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 ‘더 높은 곳 바라본다’

등록 2016-10-31 11:00:00   최종수정 2016-12-28 17: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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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김희준 기자 =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이 북미 전지훈련을 위해 24일 인천공항을 통해 캐나다로 떠났다.  대표팀은 훈련을 마친 후 다음 달 아메리카컵 1~4차 대회에 출전, 같은 달 28일 시작되는 월드컵 대회를 위한 조율에 나선다. 2016.10.24 /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국산 썰매를 장착하고 한층 세밀한 부분까지 준비한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이 2016~2017시즌 더 높은 곳을 향해 뛴다.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은 2015~2016시즌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며 한국이 더 이상 ‘썰매 불모지’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한국 봅슬레이의 ‘간판’ 원윤종(31·강원도청)과 서영우(25·경기도연맹)는 봅슬레이 2인승에서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랭킹과 IBSF 세계랭킹에서 1위에 올랐다. 한국 스켈레톤에 혜성처럼 등장해 가파른 상승세를 자랑한 윤성빈(22·한국체대)도 지난 시즌 스켈레톤 1인자 마르틴스 두쿠르스(32·라트비아)의 자리를 위협하며 월드컵 랭킹, 세계랭킹 2위를 차지했다.

 성공적으로 지난 시즌을 마치고 완전히 달라진 환경 속에서 땀을 흘려온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은 다음 시즌에 더 높은 곳에 오르겠다는 각오다. 이용(40)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은 “지난 시즌 성적이 워낙 좋아서 ‘멘붕(멘탈 붕괴)’이 있었다.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지 모르겠고, 할 것이 없는 것 같더라”면서도 “사소한 부분까지 준비했다.

 원윤종-서영우는 현재 목표가 캐나다 휘슬러,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 소치 세계선수권대회, 평창 월드컵 대회 등 금메달 4개를 따 세계랭킹 1위를 하는 것이 목표다. 윤성빈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세계랭킹 2위가 목표”라고 당차게 밝혔다.

 ▲‘상전벽해’ 된 훈련 환경에 국산 썰매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의 훈련 환경은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과거 한국에는 제대로 된 봅슬레이·스켈레톤 훈련장이 없었다. 훈련을 위해서는 만만찮은 비용을 들어 해외로 나가야 했다. 모든 국가의 선수들이 전용 썰매를 사용하지만, 한국은 전용 썰매가 없어 남이 타던 ‘중고 썰매’로 훈련하고, 대회에 나섰다. 지난 2011년 강원도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서 훈련 환경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우레탄 재질의 육상 트랙에서 바퀴달린 썰매로 훈련할 수 있는 스타트 훈련장이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 들어선 것이 전부였다. 대표팀은 국내에서 체력 훈련과 스타트 훈련만 진행하고 얼음 위에서의 스타트 훈련과 트랙 훈련을 위해 해외를 떠돌았다. 하지만 이제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 옆에 실내 아이스 스타트 훈련장이 생겼다.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의 트랙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짐에 따라 국내에서 트랙 훈련도 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 봅슬레이 대표팀의 썰매는 라트비아산 썰매였다. 이제는 국내 기업이 한국인 체형에 맞춰 제작한 ‘맞춤 썰매’를 탄다. 현대자동차가 2014년 썰매 제작 지원 협약을 맺은 후 지난해 10월 첫 시제품을 제작하면서 이제 국산 썰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확 달라진 훈련 환경 속에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은 국내에서 한층 세밀하게 2016~2017시즌을 준비했다. 일단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모두 스타트 기록 단축을 위해 헬멧 무게 등을 1800g에서 1200g으로 줄였다. 올해 초 유럽컵 대회에서 현대차가 제작한 썰매를 시험해보기도 했던 봅슬레이 대표팀은 현대차 개발팀과 소통을 통해 한층 나은 썰매 제작에 매달렸다. 새로운 썰매는 카울링 부분이 지난 번 썰매보다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카울링 부분이 단단하면 공력이 나아질 것이라 생각해 단단하게 제작했는데, 막상 시험 주행을 한 후 부드럽게 하는 것이 코너링을 부드럽게 하는데 한층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원윤종과 서영우, 윤성빈 모두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에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2일까지 3주 동안 하루에 세 차례씩 약 50번 정도 주행 훈련을 해 드라이빙 기량을 가다듬었다. 윤성빈은 올 시즌 썰매 두 대를 마련해 실전에 치르면서 딱 맞는 썰매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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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현대자동차는 지난 21일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연구개발 총괄 담당 양웅철 부회장,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오창희 회장을 비롯 봅슬레이 국가대표팀 코치 및 선수단이 참가한 가운데 올림픽 출전용 봅슬레이 전달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2016.10.23.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email protected]
 ▲“매 대회 올림픽이라는 각오로”

