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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의 눈물③]개인 돈으로 회비 막는 '부당영업'…교사들은 '골병'

등록 2016-08-09 10:34:06   최종수정 2016-12-28 17: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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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전국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 오수영(오른쪽) 위원장 직무대행과 여민희 조합원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성당 종탑에서 202일 동안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지상으로 내려오기 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3.08.26.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1. 김현주(가명·42)씨는 재능교육에서 12년째 학습지 교사로 일해왔다. 오래 일하면서 관리하는 회원 숫자가 꽤 있었기 때문에 벌이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회원들이 '퇴회'하면서 부터 시작됐다. 회원 한 명이 학습지를 그만두면 교사가 받는 수수료 이상의 손해가 발생한다. 회사는 회원들의 퇴회를 쉽게 처리해주지 않았다. 김씨는 퇴회 회원 상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가짜 회원'으로 막아왔다. 자기 돈으로 학습지를 그만둔 회원의 회비를 대납한 것이다.

 문제는 퇴회 회원 수가 30여 명으로 누적하면서 일어났다. 대납해야하는 돈이 매월 100만원에 달하게 된 것. 이를 모두 자기 돈으로 막고, 그 실적에 따른 수수료 50만원 정도를 돌려받는 구조였다.

 버티다 못한 그녀는 관리자에게 회원이 그만둔 사실을 모두 알리고, 그만두겠다고 통보했다. 그런데 관리자의 반응은 기가 막혔다. 한꺼번에 처리를 못해주겠으니 한 달에 10명씩 퇴회한 것으로 처리하자는 것이었다. 다음달은 20명, 다시 다음달에는 10명의 회비를 계속 대납하라는 요구였다. 결국 김씨는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렸다.

 #2. 대교에서 기막힌 일이 일어났다. 15년 정도 근무한 교사 박미영(가명·43)씨가 사무실에 가방을 그대로 둔 채 도망쳐 잠적한 것이다. 원인은 역시 퇴회 처리였다.

 박씨는 학원처럼 운영되는 러닝센터에서 근무했으며, 3개월 연속 우수교사로 뽑혀 소정의 상여금까지 받는 등 실적이 매우 좋았다. 그러나 알고보니 박씨 실적 중 100과목은 '가짜회원'이었다. 런닝센터 교사가 매주 300여과목까지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의 3분의 1이 '유령회원'이었던 셈이다.  

 박씨는 매달 100과목에 해당되는 약 300만원을 개인돈으로 메꿔가면 버텼다. 이후 박씨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되자 퇴회 내역을 보고하고 회사를 그만두려 했다. 이때 박씨는 퇴회를 털어내려고 500만원을 납부했는데 회사는 이 정도로 끝내지 않았다. 회사는 다음 달에도 유령회원의 회비 500만원을 대납하라고 요구했다.

 박씨는 결국 버티다 못해 결국 도주를 택했고, 지점 센터장이 이 교사의 집으로 찾아가서 문 두드리는 등 난리가 벌어졌다. 센터장은 "퇴회를 낸 것에 대해 선생님도 책임이 있지 않느냐. 미수금이 남아 있으니 책임져라"고 이 교사를 압박했다 한다. 결국 박씨가 100만원, 지점이 200만원을 부담하는 선에서 퇴회 처리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새로 발령받은 센터장은 이 교사에게 유령회원의 회비 대납을 위해 대부업체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학습지 교사 대부분 "10~50명 가짜회원 보유"

 학습지교사들이 '부정영업'에 멍들고 있다. 부정영업은 회원이 학습지를 그만하는 '퇴회'를 할 때 회사가 이를 받아주지 않아 교사가 개인돈으로 납부하는 행태를 말한다. 학습지 교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개인 돈으로 이미 그만둔 회원의 회비를 메꾸고 있다. 위 사례 중 첫번째는 2014년 수원에서, 두번째는 지난해 경남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학습지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교사가 적게는 10과목에서 50여 과목에 이르는 '가짜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학원처럼 운영되는 센터에서는 교사들 대부분이 30과목 이상 가짜회원을 갖고 있다.

 학습지교사는 매주 120~150과목 정도를 수행하면서 이에 비례해 돈을 번다. 한 과목당 회원이 내는 돈이 약 3만3000~3만5000원이며, 교사는 수수료율에 따라 돈을 버는 구조다.

 신규회원이 늘어 실적이 '플러스'가 될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회사와 학습지 교사가 모두 웃을 수 있다. 문제는 회원이 그만둘 때다.

