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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스크리닝]세상이 정말 ‘아수라’장이라면…

등록 2016-10-07 11:14:57   최종수정 2017-01-09 11: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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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아수라'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영원한 톱스타’ 정우성과 ‘새로운 국민배우’ 황정민.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캐스팅해도 그 영화는 투자부터 배급, 그리고 흥행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두 사람이 투톱으로 나섰다.

 여기에 명품 조연에서 일약 원톱 주연으로 급부상한 곽도원이 가세하고, 주지훈과 정만식까지 힘을 보탰다.

 “도대체 얼마나 괴물 같은 영화가 탄생할 것인가”라는. 기대 속에 지난달 28일 마침내 베일을 벗은 영화가 ‘아수라’(감독 김성수)다.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은 이권과 성공을 위해서라면 범죄도 마다치 않는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의 구린 일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핑계는 박성배의 배다른 여동생이기도 한 말기 암환자 아내의 병원비다.

 정의를 위해 경찰에 투신했지만 서서히 악인이 돼가는 한도경. 급기야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까지 박성배의 수하로 만든다.

 어느 날, 한도경 앞에 나타난 지방대 출신 흙수저 검사 ‘김차인’(곽도원)과 수사관 ‘도창학’(정만식)은 그의 그런 약점을 이용해 박성배의 비리와 범죄 혐의를 캐려 하는데….

 불교에서 ‘귀신들이 가득해 전쟁이 끝나지 않는 곳’을 뜻하는 ‘아수라(阿修羅)’에서 따온 제목처럼 영화는 그야말로 악인들의 세계다. 시종 폭력으로 점철되고 피로 얼룩진다.

 아무리 ‘오빠’ 정우성, MBC TV 드라마 ‘궁’으로 소녀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했던 주지훈이 나왔다 해도 20~30대 여성보다 40~50대 남성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그런 한계 탓일까. 개봉일 무려 약 47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오프닝 기록을 갈아치우고 지난 2일까지 흥행 1위를 질주하던 영화가 3일 갑자기 할리우드 판타지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감독 팀 버튼)에 눌려 2위로 주저앉더니 좀처럼 1위로 복귀하지 못 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6일에는 이날 개봉한 할리우드 스릴러 ‘맨 인 더 다크’(감독 페드 알바레즈)에게 밀려 3위로 떨어졌다. 같은 날까지 누적 관객은 약 226만 명에 그치고 있다.

 이 영화가 뒷심을 발휘할지, 이대로 주저앉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영화 속 캐릭터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우리 사회의 민낯을 제대로 보여주는 덕 또는 탓이다.

 성공을 위해 온갖 비리는 물론 살인 교사까지 서슴지 않는 박성배는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리 공직자들을 여럿 합친 모습이다.

 살인 교사자도 있었나 싶지만, 친구를 시켜 후원자였던 60대 재력가를 살해해 무기징역을 받은 김형식 전 서울시의회 의원까지 있으니 말 다했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협박, 플리 바게닝(형량협상), 도·감청 등 불법 행위를 일삼는 김차인과 욕설과 폭력을 ‘공권력’으로 착각하는 도창학도 어딘가 꼭 있을 것 같다.

 한도경 같은 비리 형사는 당연히 말할 것도 없다.

 이들 주·조연이 나눠맡은 다섯 악인에는 끼지 못 하지만 정경유착의 한쪽 몸통인 악덕 건설업자 ‘태병조’(김해곤)도 흔히 볼 수 있고,, 남의 나라에 건너와 범죄를 저지르는 외국인 불법 체류자도 뉴스를 통해 심심찮게 접한다.

 마약범인 경찰 정보원 ‘작대기’(김원해)도 허구 속 존재 같지 않다.

 이 세상에는 정말 그런 악인들만 존재하고, 그런 자들만 득세할까. 이 영화를 보면서 드는 의문이다.

 권선징악(勸善懲惡)도 선(善)이 있어야 이뤄질 수 있는데 ‘차악(次惡)’을 ‘최선(最善)’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이 영화 그대로라면 이 세상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일 것이다.

 영화야 러닝타임 132분을 버티면 어떻게든 끝난다지만, 평생 살아야 하는 이 세상이 그렇다면 무슨 용기와 어떤 희망으로 견뎌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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