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亡者)의 메모'…'기사회생' 이완구, 대법원 판단은?

등록 2016-10-10 11:00:00   최종수정 2016-12-28 17: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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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방지원 인턴기자 =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심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후 법원을 나오고 있다. 2016.09.10.  [email protected]
이완구 1심 유죄·2심 무죄…대법원 판단 남아  성완종 진술·메모 '특신상태' 인정 여부 주목  홍준표 지사 2심 본격 시작…영향 미칠 듯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지만 2심에서 무죄 판결로 '기사회생'한 이완구(66) 전 국무총리의 운명은 이제 대법원 손으로 넘어갔다.

 이 전 총리에 대한 유·무죄 판단의 핵심 증거인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생전 마지막 진술과 메모에 대한 하급심 판단이 갈리면서, 대법원 판단에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이 전 총리의 항소심 재판부에 "법리를 잘못 판단했다"는 이유로 상고장을 제출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성 전 회장의 진술과 메모를 증거능력으로 인정하지 않아 무죄를 선고한 것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기소된 지 1년2개월만에 항소심 선고까지 신속하게 진행되면서 이 전 총리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빠르게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전히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정치적 논란이 남아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 '성완종 리스트'로 최근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이 선고되고 항소심이 시작될 홍준표(62) 경남도지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홍 지사는 검찰 측과 쌍방 상소로 지난 4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시철)에 사건이 배당됐다.

 ◇대법원, 성완종 진술 '특신 상태' 인정할까

 법원은 성 전 회장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와 메모에 대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인지를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최종 판단은 대법원의 몫이 됐다.

 형사소송법 314조에 따르면 진술자가 사망, 질병, 소재불명 등의 이유로 진술할 수 없는 때에 문자, 사진, 영상 등 그밖의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해졌다는 것이 증명돼야 한다.

 성 전 회장이 사망해 이 전 총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직접 진술을 법정에서 듣지 못하면서 이 재판 역시 증거의 '특신 상태'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성 전 회장이 인터뷰에서 기자와의 문답 전개방식과 진술내용의 전체적 구성, 흐름 등이 자연스럽다며 사실대로 진술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성 전 회장이 보도를 전제로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진술 내용이 가감 없이 전달되고 검증되기를 바랐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신빙성을 인정했다.

 특히 기업인으로 자수성가해 국회의원까지 지낸 사람으로서 명예를 중시하던 성 전 회장이 사망 직전 거짓말을 남기기는 어렵다며 진술내용이나 녹취과정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성 전 회장의 진술 및 메모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로 증명하지 못했다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2심은 당시 성 전 회장의 감정에 비춰 '의심'으로 그친 1심과 달리 허위진술을 했을 가능성에도 더 무게를 뒀다. 성 전 회장이 인터뷰를 할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 배후가 이 전 총리라고 생각해 강한 배신과 분노의 감정을 갖고 있었고,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된 날 새벽에 그의 적극적 요청에 의해 인터뷰가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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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완구 전 총리가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항소심은 1심과 달리 성 전 회장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 녹음 파일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 했다. 2016.09.27.  [email protected]
 또 자살을 결심하고 있던 상황에서 인터뷰나 메모 작성 당시 자신에 대한 반대신문 기회가 원천 봉쇄될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진위규명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진술내용만으로 보궐선거 기간 중 (돈을 줬다는 것이) 언제인지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지 않으며 그 액수를 특정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를 종합해 단순히 진술내용의 구체성 및 일관성 여부만이 아닌 둘 사이의 이해관계, 허위진술의 동기, 반대신문 기회 봉쇄 여부 등을 두루 살펴보는 등 신빙성을 담보할 구체적인 정황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준표-성완종 '2라운드'도 본격 시작

 이제 막 항소심이 시작되는 홍 지사 재판에서도 성 전 회장의 진술과 메모는 주요 증거다. 1심은 홍 지사에 대한 유죄의 근거로 해당 증거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다만 이 전 총리 재판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돈 전달자의 '존재' 여부다. 이 전 총리 재판에서는 돈을 줬다는 성 전 회장이 '부재'하면서 그의 진술과 메모가 유일한 직접 증거가 됐고, 유무죄 판단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반면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의 진술과 함께 그의 지시를 받고 돈을 전달했다는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이 유죄 판단을 뒷받침했다.

 재판부는 "윤 전 부사장은 검찰 조사부터 법정까지 성 전 회장으로부터 경남기업에서 1억원이 든 쇼핑백을 받아 홍 지사에게 줬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의 생전 진술과 메모의 특신상태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홍 지사의 항소심 전망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 증거들은 홍 지사 측이 윤 전 부사장을 회유했다는 녹음파일과 함께 항소심에서도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특신 상태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홍 지사 측에 유리한 정상이 될 수 있으나, 1심과 같이 인정될 경우에는 홍 지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사망 직전의 진술 등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특히 신빙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있고 대법원은 전반적인 제반 사정 등에 비춰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1심 결과를 보고 예단하기는 어려우며 대법원 판단 등에 따라 향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은 지난해 리스트에 오른 8명의 정치인 중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6명을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혐의 또는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성 전 회장은 지난해 4월9일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망 후 그의 상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에는 '김기춘 10만달러, 허태열 7억원, 홍문종 2억원, 서병수 2억원, 유정복 3억원, 홍준표 1억원, 이완구, 이병기'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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