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과 넥센의 아름답지 못한 이별, 왜?

등록 2016-10-24 11:00:00   최종수정 2016-12-28 17: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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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1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KB0 준플레이오프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2차전 경기, 넥센 염경엽 감독이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2016.10.14.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황보현 기자 =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염경엽 감독이 팀과 이별을 고했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4-5로 역전패했다.

 이날 패배로 시리즈 전적1승3패가 된 넥센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서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경기가 끝난 후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염경엽 감독은 “1년 동안 선수들 모두 수고했다. 중요한 것은 감독의 역량이 부족했다고 본다. 마무리가 좋지 않아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염 감독은 자진해서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갑작스러운 사퇴발표에 구단 관계자와 취재진 모두 당황했고 염 감독은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기자회견장을 빠져 나갔다.

 ◇주루 코치에서 감독까지…염경엽 감독의 발자취

 1991년 프로에 데뷔한 염 감독은 선수 시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수비는 좋았지만 통산 홈런이 5개밖에 안될 정도로 타격이 약했다. 그리고 2001년 은퇴했다.

 은퇴 후 곧바로 지도자로 활동하지 않았다. 스카우트 등 프런트로 활동한 후 2007년 현대 유니콘스 수비 코치를 맡으면서 지도자로 발을 내딛었다.

 현대가 해체되면서 LG 트윈스의 스카우트로 자리를 옮겨 운영 팀장을 맡았다. 이후 2001년 넥센 측에서 작전·주루 코치 제의를 받아 다시 한번 자리를 옮겼다. 2012년 10월 김시진 감독에 이어 3년 계약으로 넥센의 3대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취임 당시 염 감독은 “이장석 대표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언급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후 염 감독은 부임 첫해 넥센을 창단 첫 포스트 시즌으로 이끌었다. 비록 준플레이오프전에서 두산 베어스에게 패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만년 하위권에 머물던 넥센을 포스트 시즌에 진출시키며 ‘염갈량(염경엽+제갈량)’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4년에는 넥센을 사상 첫 한국시리즈로 진출시켰다. 하지만 최강 삼성 라이온즈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넥센은 계약 기간이 1년 남았음에도 염 감독에게 3년의 재계약을 제시했다. 재신임을 받은 염 감독은 2015년 넥센을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려놨지만 우승에 실패했다.

 넥센은 올 시즌을 앞두고 약체로 분류됐다. 강정호, 박병호, 유한준 등 강타자가 팀을 떠나면서 전력 누수가 심했다. 모두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냈다.

 하지만 염 감독은 이를 극복하고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냈지만 이번에도 역시 우승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이별을 선택했다.

 ◇염경엽-넥센, ‘예고된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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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4-5 역전패 한 넥센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2016.10.17  photo1006@newsis.com
 염경엽 감독의 자진 사퇴는 이미 예고됐다. 염 감독은 올 시즌 전반기가 끝난 후 넥센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당시 넥센은 이장석 대표가 송사에 휘말리며 뒤숭숭할 때였다. 구단 결속이 필요한 시점에서 오히려 수장이 떠날 뜻을 비쳤다. 넥센 관계자들은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염 감독은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넥센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후 한 매체에서 염경엽 감독이 올 시즌 종료 후 수도권의 모 구단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염 감독과 넥센은 불편한 관계를 이어갔다.

 논란이 불거지자 염 감독은 “왜 자꾸 나에게 그러는지 모르겠다. 자꾸 나를 흔들면 다 놓고 떠날 수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는 포스트 시즌을 앞두고 계속됐다. 염 감독은 외풍을 맞으며 포스트시즌을 준비했다. 선수들도 영향을 받을 수 받게 없었고 결정적으로 준플레이오프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구단도 표정 관리가 힘들었다. 조금씩 이별을 준비했지만 이런 악재 속에서 차기 사령탑 물색은 언감생심이었다.

 특히 이 대표와의 갈등도 자진 사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2014년 준우승 당시 이장석 대표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임시킬 생각도 했다”는 말에 염 감독이 큰 상처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자존심이 강한 염 감독이 없는 살림에 팀을 준플레이오프까지 올려놨지만 실적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이 대표와의 갈등의 불씨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염 감독의 자진 사퇴는 아름다운 이별이 되지 못했다. 사퇴시기를 놓고 염 감독과 구단의 입장이 달랐다.

 넥센 구단 관계자는 “이렇게 갑작스럽게 통보도 없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힐 줄 몰랐다”며 당황스러워했다.

 넥센 구단은 기습적인 자진사퇴 발표 다음날인 보도자료를 통해 “준플레이오프 4차전 종료 뒤 소속팀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언론을 통해 먼저 사임 의사를 밝힌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이어 “지난 8월 초부터 최근까지 구단은 물론, 야구계 안팎에서 논란이 됐던 염 감독의 거취와 관련한 여러 내용에 대해 지난 4년간 팀을 이끌었던 부분을 인정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공식 입장 표명은 물론 내용을 공개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별을 공식화했다.

 염 감독도 “넥센에서의 5년은 제 야구 인생에서 많은 것들을 얻었고 경험도 했고 우리 스탭, 선수들과 함께 즐겁게 성장했다. 많은 것을 얻었다”며 “아쉽고 힘들었지만 지난 시간이 내 인생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조용히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주루 코치에서 지도력을 인정받는 감독으로 넥센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염경엽 감독. 이후의 모습이 궁금하다.

 hb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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