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국제일반

'이슬람 혐오'에 맞서는 사람들

등록 2016-05-30 10:06:48   최종수정 2016-12-28 17:07:58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달리아 모가헤드가 지난 2월 미국의 비영리 지식 컨퍼런스 '테드'(TED)에서 '이슬라모포비아'(Islamophobia)에 맞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이슬라모포비아는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해 극도의 공포와 증오감을 느끼는 것을 뜻한다. 국제 테러 단체 알카에다가 벌인 2001년 9·11테러 이후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IS가 지난해 11월과 3월에 각각 프랑스 파리, 벨기에 브뤼셀에서 테러를 저지른 뒤 이슬람 혐오는 한층 악화됐다. 모가헤드의 강연 영상은 26일 기준 149만8000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 출처 = TED.com 캡처) 2016.05.26.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여전히 어떤 사람들은 이슬람이 폭력적인 종교라고 규정합니다.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극단주의 단체가 자신들의 믿음이 코란에 기반을 둔다고 주장하니까요. 그러나 IS가 16억 명의 신앙을 대표한다고 생각한다면, 결국 그 조직이 의도한대로 움직이는 꼴밖에 되지 않을 거예요."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달리아 모가헤드는 지난 2월 미국의 비영리 지식 컨퍼런스 '테드'(TED)에서 "테러 단체 IS와 이슬람과의 관계는 '쿠 클럭스 클랜'(KKK)과 기독교 만큼이나 관련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에 사는 평범한 이집트계 무슬림인 모가헤드는  '이슬라모포비아'(Islamophobia)에 맞섰던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그의 강연 영상은 26일 기준 149만8000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슬라모포비아는 '이슬람'(Islam)과 '공포증'(Phobia)을 합친 단어로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해 극도의 공포와 증오감을 느끼는 것을 뜻한다. 국제 테러 단체 알카에다가 벌인 2001년 9·11테러 이후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IS가 지난해 11월과 3월에 각각 프랑스 파리, 벨기에 브뤼셀에서 테러를 저지른 뒤 이슬람 혐오는 한층 악화됐다.

 정치권도 이슬람 혐오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선거 유세 도중 알카에다가 기획한 9·11테러와 같은 참사를 막으려면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1월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록힐 유세장에서 히잡을 쓰고 침묵 시위를 벌이던 무슬림 여성을 밖으로 내쫓아 비판을 받았다. 영국의 무슬림 인권 단체 IHRC는 지난 3월 런던에서 이슬람 증오 행위를 풍자하는 '이슬라모포비아 시상식'을 열고 트럼프를 수상자로 발표했다.

associate_pic
【워싱턴=AP/뉴시스】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7일(현지시간) "무슬림이 미국에 입국하는 것을 완전히 봉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3일 워싱턴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2015.12.08
 이슬람 혐오는 증오 범죄로 이어졌다. 파리 테러가 일어났던 지난해 프랑스에서는 이슬람 증오 범죄가 429건 발생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지난 1월 가톨릭계 일간지 라 크루아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발생한 무슬림 증오 범죄는 2014년보다 3배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무슬림 인권활동가는 지난 17일 이란 프레스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이라는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무슬림 15%가 물리적인 공격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특히 무슬림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가리기 위해 쓰는 '히잡'은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증오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 지난 4월 벨기에 브뤼셀 말베이크에서는 히잡을 쓰고 이슬람 반대 시위 현장 근처를 지나던 무슬림 여성이 고의적인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 흰색 아우디 A1 차량이 경찰 바리케이드를 무너뜨리고 길을 건너던 여성에게 돌진한 것이다. 이 여성은 차량 본네트 위에 떨어졌다가 도로로 굴러떨어졌다. 아우디 차량은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 돌진해 여성의 다리를 치고 지나갔다.

