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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눈물②]65세 경비원, 월 149만원 받고 24시간 교대근무

등록 2016-07-26 08:06:04   최종수정 2016-12-28 17: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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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149만원 받고,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는 65세 아저씨. 아파트 경비원의 현재 모습의 평균치다. 대체로 고령인 경비원들은 이 같은 저임금과 장시간 근로를 겪고 있었으며,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택배처리와 휴게시간이었다.

 경비원의 근로 조건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가깝다. 일반적인 노동에 비해 쉬운 노동으로 분류돼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대한 근로기준법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경비원은 근로시간에 대한 상한이 없으며, 휴게시간을 부여하는 것도 통상적인 노동자와 다르다. 유급 주휴일은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24시간 격일제 근무라는 장시간 근무형태가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나마 최저임금은 2015년 1월1일부터 100% 적용됐다.

 ◇65세 경비원, 149만원 받고 24시간 교대근무

 그렇다면 경비원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경비원의 근무조건과 급여 등을 자세히 보자.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지난해 12월 펴낸 '아파트 노동자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경비원의 평균 연령은 65.6세였으며, 99.3%가 남성이었고 0.7%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답한 경비원의 임금은 평균 149.2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여금은 없는 경우가 더 많았다. 상여금 지급에 대해서는 '없다'가 74.4%로 가장 많았고, '1년에 2회 상여금을 받는다' 14.1%, '1년에 1회'는 11.5%였다.

  이 연구는 서울시 25개구의 경비노동자 45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또 심층연구를 위해 아파트 관리조직 관계자 4명, 경비노동자 4명을 대상으로 개별 면접 및 집단 면접 조사를 진행했다.

 주목 할만한 점은 경비원이 스스로 적정임금으로 생각하는 월급이 평균 171만2000원이라는 점이다. 적정임금이라고 생각하는 금액보다 실제 월급이 22만원이나 부족한 셈이다. 이는 근로조건에 대한 상당한 불만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비노동자의 근무형태는 '24시간 교대제'가 가장 많았다. 24시간을 근무하고 퇴근하는 경비원이 전체 96.6%였다. '주간만 근무'는 1.3%, '12시간 교대제'는 0.9%, '8시간 3교대제'는 0.7%이었다. 대다수의 경비원이 24시간 근무하고 퇴근한 뒤, 다음날 다시 출근해서 24시간을 근무하는 '가혹한' 근무시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설문에 참여한 경비노동자의 총 근무기간은 1일 23.4시간으로 나타났다.

 경비원이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일까. 이를 묻는 질문에 '낮은 임금'이라고 응답한 경비원이 34.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장시간 근무'가 13.3%, '고용불안' 9.5%, '휴게공간' 8.4%, '과도한 업무량' 7.6%, '부족한 휴식 및 휴가' 7.6%로 나타났다. 경비원들은 장기간 근무하면서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무늬만 휴게시간 "경비원은 24시간 근무하는거 아닌가요?"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함께 경비원들이 가장 큰 고충은 휴게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24시간동안 근무를 하면서 제대로 쉴 수 있는 휴게시간이 없는 경비원들이 대부분인 상황이다. 계약서상 명시된 무급 휴게시간이 있더라도 초소에서 쉬는 형태여서, 제대로 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고충은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에 대한 조사에서 나타난다.

 조사에서 경비원들의 총 휴게시간은 6.6시간이었으며 이중 야간 휴게시간은 4.6시간으로 나타났다. 24시간을 근무하며 주간에 약 1.4시간, 야간에 4.6시간을 쉬는 것이 전부라는 이야기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경비원의 휴게시간이 있더라도 '자유롭게 쉴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명목상 휴게시간일 뿐 근무지에 붙잡혀 있어야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근무지를 벗어나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시간을 가지는 경비원의 비중은 10명 중 1명에 불과했다.

 경비원의 63.5%는 '근무지를 벗어날 수 없으며, 휴게시간 중 긴급 상황 발생 시 대처해야한다'고 응답했다. 대부분의 경비원이 휴게시간이 있어도 제대로 사용하기 어려운 셈이다.  '근무지를 벗어나 자유로운 휴식이 가능하다‘는 응답은 9.1%였고, '근무지를 벗어나지 못하지만 자유로운 휴식 가능'은 27.4%로 나타났다.

 이처럼 경비원이 제대로 된 휴게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입주민들의 인식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경비원에게 돈을 받지 않고 쉬는 시간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실제 서울의 K아파트 단지에서는 젊은 입주민이 경비원에게 "경비는 24시간 동안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경비원은 "계약서상에 적힌 무급 휴게시간이 있다"고 반발했고, 결국 입주민과 이 경비원은 상당한 다툼까지 벌였다. 이후 경비원의 계약관계를 이해한 입주민이 경비원에게 사과하면서 다툼이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안성식 센터장은 "입주민들이 경비원은 당연히 24시간 근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 K아파트의 사례는 다행히 입주민이 사과했지만, 보통 다른 상황이라면 폭언이나 폭행이 오고 가는게 다반사"라고 말했다.

 안 센터장은 "입주민들이 경비원도 서비스노동자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그들에게 어느 정도의 금액을 주고 있는지, 계약의 내용은 어떤지 관심을 가진다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센터장은 "경비원들의 쉬는 시간을 정확히 적어서 알림판을 걸어놓는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했다.

 심재철 전 석관동 두산아파트 입주자대표는 "얼마 전 최저임금이 조금 올랐다고 울분을 토하는 국회의원을 TV에서 본적이 있다"고 말한 뒤, "그 국회의원이 사는 아파트에서 경비원의 최저임금이 무력화되는 것은 과연 알고는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입주민 입장에서 관리비를 더 쓰자고 하면 설득이 안 된다"며 "휴게시간을 정확히 공지하고, 관리비 조금 아끼자고 편법을 쓰지는 말자는 여론을 형성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성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 "최근에 내가 경비원 문제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휴게시간이 무급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를 보다 투명하고 바람직하게 만들어야한다"며 "아파트의 회계관리 등에 대해 회계사들과 문제점과 개선점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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