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현대판 신분제' 출신학교차별금지법으로 없어질까?

등록 2016-08-01 09:05:18   최종수정 2016-12-28 17:26:45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최근  '현대판 신분제'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들이 출신학교차별금법 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한국 사회에서는 특정한 학벌 경로를 통과한 소수가 부와 권력을 점유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비슷한 경로를 통해 부와 권력을 대물림 하는 일이 수십년에 걸쳐 이뤄져왔다. 고위공무원과, 법조인 등 소위 '고위직'은 일부 대학 출신이 절반이상을 장악한지 오래다

 1일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 등에 따르면 정치권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시민단체들은 출신학교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더민주당은 지난 7월18일 출신학교차별금지법 제정 공청회를 열고, 법안의 시안을 공개했다.

 시안을 보면 출신학교차별금지법은 대학 및 대학원 진학에 사용되는 응시원서와 공공기관 및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의 채용에 사용되는 입사원서에서 학력과 출신학교를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직무 특성상 불가피한 경우는 예외 규정으로 제외했다. 의사 등 전문직이나 일정 이상의 학력이 필요한 연구직이 예외에 해당된다.

 이 법을 위반하는 학교나 기관은 시정 명령을 받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처벌된다. 또 고용노동부와 교육부 등 관련 부처는 학력 등 차별 시정계획을 5년 마다 수립해 추진, 점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지방대와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채용을 의무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채용 과정에서 지방대 졸업생들 35%와 고졸 출신자 20%를 배려하도록 채용 할당을 의무화하자는 주장이다.

 ◇"기회 불평등 해소 위해 법 필요하다"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도입을 주장하는 쪽은 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법안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현실에서 '영어 유치원 → 사립초 → 국제중 → 특목고·영재고·자사고 →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로 진학하는 입시경로는 '특권층'을 대물림하는 코스로 여겨지고 있다. 이 입시경로를 지난 사람들은 다시 대기업, 금융권, 공기업, 공무원에 진출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2013년 고위 공무원단 출신대학 현황을 보면 SKY 3개 대학이 차지하는 비율이 47.9%로 절반에 육박하고, 지방대와 고졸 출신은 16.1%에 불과하다.

 또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임용된 신규 법관 중 SKY 대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79.9%, 경력 법관은 72.2%에 달했다. 검사 임용도 마찬가지다. 2012년부터 3년간 임용된 검사의 경우 로스쿨 출신과 사법연수원 출신 검사 모두 합해 SKY 대학 학부 졸업생이 68.7%에 달했다.

 이처럼 일부 대학이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사회구조가 고착되어 있어, 법으로 이를 막는 것이 시급하다는게 법 제정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시각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은종 연구원은 "현재 우리 사회는 학벌을 중심으로 서열화된 체계를 갖고 있다"며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이 직무능력도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고졸과 지방대 출신을 의무 고용하도록하는 것도 인구비율로 봤을 때는 역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전체 사회와 지방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무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청회에서 더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두자녀 양육비가 월 평균 128만원이며, 이중 절반이 교육비로 지출된다"며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출신학교차별금지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힘껏 돕겠다"고 밝혔다.

 ◇출신학교 차별금지, 현실성 있을까?

 출신학교에 따른 차별을 막자는 취지에 공감하더라도 이 법이 실제로 제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에 가깝다.

 우선 학력에 따른 능력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출신 학교 기재를 아예 없애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 만만찮다. 또 출신학교를 적지 않는다고 해서 정말 '차별'이 없어지겠느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지방대와 고졸출신자의 일정 비율 채용을 의무화는 것도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 '차별금지'법이 오히려, 서울 소재 대학 학생들을 차별하는 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더민주가 개최한 공청회에서 정명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학실장은 "오히려 특목고가 유리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목고의 경우 일반고보다 교과과정의 자율성 갖고 있어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에, 보다 차별화된 학생기록부 기재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고용노동부 권태성 고용정책총괄과장은 "출신학교에 따라 불공정하게 특혜나 차별을 받지 않아야한다는 취지에 공감한다"며 "현실적으로는 여러가지 보완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과장은 "대기업은 여러가지 채용기법을 개발해서, 출신학교 없이 채용이 가능할수도 있지만, 중소기업은 적용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아직은 공청회를 하고 의견을 들은 단계이니 앞으로 보완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더민주당도 법안 발의를 앞두고 이 같은 우려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당은 각계의 의견을 취합해 8월 초에 출신학교차별금지법의 최종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최종안은 출신학교를 기재하는 것을 금지하는 대신, 지방대 출신을 의무고용하는 내용은 담기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당 사교육대책TF 간사를 맡고 있는 오영훈 의원은 "공청회에서 나왔던 의견들을 최대한 수용해 출신학교차별금지법 제정안을 실효성있게 보완하겠다"며 " "학벌주의 타파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추진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