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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마블의 야망이 드러나다…'닥터 스트레인지'

등록 2016-10-25 09:23:30   최종수정 2016-12-28 17: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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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감독 스콧 데릭슨)는 마블의 필연적 진화의 결과물이다.

 마블 스튜디오가 히어로 무비를 내놓은 것도 어느덧 14번째, 마블의 전성기는 '아이언맨'으로 열리고, '어벤져스'로 확장됐으며, '시빌워'를 통해 절정에 다다랐다.

 영웅들의 이합집산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했다. 이제 마블의 선택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자체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에이션트 원'(틸다 스윈턴)은 매우 친절하게 설명한다. "어벤져스가 물리적 힘으로부터 지구를 지킨다면, 우리는 마법의 힘으로부터 지구를 지킨다." 마블은 그들의 우주를 어벤져스의 힘이 닿지 않는 곳까지 넓힌다. 그러니까 마법사 히어로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의 전성기를 이어가기 위한 또 한 번의 도전이다.

 이 도전은 성공적이었을까. 물론 성공적이었다. 마블은 작정한 듯하다. 어쩌면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의 '진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를 위한 하나의 징검다리 영화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13편의 영화를 만들며서 쌓아온 노하우를 이 작품에 영리하게, 결국은 환상적으로 펼쳐놓음으로써 그들이 한시도 방심하지 않는다는 걸 새삼 전 세계 관객에게 알린다. 히어로 영화의 고전적 서사를 최첨단 시각효과로 풀어내고, 인상적인 캐릭터 조형과 함께 이제는 마블 시리즈의 감초가 된 몇 가지 철학적 메시지도 던져놓는다. 게다가 유머러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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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을 마블 최고작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특별한 영화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마블이 세계 최고의 영화 오락을 선사하는 집단이라는 점도 여전하다.

 '스티븐 스트레인지'(베네딕츠 컴버배치)는 천재 신경외과 의사다. 뛰어난 실력만큼 오만한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실현 가능한 수술만 하며 명성을 쌓는 인물이기도 하다. 불운하게도 스트레인지는 교통사고로 두 손을 예전처럼 쓸 수 없게 된다. 좌절에 빠진 그는 척추를 다쳐 하반신 마비가 되고도 기적처럼 걷고 뛸 수 있게 된 한 남자의 조언을 듣고 네팔로 간다. 스트레인지는 그곳에서 '에이션트 원'을 만나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된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기본적으로 영웅 탄생기다. 성장의 서사 말고도 보여줘야 할 게 너무나 많은 이 영화는 한 인간이 변하는 과정을 압축적이고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압축과 효율은 스트레인지가 경험하는 전에 본 적 없는 세계의 존재다. 시간적 혹은 공간적으로 다른 차원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나 아닌 다른 사람 또한 또 다른 차원이자 하나의 세계이고 우주라는 깨달음이다.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만 자신밖에 모르던 한 인간은("Everything is about you!") 그렇게 타인과 우주와 차원을 이해해간다. 마블이 뛰어나다는 건 바로 이런 지점인데, 숱한 영화들이 반복한 영웅 서사를 이들은 시각적·정서적 차원(dimension)의 변화로 풀어낼 수 있다.

 영웅 탄생기가 큰 줄기라면, '닥터 스트레인지'는 몇 가지 또 다른 나뭇가지로 서사를 풍성하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하다. '케실리우스'(매즈 미켈슨)는 근본주의자 혹은 원리주의자를 상징하는 인물로 이들의 편향된 시각이 어떻게 세계를 위기로 몰아가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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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션트 원이 또 다른 인물에 대해 "그는 너무 융통성이 없어"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다른 한 편으로는 유한한 삶에 대한 두려움과 무한한 삶에 대한 동경이 충돌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순리를 말하면서도 불변을 원하는 인간의 이율배반, 유한하기에 생겨나는 삶의 의미에 관한 우화로 보이는 장면 또한 존재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닥터 스트레인지'는 '눈'의 영화다. 스콧 데릭슨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스튜디오 필모그래피 사상, 그리고 마블·DC 등 모든 히어로 무비를 통틀어 가장 화려한 시각효과를 상영 시간 내내 펼쳐놓는다. 이건 마블의 야심이고, 야망이다. 자신감이기도 하다. 마블 시네마틱 멀티버스(multiverse)는 마블 영화의 새 시대를 상징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가지며, 그의 마법은 눈의 즐거움을 넘어 마블 세계의 확장이라는 뜻도 지닌다. 스트레인지의 마법을 이물감 없이 스크린에 구현해야 마블의 미래도 존재할 수 있다. 어쨌든 마블의 전략은 성공적이다.

 '게이트 웨이'를 통해 공간과 공간을 이동하는 기술은 이 영화에서 매우 초보적인 것이어서 굳이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다. '닥터 스트레인지' 속 마법사들은 3차원을 넘어선 4, 5차원의 세계를 열어 시간과 공간을 뒤섞어 놓는다.

 마치 도시 전체에 수십만개의 거울을 달아놓은 것처럼(일명 '미러 디멘션') 동서남북, 전후좌우가 섞이고, 중력의 법칙도 종횡으로 전환된다. 빌딩과 빌딩이 겹쳐지고, 도로와 도로가 뒤엉킬 뿐만 아니라 건물의 잔해를 자유자재로 다뤄 새로운 건축물을 재주조하는 능력이 난무한다. 숲과 바다와 산과 사막이 한 공간에 존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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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홍콩 생텀 전투로 닥터 스트레인지가 시간을 되돌리는 시퀀스다. 약 15분여 동안 진행되는 이 장면은 단순히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걸 시각화하는 걸 넘어서 역방향의 시간과 정방향의 시간이 한 데 뒤엉키는 모습과 함께 그 속에서 인물들의 액션까지 함께 펼쳐지며 영화사상 전례 없는 장면을 보여준다(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된 분량이 1시간 정도 된다. 될 수 있으면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3D로 보는 게 좋다).

 '닥터 스트레인지'를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에 관해서도 언급해야 한다. 그는 이미 드라마 '셜록' 시리즈와 몇몇 영화들을 통해 캐릭터를 창조해내는 특별한 능력을 선보인 바 있다.

 그의 이런 재능은 캐릭터의 매력이 어떤 영화보다 중요한 히어로 무비에서 더 빛을 발한다(DC의 매력 없는 주인공들을 보라). 스트레인지를 보면 오만함과 유머러스함이라는 측면에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하지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이언맨을 마치 록스타처럼 연기한다면, 컴버배치는 재즈 뮤지션처럼 연기해 자칫 겹칠 수 있는 캐릭터를 구분하는 데 성공한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에서 두 인물이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지 기대해볼 만하다.

 이쯤되면 2018년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가 더 궁금해진다. 이 작품에는 기존의 어벤져스와 스파이더맨, 이와 함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히어로들, 아직 등장하지 않은 캐릭터인 캡틴 마블까지 합류할 예정이다.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가 있다.

 물리적 위협과 마법의 힘 양쪽으로부터 찾아온 위기를 마블 스튜디오는 어떻게 구현해낼지, 그 많은 영웅들을 어떻게 하나의 이야기로 묶을 것인지.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의 신세계를 여는 첫 번째 관문이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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