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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수위 '가계부채'②] 눈덩이 '가계 빚'…멈추지 않은 까닭은?

등록 2016-08-14 06:13:51   최종수정 2016-12-28 17: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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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금리와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주택담보대출 지속 증가
 7월 주담대는 지난해 7월 이어 역대 두번째 올들어 최대
 문제는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소득의 2.8배에 달한다는 점
 전문가 "당분간 가계대출이 크지 줄지 않아 선제 대응 필요"

【서울=뉴시스】정옥주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에 대해 무려 8차례나 언급했다. 통계 발표 때마다 매번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계부채에 대해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이 총재가 이처럼 단호한 어조로 가계 부채를 지적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그만큼 가계부채가 예상보다 더 심각하고,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해석이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지난 2월 수도권, 지난 5월부터는 전국으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확대했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 총재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를 억제하기 위해 감독 당국이 여러 조치를 내놨으나 아직 가시화된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현 제도의 한계점이 있음을 인정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원인으로는 대표적으로 저금리 정책과 부동산 시장 활황을 꼽을 수 있다.

 금통위는 2014년 8월과 10월 금리 인하를 단행한 이후, 5개월 만인 지난해 3월 사상 처음 금리를 1%대인 1.75%로 끌어내렸다. 이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진 6월 또 다시 1.50%로 내렸고, 1년만인 지난 6월 1.25%로 낮춰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내려가는 추세다. 연초만 해도 3%대를 훌쩍 넘겼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현재 연 2.65~2.92% 수준으로 낮아졌다.

 돈을 빌리는 부담이 줄어든 데다, 아파트 공급 과잉으로 부동산 시장 과열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게 됐다. 여기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조치가 연장되면서 가계부채는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는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가계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정부의 대출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날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 5월 6조7000억원에서 6월 6조5000억원, 7월 6조3000억원으로 줄지 않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동안 5조8000억원 늘어난 506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7월 중에서는 지난해(6조4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높은 증가폭이자, 올해 최고치다.

 문제는 대출규모가 감당이 어려울 정도로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지난해 9월말(140.7%)에 비해 4.9%포인트 상승한 145.6%를 기록했다. 가계의 가처분 소득보다 빚이 1.5배 가량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올 1분기 가계부채는 전년 동기 대비 11.4%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처분가능소득은 4.1% 증가했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소득의 2.8배에 달하는 셈이다.

 지난 2일 공개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도 한 금통위원은 "최근 몇 년 전부터 처분가능소득대비 기계부채비율의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고, 6월의 금리인하와 최근 주택시장 상황등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거시건전성 차원의 선제적 대응없이 이 비율의 안정화가 가능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대출이 급증하면서 질도 나빠지고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돈을 빌리는 것이 어려워진 저소득, 신용취약 계층 등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 은행권과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집단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분별한 대출은 연체 사태로 이어져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신용도가 낮은 취약계층은 상대적으로 금리수준이 높고 변동금리부 대출의 비중이 높은 비은행권 대출, 신용대출 등을 늘리게 됐다"며 "향후 가계부채가 부실화된다면 취약계층에서 가장 먼저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들 계층의 숫자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다 실효성 있는 추가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당분간 가계부채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택거래량 증가 및 대출금리 하락을 기반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은행의 가계대출 둔화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경원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금리인하와 집단대출 등으로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에 주요한 리스크 요인으로 상존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가계부채 관련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국 등 가계부채발 경제위기를 경험한 나라들의 사례를 참조해 점진적인 가계채무 조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의 선제적 정책수립이 긴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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