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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무리수'…"협박·감금·직인 도용까지"

등록 2016-05-18 07:00:00   최종수정 2016-12-28 17: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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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1. 5월2일 오후 6시, 인천항만공사 노동조합 사무실이 시끄러웠다. 팀장, 본부장 등 회사 간부 10여 명이 노조 사무실에 들이닥친 것. 이들은 성과연봉제 도입 합의를 요구하며 이현 노조위원장의 퇴근을 막았다. 성과연봉제 도입 합의문에 서명하라는 사 측과 거부하는 이 위원장의 대치는 5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노조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오후 11시30분께 이 위원장은 퇴근을 막는 사 측 간부들을 뿌리치고 사무실을 나섰다. 기가 막힌 일은 다음부터였다. 이 위원장이 끝내 성과연봉제 합의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자 노조 사무국장 A씨가 위원장 직인을 들고 노사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A씨는 도장을 찍은 직후 사직서를 내고 잠적했다. 인천항만공사는 이렇게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노조는 A씨가 사 측에 매수됐을 것으로 보고 회사와 A씨를 고소했다.

 #2. A발전회사 K 운영실장이 과장급 직원들을 소집했다. K 실장은 "성과연봉제가 시행되면 사업소 평가, 팀 평가에서 무조건 상위에 들어야 한다. 가위바위보를 하든지 사다리를 타든지 (한 팀에서)두 사람은 무조건 동의서를 쓰라"고 지시했다. K 실장은 "플랜B로(성과연봉제 도입이 안 되면) 가면 여기 계신 분들 봉급이 깎이는데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실장의 '특명'을 들은 과장급 직원들은 개별 직원들을 상대로 동의서를 받기 시작했다. 부서별로 받아야 하는 동의서 수량이 할당됐다. 이 과정에서 자재팀장은 여성직원의 목 왼쪽과 팔 부분을 수첩으로 때렸고, 동의서 작성을 거부하는 직원들에게는 지방으로 인사 이동시키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이렇게 하고도 이 회사는 직원 50% 이상 동의서를 받는 데 실패했다. 그러자 사 측은 이사회를 열어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성과연봉제 강력하게 주문하자 각 기관이 '무리수'를 두는 탓이다.

 18일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공공노련)에 따르면 16일 기준으로 120여 개 공공기관 중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정한 곳은 55곳이다. 이미 성과연봉제가 도입된 기관이 32개인 것을 고려하면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정한 기관은 23개에 불과한 셈이다.

 이중 노조원 과반수 동의를 얻지 않고 의사회에서 의결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은 13곳이다. 정상적인 노사합의를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정한 기관은 10곳으로 집계됐다.

 각 기관의 사례를 보면 LH는 4월29일 서울지역본부에서 이사회를 개최하려고 했지만, 노조가 반대하자 급하게 장소를 호텔로 옮겨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부산항만공사는 4월20일 항만위원회를 개최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시도했지만 노조 측 반대로 무산했다. 노조는 의결을 강행하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통보하며 맞섰다. 그러나 사 측은 4월28일 재차 항만위원회를 개최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수산자원관리공단은 이사장 지시로 성과연봉제 제도 도입을 위한 업무협의회를 개최했다. 회의는 14시간 동안 '감금'에 가까운 상황에서 지속했으며, 이 과정에서 사 측은 "해양수산부나 기획재정부에서 내려오는 불이익을 책임져라"고 압박하거나 대의원들에게 노조 활동을 할 수 없는 부서로 인사 발령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노사 합의에 최종 서명 권한을 가진 노조위원장이 자리에 없는 상태에서 사 측이 압박하자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까지 합의를 거부했다. 결국 사 측은 대의원들을 상대로 '노사합의서'에 사인을 받아내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정했다.  

 이외에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도 노조 찬반 투표에서 80.4%가 반대했으나 직원 76%에게 개별 동의서를 받아 성과연봉제 도입을 이사회 의결로 처리했다.

 산업은행의 경우 노조조합원 투표에서는 참여 조합원의 94.9%(1755명)가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이후 사 측은 직급, 부서, 이름 등을 적는 동의서를 직원들을 상대로 받기 시작했다. 노조측은 "사측이 동의서 작성을 강요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특이한 케이스로 기록됐다. 조합원 투표에선 반대가 62.7%로 나와 부결됐지만, 노조위원장이 회사 측과 단독으로 합의했다. 내부에서는 투표 결과에 따르지 않은 위원장에 대한 조합원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공노련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협박은 물론 감금, 직인 도용까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행태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워낙 강력하게 사 측을 압박하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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