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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미씽' 공효진 "여성 편에서 투쟁…일할땐 페미니스트"

등록 2016-11-25 09:35:00   최종수정 2016-12-28 17: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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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한 보모 役 "현장서 여성감독 힘 약해…화 나"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배우 공효진(36)은 한국 여배우 중 가장 많은 여성 감독과 작업한 배우 중 한 명일 것이다. 그조차도 "해본 감독이 안 해본 감독보다 많다"고 말한다. 임순례 감독과 '소화 함께 여행하는 법'(2010), 부지영 감독과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2009), 이경미 감독과 '미쓰 홍당무'(2008) 등을 했다. 여성 감독이 어떤 작품을 만드는지, 또 여성 감독의 현장이 어떤 곳인지 그는 잘 안다.

 2013년 '고령화 가족' 이후 주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 출연해온 그는(공효진은 이를 두고 "안 할 수가 없는 작가들의 작품이 계속해서 들어왔다"고 했다),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다시 한 번 여성 감독의 작품을 골랐다. 이언희 감독의 '미씽:사라진 여자'는 공효진과 엄지원, 두 여배우가 온전히 극을 이끄는 작품이다.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 또한 '여자'다.

 영화는 두 엄마, '지선'(엄지원)과 '한매'(공효진)의 이야기. 지선은 일을 하면서 홀로 딸을 키우는 인물이다. 두 가지를 완벽히 병행할 수 없는 그는 보모 한매(공효진)를 고용해 딸을 그에게 맡긴다. 그런데, 야무지고 헌신적이었던 보모가 갑자기 자취를 감춘다. 심지어 딸도 데리고 간 것 같다.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지선은 홀로 한매의 행적을 조금씩 추적해 간다.

 '알탕 영화'(남자들만 우글거리는 영화라는 뜻의 인터넷 용어), '개저비엘'(여성 혐오가 너무 심해 여자들을 배제하고, '예의 없는 아저씨'라는 의미의 '개저씨'들만 등장시키다보니 의도치 않게 남자들의 사랑을 그린다는 뜻의 인터넷 용어)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남성 편향적인 한국영화계이다보니 공효진과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그의 연기보다는 여성 감독이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현장 그 자체에 맞춰졌다.

 공효진은 엄지원·이언희 감독와 함께한 '미씽'을 '투쟁'으로 표현했다. 엄지원 또한 이번 작품을 '도전'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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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배우 두 명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감독도 여성이고, 영화 또한 여자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게다가 엄지원 배우는 "공효진은 페미니스트"라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미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분명한 건 일할 때는 페미니스트다. 현장은 가족 모임이 아니다. 일하는 곳이다. 여성 감독들과 일을 많이 했는데, 그 현장을 보면서 느낀 것들이 쌓여서 그렇게 된 것 같다. 여성 감독들의 힘이 약해 보일 때가 있다. 그런 느낌을 받을 때 화가 난다. 감독은 선장이고 수장인데, 감독이 여성인지 남성인지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현재 한국영화 현장은 남자들이 분위기를 만든다. 여자들이 만드는 분위기가 아니다."

 -엄지원 배우는 이번 작품을 두고 '도전'이었다고도 했다.

 "관객을 향한 도전이나 영화계를 향한 도전은 아니었다. 시작은 현장이었다. 현장에서 감독님과 엄지원 언니, 그리고 내가 남자 스태프와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우리 셋은 '미씽'을 엄마에 대한 영화라기보다는 (더 크게) 여자를 보기 위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여자에 대한 혹은 엄마에 대한 생각이 남자 스태프와 달라서 장면마다 그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 과정이 길었고, 쉽지 않았다. 그게 챌린지였다."

 (공효진은 남자 스태프와의 의견 대립을 특정 장면을 예로 들어 설명했지만, 그 장면이 영화 관람에 치명적인 방해를 줄 수 있어서 이 인터뷰에서는 그 발언을 생략한다)

 -감독이 명확한 연출 의도를 가지고 있을 텐데, 그런 대립이 생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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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이 빨강 노랑으로 명확한 장면이 아니라 미묘한 장면에서 그런 부분이 있었다."

 -격한 대립이었나.

