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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극복의 날]'고령사회의 역습' 치매환자 2050년 200만명

등록 2016-09-21 14:05:43   최종수정 2016-12-28 17: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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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 동작구 찾아가는 치매조기검진. 2016.03.16.  (사진 = 동작구 제공)  [email protected]
80세 노인 5명중 1명은 치매…50세미만 치매도 年 2천명 이상  치매환자 직접 부양 가족 240만명…치료비 연간 2030만원 소요  치매관리종합계획 시행 불구 역부족…치료제 개발 예산 영국의 5%    치매환자와 가족에 대한 지속가능 정책, 국가차원서 체계적 보완 목소리

【서울=뉴시스】강수윤 기자 = #1.지난 18일 오후 7시20분께 충주에서 길을 건너던 A(여·72)씨가 승용차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치매를 앓아온 A씨는 이날 사고 지점에서 5㎞ 이상 떨어진 집에서 혼자 나와 길을 잃고 헤매다 변을 당했다.

 #2. 지난해 4월 부산 수영구 광안동 A(45·여)씨의 자택에서 A 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6년간 치매에 걸린 노모를 보살펴 온 A씨는 최근 들어 노모의 병세가 악화돼 우울증과 수면부족에 시달리다 최후의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로 치매환자가 급증하면서 치매가 시급히 대처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에서도 노인의 치매문제에 대한 시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회 복지 측면에서 아직 초기단계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와 1인가구의 증가 등으로 가정에서 치매환자를 돌보기가 힘든데다 예방과 치료만 잘해도 치매 발병을 지연시킬 수 있음에도 나이 들면 찾아오는 어쩔 수 없는 병이라는 등 잘못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1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80세 노인 5명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치매환자가 5년전보다 1.6배 증가해 지난해에는 46만명이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29만4647명이던 치매환자가 지난해 45만9068명으로 16만4421명 늘어 최근 5년간 연평균 11.7%씩 증가했다.

 노인 치매 환자뿐 아니라 50세 미만의 젊은 치매 환자도 해마다 20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치매환자가 급증하면서 국가의 직·간접적 경제 부담도 늘고 있다. 총진료비는 지난해 기준 1조6285억원으로 2011년 대비 7630억원 늘었다. 치매 진료비는 이미 2012년 1조원을 넘어섰다.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치매환자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는 향후 20년마다 두배씩 증가해 현재 50대가 70대가 되는 2030년에는 117만명, 현재 30대가 70대가 되는 2050년에는 218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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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진료인원은 45만9068명, 총진료비는 약 1조6285억원으로 2011년 대비 약 16만명, 7630억원이 각각 증가했다.  [email protected]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0세 이상 노인 10명중 4명이 암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보다 치매가 두렵다고 답하기도 했다.   

 치매환자의 증가는 당사자인 본인뿐만 아니라 부양가족에게도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육체적 부담을 가져 온다.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 절망한 나머지 가족이 환자를 살해하고 동반자살까지 시도하거나 치료비용과 간병부담으로 경제적으로도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치매환자에 대한 직접적인 부양부담을 갖고 있는 가족수는 약 240만명에 달한다. 이중 78%는 환자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 두거나 근로 시간을 축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치매환자 1인당 연간 치료비용은 2013년 기준으로 1387만원으로 가족의 간병 등 간접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연간 203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환자를 5년간 치료·간병할 경우 1억150만원이 드는 셈이다.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도 상당하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배우자의 우울증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서 일반인 보다 최대 1.5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복지부가 2014년 7월부터 시행한 '치매가족 휴가제'도 실효성이 낮기는 마찬가지. 연간 6일 정도 치매 환자를 단기보호시설에 무료로 맡길 수 있는 제도인데, 치매 환자의 부적응을 우려하는 가족들이 많아 이용률이 낮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치매 환자를 돌보면서 지나친 부담과 고통을 느끼면 환자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안정이 무너질 수 있어 힘에 부칠 때는 상담 등 외부에 적극적으로 의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2008년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지난해 3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16∼2020년)을 발표했다.

 그동안 치매 예방·조기발견·환자 돌봄 등 인프라는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췄지만 치매환자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실질적으로 줄여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5년간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해 배정한 예산은 46억원으로 영국(1100억원)의 5%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치매 초기에 정확한 진료와 신속한 치료를 통해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치매환자와 가족에 대한 지속가능한 정책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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