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 야생동물 수난]①올 상반기 1만5357건? 로드킬 통계 들쭉날쭉

등록 2016-11-08 11:00:00   최종수정 2016-12-30 16: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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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뉴시스】한윤식 기자 = 25일 낮 12시께 강원 화천군 화천읍 대이리 인근 도로상에서 차에 치여 심각한 부상을 당한 고라니를 지나가던 행인들이 치료하고 있다.2016.03.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저물어가는 거리, 어둑한 도로 한복판에 커다란 트럭이 서 있습니다. 헤드라이트가 켜진 걸 보니 달리다가 잠깐 멈춘 듯합니다. 건너편 그늘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잔뜩 긴장한 채 이쪽을 바라봅니다. 트럭 앞바퀴에 무언가 깔렸습니다. ‘퍽’ 강아지가 트럭에 치여 죽었습니다.”

 김동수 그림책 ‘잘가, 안녕’의 내용이다. 이른바 로드킬, 자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동물을 다루고 있다.

 로드킬(Roadkill)이란 동물이 도로에 나왔다가 자동차 등에 치여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종류는 노루, 다람쥐 등 야생동물에서 개와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까지 다양하다. 과속과 무관심, 서식지 파괴와 먹잇감 채취로 야생동물은 오늘도 죽음의 길을 건너고 있다.

 주로 봄과 가을에 많이 발생하는 로드킬은 인간에게도 위험하다. 운전자의 안전과 금전적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추돌사고와 추락사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야생동물을 위해 만든 생태통로는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전국 고속도로에서 로드킬로 희생된 동물수를 살펴보면 1년 평균 2만여 마리나 된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다. 예산과 인력 부족 탓이다. 이 숫자는 전국 도로(약 10만㎞) 중 국도와 지방도, 고속도로를 포함한 전국 244개 야생동물 로드킬 조사구간(약 4300㎞)만을 표본 조사한 결과다. 한국로드킬예방협회는 한해 30만 마리가 로드킬로 희생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집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탓에 로드킬 저감방안도 매년 운전자의 주의 촉구나 단순한 생태통로 설치 등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야생동물 보호 관련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전수조사 등을 벌여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로드킬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주행 중 쿵! 운전자·동물 모두 아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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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첨부용
 #. 회사원 김모(35) 씨는 국도나 고속도로를 달릴 때면 잔뜩 긴장한다. 지난해 영동고속도로 강릉방면으로 향하던 중 갑자기 뛰어든 동물을 피하지 못해 차로 친 기억 때문이다. 당시 그는 동물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김씨는 “갑자기 뛰어들어 피할 수가 없었다. 만약 핸들을 급하게 틀었다면 내가 다쳤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사고 이후 국도나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매우 조심하게 된다”고 했다.

 주행 중에 야생동물의 침입으로 발생하는 차 사고를 뜻하는 ‘로드킬(road kill)’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채 도로 한복판에 흩어진 동물 사체를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사고 후 곧바로 사체를 처리하지 못한 탓이다. 운전 중에 갑자기 뛰어든 동물과 부딪힐 뻔한 경험이 있는 이들도 많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최근 로드킬 조사기관인 환경부(국립공원관리공단·지방환경청 포함), 한국도로공사, 지자체, 국토관리청에서 받은 ‘최근 3년간 로드킬 조사현황’을 검토한 결과 5만8691건의 로드킬이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에 2만784건, 2015년에 2만2836건, 올해 상반기에 1만5357건으로 로드킬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만7036건으로 가장 많았다. 대전이 1만5104건, 부산이 6637건으로 뒤따랐다. 그러나 로드킬 조사가 지자체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조사조차 하지 않는 경우(광주광역시·인천광역시)와 경기도, 충북, 전북, 경남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로드킬 발생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해 국도, 지방도, 고속도로를 포함한 전국 244곳의 야생동물 로드킬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국 야생동물 로드킬 고정 조사구간에서 확인된 야생동물 로드킬은 총 69종 1249마리로 집계됐다. 로드킬 전체 발생 건수 가운데 포유류 16종 815마리, 조류 37종 293마리, 양서류 6종 35마리, 충류 10종 106마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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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킬 전국 현황을 종별로 살펴보면 고라니가 227마리로 가장 많은 로드킬이 발생됐다. 너구리 179마리, 족제비 141마리, 다람쥐 130마리, 청설모 72마리, 꿩 60마리, 까치 47마리, 유혈목이 42마리, 참새 35마리, 멧비둘기 32마리 순이었다.

