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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베스트를 한다"…이범수가 26년을 버틴 이유

등록 2016-07-31 07:56:00   최종수정 2016-12-28 17: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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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배우 이범수(46)는 "'더 잘할 수 있었던 연기'라는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연기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달랐다. 깍듯한 경어체로 말하는 그의 말투에는 이때 더 힘이 들어갔다. "저는 그때의 '베스트'를 합니다. 제가 저와 싸워가면서, 제가 저와 타협하지 않고 제 연기를 관객들께 선보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범수는 그래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이건 농담 반 진담 반이지만, 전 그래서 제 미래가 더 기대됩니다.(웃음) 저한테 더 가능성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범수도 어느덧 한국 나이로 마흔일곱이다. 이 나이는 일반적으로, '가능성'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그의 이런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게 느껴진다.

 '인천상륙작전'에서 그의 연기가 그랬다. 평단에서 매우 혹독한 평가를 받는 이 작품에 그나마 관객에게 긴장감을 주는 장면이 있다면 그건 역시 이범수가 연기한 '림계진'이 등장할 때다.

 림계진은 매우 평면적인 캐릭터다. 최초 시나리오에는 '고뇌하는 사상가'의 모습이 짙게 담긴 입체적인 인물이었지만, 결국 림계진은 영화의 흥행을 위해 주인공과 조건없는 각을 세우는 악인이 되고 만다(림계진은 이범수도 도저히 재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진 캐릭터가 되고 만다. 이는 연기의 문제라기보다는 연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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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범수의 림계진'은 등장할 때부터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게 하는 힘을 내뿜는다. 노려보는 눈빛뿐만 아니라 너털웃음에도 상대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포스'가 있다. 이건 단순히 무서운 척하는 연기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배우는 신선해야 하지 않습니까. 제가 신선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딴에는 하나의 이미지에 국한되는 게 싫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범수의 이런 태도는 그의 악역 변천사에서 잘 드러난다. '인천상륙작전'의 림계진은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네 번째 악역이다. '태양은 없다'(1998)의 '병국'이 첫 번째였고, '짝패'(2006)의 '필호'가 두 번째, '신의 한 수'(2014)의 '살수'가 세 번째다. 이범수는 그때마다 다른 악역을 연기해 호평받았다.

 무명배우 이범수는 집요한 악역 '병국'으로 이름을 알렸다. 능구렁이 같은 악역 '필호'는 이범수에게 새로운 유형의 악역을 창조했다는 극찬을 안겼다. '살수'는 이범수가 이전에 보여준 적 없는 절대 악과 같은 인물이었다.

 "전에 연기했던 인물들과는 확실히 다르게 하고 싶었습니다. 외적인 부분부터 전작에서 연기한 '살수'와 다르게 갔어요. 제가 생각한 '림계진'은 아주 닳고 닳은, 또 노련하고 능글맞으면서, 주도면밀하고 철두철미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매우 기름진 사람이었죠. 그래서 살을 찌우고, 헤어스타일도 아주 단정하게 정리한 겁니다."

 림계진이 극 중에서 사용하는 북한말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쓰이는 평안도 사투리가 아니다. 잘 쓰이지 않는 더 강한 억양의 함경도 방언이다. 이 또한 림계진을 더 이질적인 느낌의 인물로 만들고 싶은 이범수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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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를 더 정비해서, 저를 더 갈고 닦아서 싫증 나지 않도록 채찍질해야 한다는 날 선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고 연기만 잘하는 배우가 될 생각은 없습니다. 전 인기도 있고 연기도 잘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항상 노력하고 있고요."

 이범수가 단역으로 영화판에 발을 들인 건 1990년이다. 이범수는 이렇게 26년을 버텼다. 그리고 상대 배우 이정재와는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세 작품에서 만났다. 두 배우가 모두 20대였던 '태양은 없다'(1998), 두 사람 모두 30대였던 '오! 브라더스'(2003), 40대가 된 '인천상륙작전'이 그 영화들이다.

 "투박하게 말하자면, 배우로서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까 어느새 내 옆에 있던 동료들이 안 보일 때가 생깁니다. 그럴 때 참 서글픈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이정재 씨와는 또 이렇게 만났으니까, 우리가 여전히 이 바닥의 '플레이어'로서 잘하고 있구나, 하는 기쁨이 있습니다. 우리 둘 다 잘 버틴 것 같습니다. 감사한 일이죠."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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