 "재밌게 말하자면, 투쟁했다. 우리 셋(공효진·엄지원·이언희 감독)이 똘똘 뭉쳤다. '남자들 나오는 영화, 다 덤벼' 이런 건 아니다. 영화 찍으면서 감독님의 편에 서기 위해, 여성 편에 서기 위해 설득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현장에서의 그런 대립이 여성 감독이기 때문에 생겼다고 보나.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남성 감독이 연출할 때와 여성 감독이 연출할 때 분위기가 다르다."

 -타협할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 저 장면은 절대 타협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한 건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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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다. 그런데 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뒤끝 있는 것처럼 다 기억하고 그런 건 아니니까. 안 좋았던 일은 빨리 잊는다. 어쨌든 내가 겪은 여성 감독들은 다 어려워했다. 이경미 감독('미쓰 홍당무')은 내가 말릴 정도로 부딪히기도 했다. 물론 여성 감독들 스스로 돌파구를 찾고, 신뢰도를 높이면 좀 더 믿고 따라올 거라는 생각도 한다."

 -임순례, 이경미, 부지영 감독 등과 일했고, 이번에도 여성 감독이다.

 "여성 감독과 일하는 걸 좋아한다. 여성 감독이 연출하니까 출연한다는 건 아니다. 여성 캐릭터가 중요한 작품일 경우, 그 캐릭터를 여성 감독이 더 섬세하게 그릴 수 있다. 물론 남성 감독 중에서도 여성 캐릭터를 잘 그리는 분들이 있다. 김태용 감독, 허진호 감독이 그렇다. 반대 경우도 있다. 여성 드라마 작가 중에 남성 캐릭터는 기가 막히게 만드는데, 여성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별로인 경우도 있다."

 -한국영화는 남자배우 중심으로 매우 편향돼 있다. 여배우가 나올 만한 시나리오 자체가 적은데다가, 쓸 만한 여배우가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너무 오래된 영화계 분위기 아닌가. 여배우가 없어서도 아니고, 그런 작품이 없어서라고 하기도 힘들다. 현재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관객수에 비례한 결과물이다. 어떻게 보면 악순환이다."

 -영화 속 이야기를 해보자. 이번 작품에서 맡은 '한매'는 엄마다. 그러나 배우 본인과 이언희 감독, 호흡을 맞춘 엄지원 배우 또한 엄마가 아니다. 이 영화에는 애끓는 모성애가 표현되지 않나.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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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엄마가 아니었기 때문에 영화의 '톤 앤 매너'(tone & manner)에 맞는 연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엄마였다면, 연기가 달라질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다. 진짜 모성은 우리 영화가 표현한 것과는 또 다를 수 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모른다는 말을 하지 않나. 나 역시 결혼 안 한 여자가 느끼는 것 이상의 감흥은 없더라. 하지만 진짜 엄마의 마음으로 연기했다면, 이 영화는 보기 힘든 영화가 됐을 거다. 애가 없어졌는데, 미쳐버리지 않겠나. 영화는 다큐가 아니다."

 -엄지원 배우와 함께 극을 이끌어가지만, 두 사람이 한 화면에 나오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다. 감독과 두 배우가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이번 작품을 만들어갔다고 하는데, 어떻게 소통이 가능했던 건가.

 "엄지원 언니는 하나의 사실을 알고난 다음 그 감정이 다음 사건으로 이어지는 연기를 해야 한다. 난 그렇지 않았다. '신 바이 신'(scene by scene)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감정의) 연결을 많이 고려하지는 않아도 됐다. 다만 지선과 한매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기 때문에, 그 과정을 적절한 템포로 조절하는 게 필요했다. 그러니까 내가 했던 연기와 엄지원 언니가 했던 연기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그런 점에서 대화를 많이 나누고, 서로 어떻게 연기할지 의논해야 했다. 언니와 성격이 잘 맞았기 때문에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한동안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 집중했기 때문에 이런 역할은 반가웠을 것 같다.

 "'미씽'을 통해 해소되는 게 있었다. 엄지원 언니가 안주인 노릇을 했다면, 난 양념을 제대로 치고 싶었다. 정말 많은 의견을 교환하면서 작업해서 그런지 '미씽'은 손으로 깎고 빚어 만든 작품같다. 이전에는 내 손 떠나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가 않다. 진짜 열정적으로 했다."

 -정말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제 좀 쉬고 싶다. 요새 약간 지겹기도 하다.(웃음) 이러다가 또 2개월 만에 새 작품 들어갈 수도 있지만, '이게 사람이구나'라고 느낄 때까지 쉬어보고 싶다. 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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