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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일용직 실태]다쳐도 회사 눈치만…회사는 '입막음' 시도

등록 2016-06-07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7: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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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사고 근로자 과실로 몰아 안전복·안전모도 자체 조달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회사가 산재보험처리를 안 해주면 근로복지공단에 가서 얘기해야 해요. 그러면 내 이름이 원청 리스트에 올라가 아무데서도 일하지 못하게 됩니다."(H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에서 산업재해(산재)사고가 나면 벌점을 부여하고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하청업체를 교체하는 관행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청업체 직원이나 일용직 근로자들은 산재사고를 당해도 개인 의료보험이나 공상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산재신청을 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재취업이 어렵게 되는 '낙인 효과'를 우려해서다.

 지난 1일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은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 진접선 복선전철 제4공구 공사현장에서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사상자들은 포스코건설의 하청업체 '매일ENC'와 올해 4~5월 각자 계약을 맺은 일용직 근로자들이었다. 하루 16만~18만원에서 4대보험을 제외한 임금을 받고 일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사상자들에 대한 산재처리는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사고 직후 사과문을 발표한 포스코건설은 지난 5일 장례·보상 등에 관해 유가족과 합의했다. 

 고용노동부는 포스코건설이 시공하는 전국 108개소 현장 전체를 대상으로 오는 17일까지 전국의 산업안전보건감독관을 동원해 특별감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만약 이번 사고가 언론을 통해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국가인권위원회 '2014년 산재 위험직종 실태조사'를 보면 하청근로자의 산재신청 비율은 약 7%에 불과했다. 건설사들이 보험료 감면, 입찰 시 가점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해 산재보험 대신 공상으로 처리하길 원해서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산재사고가 나면 근로자들의 과실로 몰아가거나 피해자 친인척들에게 접근해 보상 등을 조건으로 입막음을 시도하는 건설사들의 행태를 심심치않게 목격할 수 있다.

 실제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사고 직후 사망자들이 안치된 한양병원을 찾아 취재진에게 "근로자가 핀 담뱃불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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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해당 발언의 직원은 사고 당시 현장에서 500여m 이상 떨어진 사무실에 있었고, 폭발 사고 현장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 원인을 근로자 탓으로 돌리는 취지의 말을 해 유가족들의 항의를 받았다.

 당시 유가족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냐"고 항의하자 해당 직원은 "현장 상황을 종합해 추정한 것이지 본사의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고 사과했다.

 이번 사고로 가벼운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한 근로자도 언론 인터뷰에서 "수시로 가스측정을 했다"고 말해 포스코건설의 입김이 닿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사고 직후 피해자들이 이송된 병원을 찾았던 건설노조 관계자는 "현장소장, 안전관리자도 없었다고 하는데 지상에서 철근 작업만 하던 사람이 그리 말하니 어이가 없었다"고 혀를 찼다.

 그러면서 "가스측정 기계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기자들의 질문에 그리 답하는 걸 보고 포스코건설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이 벌써 언론 대응 각본을 짜줬구나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노조 관계자는 "산재사고 피해자들의 병원을 가보면 건설사 직원들이 배치돼 언론에 이야기가 세나가는 걸 단속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결국 죽은 사람만 억울한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건설사들은 피해자 친인척들에게 접촉해 협상(공상처리)하자고 압력을 넣는다. 피해자 입장에선 나중에 일자리를 못 구할까봐 노조가 찾아오는 것조차 꺼리는 경우도 있다"고 푸념했다.

 일용직 근로자들은 추락, 낙하물 사고, 폭발, 질식사 등 산재사고가 다발하는 업무를 주로 담당하며 안전사고에 항시 노출돼 있다. 그런데도 기본적인 안전장비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어 문제다.

 H중공업 정규직 근로자는 "현장에서 안전관련 소모품을 많이 쓰고 있는데,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쓰고 있는 소모품들은 질이 별로 안좋다. 그 양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지적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토목, 건축 현장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며 "현장에서 안전복이나 안전모를 지급하지 않아 일용직 근로자들이 스스로 챙겨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건설현장 관계자는 "용역업체를 통해 일용직 근로자들이 투입되다보니 안전복이나 안전모를 매번 새걸로 지급하기 어렵다. 다른 근로자들이 쓰던걸 지급할 수 있는데 근로자들이 싫어한다"며 "몸에 맞지 않은 장비를 입고 일하면 위험하다고 생각해 본인들이 각자 챙겨오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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