 예를 들어 한 과목을 수강하는 회원 한명이 그만뒀다고 하면 손실은 3만5000원이다. 이때는 수수료 분배 비율에 따라 회사가 약 2만원, 학습지 교사는 약 1만5000원의 손해를 감당하면 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2014년까지 학생이 퇴회하면 학습지 교사가 가져가는 돈에서 3만5000원을 모두 깎았다. 퇴회에 따른 손해를 모두 교사에게 떠넘겼다. 이런 구조에서 퇴회가 발생하면 학습지 교사는 3만5000원을 개인 돈으로 내고 1만5000원을 수수료로 돌려받는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면 손실이 2만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퇴회에 따른 손실 전액을 교사들에게 부담시키는 학습지 회사들의 정책은 교사들이 수년 동안 강력히 반발하면서 점차 사라졌다. 그러나 학습지 교사에게 손실을 떠넘기는 행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퇴회 회원의 손해를 '누적'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역시 교사에게 손실을 떠넘긴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실적을 누적하는 방법은 이달 실적을 다음달에 반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원 10명이 그만둬 30만원 손해가 났다고 가정하자. 회사는 당장 교사의 수수료를 추가로 깎지 않는다. 그러나 신규회원을 10명을 모집해 30만원 수익이 났을 때 적용한다. 교사는 실적이 늘은 만큼의 추가 수수료를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신규회원이 납부한 회비 중 교사에게 지급해야할 수수료를 '지난 실적'을 제하고 주기 때문이다.

 ◇학습지교사들은 왜 회비를 대납할까?

 그렇다면 학습지 교사들은 왜 가짜 회원의 돈을 대납할까. 언뜻 보면 매월 거액의 회비를 대납하는 것이 대단히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회사가 퇴회 회원 처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 점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학습지 회사들은 '실적체크'를 날짜를 정해서 받고 있다. 대교는 매달 10일, 재능교육의 경우 매월 5일과 10일 두 번에 걸쳐 실적을 정리한다. 이 날짜에 맞춰 그만둘 회원에 대해서 미리 보고하라는 것이다. 회사가 정한 날짜 이후 퇴회하려는 회원이 발생해도 회사는 인정을 해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학습지를 하는 엄마들이 "그만두겠다"고 통보하는 것은 따로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다. 이 때문에 회사가 정한 날짜가 지나서 퇴회가 발생하면, 교사는  일부를 자신의 돈으로 대납할 수 밖에 없다.

 둘째, 실적에 따른 수수료율 변화다. 실적이 좋지 않으면 받을 수 있는 수수료율이 낮아지므로 결국 교사에게 '손해'로 돌아온다. 특히 대교의 경우 퇴회 회원 수를 점수화해 수수료를 깎기 때문에 교사들이 실적에 더욱 목을 맬 수 밖에 없다.

 당장 1~2개 과목은 큰 부담이 아니므로 교사는 실적을 위해 대납한다고 한다. 그러나 마이너스 실적이 쌓여 10~30여 개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어느새 대납해야 하는 회비가 100만원에 육박하면 더는 버티지 못 한다는 것이 교사들의 하소연이다.

 셋째, 관리자들의 비정상적인 영업실적 강요다. 각 지점 관리자는 학습지 회사의 정규직 직원이다. 본사에서는 각 지점에 실적 할당을 내리고, 이 실적이 관리자의 인사와 연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관리자는 자신이 맡은 지점에서 실적이 줄어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실제로 교사가 퇴회 내역을 보고하면 관리자 선에서 '조정'이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관리자는 10과목에서 퇴회가 났다면 이중 5개만 처리하자는 식으로 '조정'을 제안한다. 결국 나머지 5과목에 대해서는 개인 돈으로 대납을 요구한다. 때로는 관리자가 개인 돈으로 내거나 지점 운영비로 대납하기도 한다.

 개인돈으로 회비를 대납하면서까지 유령회원을 유지하는 것이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교사 입장에서 상당한 경제적 손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교사가 퇴회를 정직하게 보고하는 것은 쉽지 않다.

 회원 다수가 퇴회 사실을 보고했다 관리자가 집까지 쫓아와 교사가 곤욕을 치른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사무실에서 왕따를 시키거나, 특정 교사에게만 상담실을 열어주지 않는 등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있다. 심하면 재계약 심사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대교에서는 유령회원 회비 대납을 위해 교사가 사채를 쓰고, 지점 팀장이 보증한 사례도 있다. 지점별로 할당을 채우지 못하자 압박을 견디다 못해 지점 전체에서 '가짜교실'을 열어 유령회원 회비를 나눠부담했다는 사례도 있다. 이처럼 대부분 부정영업에는 관리자 압박이 작용하고 있다.

 대교에서 12년째 근무중인 학습지교사 H씨는 "오랫동안 일하면서 아이와 엄마의 동반자라는 자부심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회사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H씨는 "대부분 교사가 가짜회원을 돌려막는다고 보면 된다"며 "문제는 본사가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조차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교그룹 관계자는 "일부 지점에서 가짜회원 관련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점 별로 교사와 관리자에게 부정업무를 하지 않도록 지속해서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부정 업무가 적발되면 경중을 따져 내부 징계를 하고 있다"면서 "대부분 교사가 가짜회원을 갖고 있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본다"고 반박했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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