 지난 14일 미국에서는 무슬림 여성이 쓰고 있던 히잡을 강제로 벗긴 30대 남성에게 유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뉴멕시코주로 향하던 비행기에서 무슬림 여성의 히잡을 벗긴 길 파커 페인이 고의적으로 타인의 종교 자유를 침해했다고 인정했다. 페인은 기내에서 무슬림 여성을 발견하고 다짜고짜 "여기는 미국"이라고 위협한 뒤 히잡을 벗긴 혐의로 기소됐다.

associate_pic
【플라노(텍사스 주)=AP/뉴시스】 미국 텍사스주(州) 플라노에 거주하는 8살된 소피아 야시니라는 이름의 여자아이(오른쪽)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발언에 대한 뉴스를 보고는 현관문을 굳게 닫아 걸었다. 그리고는 바비인형 2개와, 피넛버터 한 통, 치약 한 통 등을 넣어 가방을 하나 꾸렸다. 또한 추위에 대비해서 부츠도 하나 챙겼다. 트럼프의 발언에 겁을 먹고 미국에서 도망치기 위해서다. 2015.12.15.
 최근 무슬림 사이에서는 무차별적으로 가해지는 공격에 공포와 두려움이 아닌 용기로 맞서자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모든 무슬림을 잠재적인 '용의자'(suspect)로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모가헤드는 TED강연에서 "차라리 심문하는 것은 괜찮다. 나는 질문을 좋아한다. 내가 참기 힘든 것은 무슬림을 용의자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사람들은 우리를 '종양'이라고 규정하고 우리가 악성이냐 양성이냐만 묻는다. 악성 종양은 완전히 제거해야 하는 것이고 양성 종양은 감시 하에 그냥 둬도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선택지들은 타당하지 않다. 질문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무슬림종교위원회(FCMF)는 지난 16일 르 부르제에서 제33회 컨퍼런스를 열고 프랑스 내 이슬람 혐오 현상과 이슬람 종교 시설·무슬림을 겨냥한 증오 범죄가 증가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아흐메트 오그라스 FCMF 부회장은 "우리는 프랑스에 살고 있는 무슬림으로, 역시 이 사회의 일부를 구성하는 사람들"이라며 "우리의 의견을 표현하고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목소리를 냄으로써 무슬림을 대표하는 힘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두려움에 맞서 무슬림 여성을 보호하자는 세미나와 호신술 수업이 열리기도 했다. 레바논 출신의 인권 활동가 미르나 하이다르는 영국 중동 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 공동체에 있는 많은 여성들이 신체적인 공격을 당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며 "많은 이들은 실제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경우 위험에 빠질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다르는 최근 몇달간 무슬림을 차별하는 행위가 부쩍 늘었고, 특히 히잡과 니캅을 쓴 여성이 공격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프랑스 명문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히잡 데이'(Hijab Day) 행사를 열고 스카프를 나눠주고 있다. 이들은 무슬림 여성에 대한 연대감을 나타내기 위해 히잡 데이 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마뉘엘 발스 총리가 일간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에서 대학 내 히잡 착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힌 지 일주일여 만이다. (사진 출처 = 트위터 @josephbamat) 2016.04.21.
 이슬람에 연대를 표하는 물결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 4월 프랑스 명문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학생들은 캠퍼스에서 '히잡 데이'(Hijab Day) 행사를 열고 무슬림에 대한 연대감을 나타냈다. 마뉘엘 발스 총리가 일간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에서 대학 내 히잡 착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힌 지 일주일 만의 일이었다. 히잡 데이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은 주최 측으로부터 머리 스카프를 받고 하루 동안 히잡을 체험했다. 히잡 데이 주최 조직은 페이스북에 "행사에 참여하면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는 무슬림 여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며 학생과 교직원에게 머리 스카프를 써볼 것을 권유했다.

 모가헤드는 이슬람에 대한 연대를 느꼈던 경험을 TED 강연에서 공유하며 이슬라모포비아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가족과 함께 찾은 모스크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맘(성직자)께서는 찾아오신 손님에게 감사와 환영의 인사를 건넸습니다. 왜냐하면 기독교도, 유대교도, 불교 신자, 무신론자 등 모든 종교인과 비종교인이 우리와 연대하기 위해 모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그 사람들은 공포와 편견이 아닌 용기와 연민을 선택했기에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지금과 같은 공포와 편견의 시대에 말입니다."

 jhkang@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텝진으로 위클리 기사를 읽어보세요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