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 연예일반

[인터뷰]송강호 "내 영화 두번 안보는데 '밀정'은 또 보고 싶더라"

등록 2016-09-01 09:27:45   최종수정 2016-12-28 17:35:17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미술로 치면…붉은색도 아니고 검은색도 아니고 노란색도 아니고…회색빛…그 회색빛 시선으로 그 시대와 인물을 조망한다는 게 매력적이었던 거죠."

 송강호(49)가 돌아왔다. 그의 말 그대로다. 영화 '밀정'에서 그가 연기한 조선인 일본 경찰 '이정출'은 회색빛 인간이다. 이정출은 매번 기로에 서있다. 선택하는 것 같지만, 선택하지 않는, 또는 못하는 인물이다. 그는 항일했고, 친일했다. 또 친일했고, 항일했다. 이건 그의 선택이 아니다. 그는 흘러간다. 흘러가면서 살기 위해 손에 잡히는 걸 쥘 뿐이다. "조선이 독립이 될 것 같냐"라는 말은 그렇게 나온다.

 문제는 인식(認識)이다. 자신이 때에 따라 시시각각 옷을 바꿔 입고 있음을 스스로 안다는 것이다. 이때 슬쩍 고개를 내미는 건 자기 혐오 혹은 자기 연민 또는 자기 합리화다. 그래서 그는 생각에 잠기고, 눈빛은 흔들리며, 발걸음은 방향을 잡지 못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눈물을 쏟는다.

 새삼스럽지만 송강호는 이정출을 이렇게 살려내 관객이 기어코 느끼게 한다. 이 배우가 연기로 증명할 게 더이상 무엇이 있을까.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인간이 가진 내면의 그 무언가를 표현해내기 위해 한 발을 내딛는다. 송강호는 이제 시대 속의 인간, 인간 속의 시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이 좋은 예술이 아니겠냐"며 반문한다. 

 -'이정출'은 복잡한 인물이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그런 모습이 슬쩍 드러난다. 이 영화가 이정출의 영화가 될 거라는 것, 그의 흔들리는 마음이 이야기의 중심이 될 거라는 걸 암시한 듯하다.

 "그렇다. 처음부터 배경을 까는 거다. 일본 제복을 입고 있지만, 마음 속에는 조선인에 대한 마음의 빚이 있달까. 오프닝 시퀀스를 통해 '저 사람은 뭘까' '저 사람의 정체는 무엇인가', 궁금해진다. '저 사람 뭔가 복잡한 얼굴인데, 저 표정 뭐지?' 이런 것들."

associate_pic
 -이정출의 정체는 뭐라고 생각하나.

 "이정출은 시대가 낳은 풍경이다. 복잡다단한 사람.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한 가지의 신념과 한 가지의 모습으로 살아가기에 그 시기는 대격변의 시대였다. 그 시대가 이정출이 아닐까. 이정출은 그 시대가 낳은 사생아다."

 -이정출 캐릭터의 매력과 그 시대의 매력이 같은 건가.

 "일제 시대 자체가 매력이라기보다는 그 시대를 지나왔던 어떤 모습들이 매력적이다.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모습들. 그런 모습들은 영화적으로, 연기적으로 상당히 신선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 거다."

 -이정출이라는 인물이 흥미로웠던 건, 이 사람이 시대를 근심하기보다는 철저히 자신의 생존 문제 혹은 개인적인 고뇌 안에서 움직인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associate_pic
 "일제 강점기라는 것은, 조선과 일본, 우리 편과 적, 이러한 이분법을 가장 먼저 인식하게 한다. 물론 이 시기를 다루기 때문에 그런 게 없을 수는 없겠지만, '밀정'이 다루는 건 그 시대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개인의 삶의 질곡이 아닐까 한다. 그게 또 '밀정'만이 가진 감성일 것이다."

 -이정출이라는 인물에게 들어가기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한 건 무엇이었나. 캐릭터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첫 번째 단계랄까.

