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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눈물③]경비원 업무는 어디까지?…"잡부 취급 받아"

등록 2016-07-26 08:06:23   최종수정 2016-12-28 17: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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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아파트경비원은 대표적인 감시단속적 근로자다. 감시단속적 근로자는 감시나 단속 등 불연속적인 업무를 하는 근로자를 총칭하는 말이다. 감시단속적 근로자는 대체로 수위, 경비원 등과 같이 심신의 피로가 비교적 적은 노무에 종사한다.

 ◇주 업무는 '방범·순찰'…"택배에 가장 스트레스"

 경비원들의 주 업무는 누구나 알다시피 방범과 순찰업무다. 그러나 경비원들은 주업무 외에도 택배관리, 제초작업, 분리수거, 주차관리, 등기우편 수령, 단지 내 노역 등 아파트단지 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노역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비원들은 어떤 업무를 주로 하고 있을까. 서울노동권익센터가 펴낸 '아파트 노동자 지원방안 연구'와 희망제작소가 SH공사와 함께 올해 6월 실시한 '서울 아파트 경비근로자 고용 및 환경조사' 등에 따르면 경비업무는 방범안전점검, 주변 청소, 분리수거, 택배관리, 주차관리 등으로 구성됐다.

 각 업무에 들어가는 시간에 따른 비중으로 보면 방범안전점검이 28.6%, 택배관리가 20.2%로 상대적으로 높았고 주변청소 19.3%, 주차관리 16.3%, 분리수거 16.2%순이었다.

 문제는 '상시업무'다. 그중에서도 경비원들은 택배처리를 가장 큰 '상시업무'로 느끼고 있었으며, 이에 대해 가장 큰 고충을 느끼고 있었다.

 서울 A지역 아파트 경비원 K씨는 "택배처리는 원래는 경비 업무에 포함이 안 되는 건데 우리가 서비스로 해주는 것 아니냐"며 "인건비를 아끼려고 우리를 시키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말했다. K씨는 "(상시적인 택배업무 때문에)트러블이 생기고 있다"며 "원래는 이 업무는 안 해줘도 되는 것이고, 강요는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다른 지역 경비원 H씨는 "청소하다보면 전화가 와서 택배를 받아줘야 한다"며 "택배받고 싸인하는 일을 밤에도 계속했다"고, G씨는 "자다가도 주민들이 문을 두들기면서 택배를 찾으러 오면 쉴 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개똥 치우기에…막노동까지 "잡부 취급"

 이 뿐만이 아니다. 경비원들은 입주민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간단한 아파트 내 공사와 제초작업, 분리수거, 등기우편 수령, 단지 내 노역 등이다. 심지어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경비원에게 개똥을 치우라거나, 관리미를 미납한 가구에 독촉장을 주고 오라는 지시를 하기도한다. 어떤 아파트에서는 경비원에게 입주자대표회의의 선거 업무를 시킨 사례도 있었다.

 이 같은 업무는 입주민과의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업무를 거부했다가 해고된 사례도 많다. 당연히 경비원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노원복지센터 센터장가 소개한 일부 아파트의 사례를 보자.

 A아파트에서는 단지 내 체력단련실의 각종 기구를 경비원들에게 옮기라고 지시했는데, 경비원이 이를 거부하자 해고했다. B아파트의 경우 입주민이 주소를 다르게 써서 사과즙이 담긴 택배가 다른 곳으로 배달됐는데, 결국 사과즙이 썩어 못쓰게 되자 경비원을 해고했다.

 C아파트에서는 단지 내에 150M 길이의 울타리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 아파트는 담장공사를 고령인 경비원에게 지시했다. 포크레인 등 중장비로도 며칠이 걸릴 정도의 공사였는데, 경비원에게는 삽을 사용해 공사하라고 했다고 한다. 이 경비원들은 공사를 거부했는데, 올 8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해고될 걱정을 하고 있다.

 희망제작소가 펴낸 '경비원 상생고용 가이드'에 소개된 경비원들의 인터뷰를 보면 이와같은 고충이 잘 드러난다.

 경비원 김 모씨는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택배회사 차량이 많이 들어오고 저녁 휴게시간인 오후 7시부터 8시에는 주민들이 경비실로 택배를 찾으러 오는 경우가 많다"며 명목은 쉬는 시간이지만 택배를 찾아주고 하다보면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경비원 송 모씨는 "경비업무 외에는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우리 회사는 별도의 수당도 주지 않으면서 갖은 일을 다 시킨다"고 토로했다. 송 씨는 "풀깍기, 나무심기, 소화전 실태파악, 하수구청소 등을 시킨다"며 "주차관리도 상당히 힘든데, 야간에 차를 빼 달라고하면 주민들은 인상부터 쓴다"고 말했다.

 또 경비원 이 모씨는 "경비원으로 취업을 했지만 업무가 어디까지인지 딱 잘라 말하기 힘들다"며 "잡부취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종균 SH공사 주거복지처장은 "그동안 우리는 입주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관리비를 어떻게 줄일까, 경비원을 어떻게 짜를까 고민해왔다"며 "경비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 처장은 "일단 쉽게 할 수 있는 휴게, 택배공간을 만드는 작업 등은 SH 차원에서도 점진적으로 해나갈 수 있겠다 싶다"고 말했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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