에 한 번씩 인사위원회를 열어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성과평가를 하는데 재고현금화팀 직원들은 대부분 'C등급'을 받는다고 한다. 이때 인사팀에서는 재고현금화팀 직원에게 선택지를 준다. 3개월치 월급을 받고 퇴사하든지. 6개월 동안 월급의 60%를 받고 퇴사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거부하면 재고현금화팀에 남아야 한다.

 물론 재고현금화팀에 있다 원래 부서로 복귀한 사례도 없지 않다. 6개월에 한 번씩 진행하는 인사에서 2~3명은 돌아간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곳 직원들은 "퇴출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사실에 대해 면피도 하고, 선전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직원 H씨는 "대부분 직원이 이곳으로 발령이 나면 나가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직원을 내보내려면 희망퇴직 등의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H씨는 "이랜드가 참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며 수년을 일해왔는데 점점 변질하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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