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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귀엽고 기묘한 잔혹동화…'미스 페레그린과…'

등록 2016-09-28 09:20:11   최종수정 2016-12-28 17: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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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쉽게 말해, 팀 버튼 감독의 신작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귀여운 잔혹 동화다.

 랜섬 릭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소설의 꽤나 우울하고 어두침침하며 호러적인 분위기를 상대적으로 밝게 각색해 다양한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상업영화의 틀 안으로 끌어들였다.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판타지다. 여느 판타지물처럼 쉽게 다가간 뒤 기상천외한 이야기에 푹 빠졌들었다가 극장 밖을 나올 때는 이런 저런 공상을 하게 하는 그런 작품이다.

 제이크(에이사 버터필드)는 알 수 없는 존재에 의해 죽임을 당한 할아버지로부터 몇 가지 유언을 듣는다. 이 유언을 따라 웨일스로 가게 된 그는 그곳에서 할아버지가 들려줬던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사실임을 알게 된다. 끊임 없이 반복되는 하루를 사는 이들에게 제이크는 할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듣게 되고, '이상한 아이들'과 힘을 합쳐 할아버지의 죽음을 되돌리기로 한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기이한 아름다움이 있는 작품이다. 상반된 감정이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 때 형성하는 어떤 기묘함이 바로 그것이다.

  매우 현실적이고 잔혹한 순간(제2차 세계대전이 배경이라는 점에서)이 이 영화의 가장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장면으로 남는다. 가장 잔인한 설정이 가장 유쾌한 신(scene)이 된다.

 특정 시간에 갇혀 살아야 하는 슬픔과 그렇기 때문에 영원히 늙지 않는 기쁨이 혼재한다. 환상 세계의 오락성과 그 세계의 피로함이 함께 있기도 하다. 범상한 능력에 대한 동경과 평범함에 대한 갈망이 공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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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미스 페레그린과 아이들이 하루를 되돌리는 장면은 이런 아름다움이 극대화된 장면으로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와도 같은 시퀀스다. 이것만으로도 버튼 감독이 글을 영상화하는 데 얼마나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개성 강한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있다. 시간을 되돌리며, 새로 변신하는 여인이 있다. 공기보다 몸이 가벼워 납으로 만든 신을 신고 다니는 소녀가 있고, 심장을 가지고 다니며 그 심장으로 생명을 불어넣는 소년도 있다. 손에 닿기만 하면 불을 일으키는 소녀. 투명인간 소년에 어른 남성의 50배가 넘는 힘을 가진 괴력 소녀, 입을 벌리면 벌이 나오는 소년도 있다. 이는 마치 엑스맨 시리즈의 어린이 버전 같은 느낌도 준다.

 좋은 상상력의 서사는 또 어떠한가. 전쟁과 타임 루프, 기이한 능력의 아이들이 뒤섞이면서 만들어내는 이 작품의 이야기는 상상력이란 완전히 새로운 어떤 생각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걸 보여주는 듯하다. 팀 버튼 감독은 원작의 방대한 분량을 적절히 쳐내면서도 원작의 매력을 살리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팀 버튼의 영화라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남긴다. 우리가 기억하는 그의 걸작들, 이를 테면 '가위손'이라든가 '배트맨' 시리즈 혹은 '빅 피쉬'와 같은 작품은 판타지를 넘어서는 감동을 관객에게 안긴 바 있다.

 하지만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그의 영화적 상상력이 제약 없이 펼쳐진 것도, 상상과 현실이 뒤섞인 울림을 만들어내지도 못했다는 점에서 그의 필모그래피에 뚜렷한 흔적을 남기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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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단점은 결국 원작의 가장 중요한 설정과 배경이 어쩔 수 없이 대폭 잘려나간 탓이 크다. 더 많은 관객을 확보하기 위한 각색 방향이었을 거라고 추측되나 '타임 루프와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부분적 포기는 영화의 매력을 반감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팀 버튼 감독의 판타지에 대한 열정이 여전히 식지 않았다는 걸 알려주는 반가운 작품이다.

  이 '판타지 장인'은 8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쉬지 않고 이 장르의 영화를 만들고 있다. 한 분야에 이토록 오래 천착한 연출가는 어떤 분야에도 그리 많지 않다. 그저 그가 계속해서 자신의 영화 세계로 관객을 초대해준다면, 우리는 또 다른 그의 걸작을 언젠가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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