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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두 달…'요란한 침묵'

등록 2016-08-28 08:04:18   최종수정 2016-12-28 17: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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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덕우 기자 = 지난 6월 23일 영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 시장을 뒤흔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가 치러진 지 두 달이 지났다.

 브렉시트 결정의 직격탄을 맞은 영국의 증권과 통화 시장은 그동안 롤러코스터 장세를 겪으며 요동쳤지만, 최근 점차 회복세를 찾아가고 혼란이 잠잠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헨더슨글로벌인베스터스의 존스 헨더슨 상무이사는 최근 한 외신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에 금융시장의 우려가 정점을 찍으면서 대규모 자금유출이 일어났다"면서도 "그 이후로 시장이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은 시장이 평화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탈퇴 협상을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요란한 침묵(Deafening Silence)'이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영국·유럽 증시 회복세로 접어들어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영국 FTSE100 지수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39.87포인트(0.59%) 오른 6868.51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전 거래일인 6월23일 종가(6338.10)보다 포인트 오른 수치다.

 FTSE100은 브렉시트 결정 직후 2거래일 만에 355.90포인트(5.61%)나 폭락한 바 있지만, 낙폭을 모두 만회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종가 대비 약 10%나 뛰었다.

 FT는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영국 중앙은행(BOE)의 경기부양책 기대 등에 힘입어 스몰캡(시가총액이 작은 중·소형주) 중심으로 영국 증시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자산운용회사인 브루윈 돌핀의 가이 포스터 리서치대표는 FT와의 인터뷰를 통해 "브렉시트 이후 한동안 시장이 큰 조정을 받았지만, 초기 충격이 지난 뒤에는 투자자들이 스몰캡 중심으로 시장에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대형주의 위험을 무시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브렉시트 결정에 급락세를 면치 못했던 범유럽지수 STOXX 100 지수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STOXX 100 지수는 23일 67.39에 마감해 6월23일 종가(67.98)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브렉시트 충격에 60.69까지 폭락한 것에 비하면 낙폭을 상당 부분 회복한 셈이다.

 브렉시트 여파로 가장 눈에 띄게 폭락한 파운드화도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브렉시트 전까지 약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약 1.5달러 인근에서 움직였었다. 브렉시트 이후 1.3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8월에 들어서는 1.3달러 위에서 횡보세를 보이며 변동폭이 좁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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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심리 개선…"브렉시트 폭풍 견뎌냈다"

 FT와 블룸버그, CNBC 등에 따르면 영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 가운데 브렉시트 폭풍을 견뎌냈다는 컨센서스(의견일치)가 형성되고 있다.

 맨 GLG 자산운용의 헨리 딕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투표 이후) 두 달이 지난 현재 꿈이 아닌가 싶을 정도"라며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력한 경제적 모멘텀을 갖고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가 지난 8월 유로존의 8월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를 53.3로 23일 발표하면서 기업들의 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보여줬다. 이는 시장 예상치(53.1),과 전월치(53.2)를 모두 웃도는 수치기 때문이다.  

 PMI는 기준점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 밑돌만 경기 위축을 뜻한다. 즉 지난 7월과 8월 각각 53.2, 53.3을 기록했다는 것은 브렉시트에도 불구하고 두달 연속 경기가 확장했다는 뜻이다.

 마르키트의 크리스 윌리엄스 마르킷 수석연구원은 "유로존이 꾸준한 성장세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며 "브렉시트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기 회복이 위축되는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브뤼셀 소재 경제 싱크탱크인 브뤼겔의 군트람 울프 대표는 FT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로존은 브렉시트 충격을 잘 견뎌냈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불확실성 여전…고가 투자자산 여전히 고전

 그렇다고 해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가신 것은 결코 아니다. 여전히 시장 참여자들은 시장의 변화를 지켜보고 자금을 쉽게 풀지 않고 있다.

 영국 증시가 스몰캡 중심으로 오른 것과 부동산 시장이 맥을 못쓰고 있는 것도 이에 따른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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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조사업체 모닝스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영국 주식형 펀드에서 57억 파운드(약 8조4350억원)가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에 따른 우려가 시장심리에 직격탄을 날린 결과다.

 또 영국 부동산 가격이 폭락세를 면치 못하고 거래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일반적으로 주식형 펀드에 비해 안전한 부동산 펀드에서도 4억3800만 파운드(약 6481억원)나 달아났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투자 포트폴리오의 영국 부동산 보유 규모를 5%나 줄인 바 있다.

 실제로 영국 국세청(HMRC)에 따르면 지난 8월 거래된 상업용 부동산은 전월 대비 1.7%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BNP파리바의 조니 던포드 부동산투자대표는 "일부 투자자들은 시장의 판도가 확실해질 때까지는 투자를 꺼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브렉시트의 경제적인 충격이 다소 안정세를 찾았다고 해도 아직 정치적인 문제는 전혀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시장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CNBC에 따르면 테레사 메이 총리가 새로 임명된 가운데에도 정치적 불확실성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EU 탈퇴협상을 시작하려면 발효해야만 하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아직도 통보하지 않은 상태다.

 시장 참여자의 입장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탈퇴협상에서 무역과 이민 등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안건들이 다뤄지기 때문에 영국이 정치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면 경제적으로도 손해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대표적인 예로 지난 6월 영국 재무부가 제시한 법인세 인하 계획이 탈퇴 협상에 무리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EU 측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북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스웨덴의 스테판 뢰벤 총리는 영국이 법인세를 인하하는 등 공격적인 경제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앞으로 이어질 탈퇴 협상에서 영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이슈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도 지난달 영국의 법인세 인하 계획과 관련해 "(탈퇴)협상을 시작하는데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도 영국의 법인세 인하는 "바닥으로 치닫는 경쟁"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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