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경제일반

[초저금리 '후폭풍'②]'역마진·자본확충' 이중고 보험사…구조조정· M&A 내몰릴듯

등록 2016-06-12 06:58:50   최종수정 2016-12-28 17:11:58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과거 5~10%대 고금리 상품 판매로 인해 보험사들 역마진 확대 지난해 보험사 운용수익률 4% 하회…기준금리 또 내리며 전망 암울 새 회계기준 도입시 국내 보험사 19곳 부채 10%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

【서울=뉴시스】이근홍 기자 = 한국은행의 전격 기준금리 인하로 보험업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과거 확정고금리형 상품에서 발생하는 역마진과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생명보험사들의 자산운용수익률은 사상 최저 수준인 평균 4%를 기록했다. 손해보험사들 역시 3% 후반에 그쳤다.

 안전한 채권 위주로 돈을 굴리는 보험사들이 초저금리 시대에 낮은 자산운용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문제는 역마진이다.

 역마진이란 보험사가 상품 가입자에게 받은 돈을 운용해서 얻는 수익보다 지금해야 할 이자가 더 많아서 발생하는 손실을 뜻한다.

 가령 보험사가 보험상품 가입자에게 매년 5%의 이자를 주기로 하고 1억원을 받았는데, 이 돈을 운용해서 얻는 수익이 연 4%라면 이자와 수익 사이에서 발생하는 1%는 보험사들의 손해가 된다. 즉 매년 100만원의 역마진이 발생하는 셈이다.

 보험사들은 1990년대에 확정금리형 상품 판매에 열을 올렸는데 당시 약속한 고정금리가 5~10% 달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생보사가 떠안고 있는 확정금리형 상품은 약 201조원 규모로 저축성 보험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다.

 게다가 보험 상품의 특성상 만기가 20~30년인 장기 상품이 많기 때문에 고정금리 상품의 잔액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과거 판매가 확정금리형 상품이 약 20년 만에 보험사 역마진의 주범으로 돌변한 이유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이번 기준금리 인하에 크게 당황하고 있다"며 "특히 과거 최고 10%에 달하는 확정금리형 상품을 많이 팔았던 생보사들은 역마진으로 인해 갈수록 손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추후 금리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예상들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보험사들의 손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공포감이 팽배하다"며 "결국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최근 보험사들이 부동산 등 대체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채권 투자비중이 높은 보험회사의 경우 금리하락으로 자산운용수익률 감소가 불가피하며 이에 따라 금리역마진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저금리 장기화로 금리역마진위험액은 2014년 1조1926억원에서 2015년 2조7070억원으로 증가했고, 지급여력기준금액 대비 금리역마진위험액 비중은 5.86%에서 10.25%로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 인하에 따른 타격은 손보사보다 생보사가 훨씬 크다"며 "지난해 6월말 기준 생보사의 5% 이상 확정이율계약은 보험료적립금 기준 143조1000억원으로 전체 계약의 30.8%에 달하지만 손보사의 고금리계약 비중은 2.7%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조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는 보험회사의 성장성과 수익성 및 재무건전성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금리 인하로 인해 예정이율이 하락한다면 보험료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금리연동형 상품에 적용되는 공시이율이 낮아질 경우 환급금이 감소해 신계약 판매가 위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본확충 부담도 보험사들을 괴롭게 하고 있다.

 한국은 오는 2020년 새로운 국제 회계기준인 IFRS4 2단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IFRS4 2단계의 핵심은 보험부채를 계약시점의 '원가'가 아닌 매 결산시점의 '시가(공정가치)'로 평가하는 것이다.

 추후 발생할 손실을 일시에 반영해야 하다보니 막대한 돈을 한번에 책임준비금으로 쌓아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4년 말 기준으로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할 경우 국내 보험사 가운데 7곳의 부채가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기준금리가 0.5%포인트 내린 2015년 말에는 그 수를 19개까지 늘렸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IFRS4 2단계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보험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불필요한 시장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험업 IFRS4 2단계 국제기준이 공식적으로 확정·발표되면 제도개선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사들은 현 시점에서 일시적인 재무적 영향 등을 이유로 IFRS4 2단계 도입 자체를 반대하기 보다는 이 제도가 한국 보험산업에 미칠 긍정적인 측면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가평가를 할 경우 원칙적으로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들에게 약속한 보험금 지급 의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기 때문에 건전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하로 역마진 공포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IFRS4 2단계 도입에 대비한 자본확충 압박까지 심해지고 있다"며 "생보사들의 경우 역마진과 자본확충 이중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어서 향후 구조조정, 인수합병(M&A) 등 대대적인 지각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