 도별로 보면 경상북도(총구간 560㎞) 208마리, 전라남도(총구간 485㎞) 203마리, 강원도(총구간 1074㎞) 185마리, 경기도(총구간 338㎞) 143마리, 전라북도(총구간 534㎞) 106마리, 충청남도(총구간 178㎞) 65마리, 경상남도(총구간 493㎞) 46마리, 제주도(총구간 222㎞) 49마리 순으로 로드킬이 발생했다. 충청북도(총구간 359㎞)는 32마리로 가장 낮았다.

 ◇로드킬 종류별 및 발생 시기

 2015 전국 야생동물 로드킬 종류별과 발생 시기를 보면 포유류는 월별 종수 개체 수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봄이 되면서 동면에서 깨어나 먹이활동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 포유류는 여름(6∼8월)과 가을(9∼11월)에 총 472마리(57.9%)가 로드킬로 희생됐다. 여름에는 특히 다람쥐(53개체)가 국립공원 지역에서 로드킬로 희생됐다. 국립공원으로 여름휴가를 가는 탐방객 증가로 다람쥐가 로드킬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의 경우 족제비(14마리)의 로드킬 비율이 가장 높았다. 특히 겨울철에 10개체(71.4%)가 로드킬로 희생됐다.

 가을 시기에는 특히 너구리(66개체), 고라니(44개체), 다람쥐(39개체)의 로드킬 발생이 컸다. 포유류는 번식기(4∼6월)와 분산시기(9∼11월)에 로르킬 발생이 다른 시기보다 높았다. 이에 따라 봄철과 가을철 야외로 차량운행을 할 경우 야생동물 출현이 많은 도로에서는 서행운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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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킬 된 조류 37종 가운데 6월에 13종 33개체(11.3%), 7월에 17종 64개체(21.8%), 8월에 14종 51개체(17.4%)의 로드킬이 발생했다. 여름시기(6∼8월)에는 조류가 집중적으로 로드킬로 희생됐다. 조류는 대부분이 여름에 이소를 시작하기 때문에 다른 시기보다 이 시기에 로드킬 발생 빈도가 높았다.

 양서류는 봄철(3∼5월)에 집중적으로 총 23마리(65.7%)가 로드킬로 죽었다. 특히 무당개구리(21개체)의 로드킬 발생이 컸다. 양서류는 3월께 비가 내리면서 짝짓기를 하러 이동하는 과정에서 로드킬로 희생되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하천 주변의 도로를 주행할 때에는 서행운이 필요하다.

 한편 한국로드킬예방협회는 한해 30만 마리의 야생동물이 도로에서 숨지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환경부와 도로공사 등에서 발표한 로드킬 건수와는 상당한 차이가 나는 수치다. 이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로드킬에 관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 기관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현재 로드킬 조사기관은 환경부 소속 산하기관인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지방환경청, 한국도로공사, 지자체, 국토관리청 등 5곳이다. 조사기관이 다양하다 보니 한 기관이 취합해 로드킬 저감방안을 마련해야 정확한 통계가 나오게 된다.

 그러나 야생동물 보호관련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지방환경청의 자료만 취합하고 있어 정확한 통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해 수만건의 로드킬이 일어남에도 환경부의 자료에는 매년 약 1000건 내외로 축소돼 보고되므로 제대로 된 로드킬 저감 대책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지자체의 경우 로드킬 조사가 의무가 아니어서 조사하지 않거나 허술하게 조사하는 경향이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한편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로드킬 교통사고는 지난 2004년 11건이 발생해 5명이 부상했다. 2015년에는 사고 12건, 부상 4명이다. 올해는 지난 6월까지 사고 2건, 부상 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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