 "일본어였다.(웃음) 외국어를 한다는 것과 외국어로 대사를 한다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그 인물 속에서 그 말들이 나오게 하는 게 굉장히 중요했다. 일본어를 잘하고 못하고와는 다른 차원이다. 그 일본어가 이정출의 말, 이정출의 일본어로 들리게 하기 위해 일본어 대사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쳤다."

 -일본어 외에 다른 건 없었나.

 "일본어가 외형적인 부분이라면, 내면적으로는 눈빛이었다. '사도'에서 영조는 노회한 정치가다. 그때는 영조대왕을 형상화하기 위해 목소리로 고민했다. 그 목소리에 팔십년의 인생역정이, 삭막한 아비의 모습이, 그의 갈라진 목소리에 담기길 바랐다. '살인의 추억' 때는 그 시대의 나른함, 일종의 복지부동, 우유부단함, 근데 열정은 있는, 이런 시대의 공기를 걸음걸이나 이런 걸 통해서 만들어보려고 했다. 매 작품마다 접근하는 방식은 다르다. '밀정'의 이정출은 눈빛 같은 게 아니었나 생각한다."

associate_pic
 -눈빛이라는 말을 했는데, 이정출의 변화는 그정도로 미묘하다. 따라서 연기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촬영이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상당히 까다로웠다. 확실한 사건과 노선이 있다면, 배우로서 강력한 표현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정출은 마음은 미묘하게 흔들린다. 흔들리는 동공이랄까.(웃음) 그런 것들이 어렵기는 했지만, 그래서 또 매력적이었다."

 -어려워서 매력적이다?

 "예전에 어느 인터뷰에서 했던 말과 비슷하다. 박찬욱 감독이 '복수는 나의 것'을 함께 하자고 했을 때, 세 번을 거절했다. 그리고 네 번째에 하기로 했다. 그런데 재밌는 건 거절한 마음과 하기로 한 마음이 똑같았다는 거다. '밀정'을 한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밀정'을 두고 반복해서 나오는 이야기는, 이정출의 행동에 개연성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거다. 앞서 김지운 감독 또한 이 부분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이정출을 연기한 배우로서 이런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ssociate_pic
 "촬영을 하면서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얼마든지 일종의 계기랄지, 사건을 만들 수는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다면, 그 시대를 관통하는 그 사람들의 생각과 고통이 얼마나 피상적인 게 되겠나. 그렇게 하면 이 영화가 그리는 세계가 너무나 작아져버릴 수 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정출이 흔들리는 장면은 첫 시퀀스부터 나온다. 이후 사건이 진행되면서 어떤 감정의 소용돌이가 켜켜이 쌓인다. 물론 관객에게 이런 것까지 다 봐달라는 건 연출을 한 김지운 감독이나 연기를 한 나의 욕심일 수는 있다. 그러나 더 큰 세계, 더 큰 인물, 그리고 사람에 대한 깊이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목적으로 할 때 김 감독의 연출이 적절했다고 본다."

 -어쨌든 '밀정'은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봉을 앞두고 이런 호평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내 영화를 두 번 보지 않는다. 이번에 언론 시사회 때 '밀정'을 보고 나서 다음 날 일어났는데 또 보고싶더라. 내 영화라서 그러는 게 절대 아니다.(웃음) 이상한 중독성이랄까.(웃음)"

 -두 번 본 게 처음인가.

 "'밀정'이 유일한 건 아니다. 아주 드문 경우라는 거다.(웃음) 왜냐면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자기 연기한 걸 또 보고싶어 하는 게 이상한 거다. 자신의 모자람과 부족함만 보게 되는 그 경험이 괴롭다. 또 어떤 연기의 잘잘못을 떠나 내가 한 걸 내가 보는 게 민망하지 않나.(웃음) 그런데 '밀정'은….(웃음)"

 -왜 또 보고싶었다고 생각하나.

 "되게 매력있달까…잘 모르겠다. 그런데 또 그런 느낌을 느끼고 싶다라는 것. 또 일단 영화가 멋있다. 내 영화라서 그런 게 아니라 순순하게 든 마음이다.(웃음)"

 jb@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최신 포커스

텝진으로 위클리 기사를 읽어보세요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