 2015~2016시즌 거둔 좋은 성적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환경이 달라졌듯 그들을 향한 관심과 기대의 크기도 달라졌다. 파일럿 원윤종과 함께 세계랭킹 2위를 합작한 브레이크맨 서영우는 “지난 시즌 세계랭킹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이 감독도 “시즌 성적이 워낙 좋아서 '멘붕(멘탈 붕괴)'이 있었다. 어떻게 고쳐나가야할지 모르겠고, 할 것이 없는 것 같더라”고 털어놨다. 성장세가 워낙 가파랐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런 부담 속에서도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은 예년보다 더 열심히 땀을 흘렸다. 원윤종은 “하계 시즌엔 스타트 훈련에 집중했다. 기본적인 체력 훈련도 성공적”이라며 “상당히 세밀한 부분까지 다듬을 수 있었다. 이전 시즌에는 체력 훈련에 조금 더 초점을 맞췄고, 기술 훈련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체력 훈련뿐 아니라 스타트 훈련이나 실제적인 주행 훈련을 함께 해 기술적인 부분이 준비가 많이 됐다”고 전했다.

 2016~2017시즌은 중요한 시즌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있는 2017~2018시즌은 사실상 ‘결전의 시즌’. 올 시즌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시도해보면서 ‘최선’을 찾아내야 한다. 윤성빈은 “올 시즌은 내년 시즌을 위해 많이 시도하고, 결과물을 얻을 시즌이다. 중요하다”며 “장비적인 측면에서 테스트나 결과를 내야할 것 같다. 평창 트랙보다 익숙한 트랙에서 썰매 2개를 모두 테스트해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원윤종은 매 대회 올림픽이라는 각오로 뛰겠다는 생각이다. 원윤종은 “월드컵,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경쟁할 선수들이기에 매 대회 올림픽이라는 각오로 뛸 것”이라며 “경쟁 상대를 매 경기마다 조금씩 앞서나간다면 올림픽에서 충분히 그 선수들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시즌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것이 이들의 목표다. 원윤종은 “지난해와 다른 좋은 주행 능력을 선보이고 싶다. 세계랭킹에 신경쓰지 않고 더 나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고, 서영우도 “조금 더 발전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 지나온 시즌보다 조금 더 준비가 된 시즌이고, 땀도 많이 흘렸다.

 올림픽이 1년여 남았는데 한 번 더 끌어올리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윤성빈으로서는 스켈레톤의 최강자인 두쿠르스를 넘는 것이 과제다. 이 감독은 윤성빈을 향해 되려 “두쿠르스를 넘으려 하지 말아라. 넘으려고 하면 스스로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리듬이 깨진다”고 당부했다. 올 시즌까지는 두쿠르스와 격차를 좁히고 평창올림픽에서 이를 뒤집겠다는 계획이다. 윤성빈도 이에 동의한다. 그는 “매 시즌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고, 올 시즌 확실히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 아직 완벽하지 못한 트랙이 많아 그런 트랙을 조금 더 자유롭게 타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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