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 250만 시대, 장애물은 없는가?

등록 2016-12-06 15:00:54   최종수정 2016-12-28 18: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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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시스】이시우 기자 =  6일 오전 9시 30분께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회덕 분기점 인근(부산 기점 278㎞)에서 관광버스 1대가 다른 차량을 피하려다 옆으로 전복됐다. 이 사고로 승객 4명이 숨지고 42명이 다쳤다. 2016.11.6. (사진=충남지방경찰청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1. 지난 11월6일 오전 9시30분께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회덕 분기점 인근(부산 기점 278㎞)에서 관광버스 1대가 안전지대를 넘어 갑자기 끼어든 승용차를 피하려다 옆으로 전복됐다.

 이 사고로 버스 탑승객 이모(75)씨 등 4명이 숨지고, 41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 참극이 빚어졌다.

 그러나 사고를 유발한 승용차 운전자는 사고 수습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사고 현장을 떠났다.

 다음날인 11월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된 그는 11월9일 결국 구속되고 말았다.

 #2. 지난해 10월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에서 모범택시가 주차장에 진입하다 주차장 화단에 충돌한 뒤 주차된 승용차 5대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피해 차량은 포르셰 911 카레라 4S, 파나메라 터보, 에쿠스 리무진, 그랜저, 벤츠 등으로 차량 가격만 총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 회사원 박모(35)씨는 지난 10월25일 오후 10시께 택시에서 일어난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몸서리를 치게 된다.

 이날 그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서 회식을 마치고 성북구 정릉동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내부순환로를 달릴 때 1분 가까이 택시가 비틀거리는 것을 느낀 그는 자신이 술에 취해 그러는 것 아닌가 싶어 눈을 떴다 충격적인 상황을 목격한다. 택시기사가 졸음운전을 하고 있었던 것.

 그는 택시기사를 흔들어 깨운 뒤 연희동 진출로로 빠져나오게 한 뒤 하차해 다른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이들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고령 운전자'가 '장본인'이었다는 사실이다.  

 경부고속도로 참사를 유발한 승용차 운전자 윤모씨는 76살이다. 경찰 조사 결과, 윤씨는 시력이 좋지 않아 이날도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내의 도움을 받아 운전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0억대 사고를 일으킨 뒤 '급발진'을 주장하다 덜미를 잡혔으나 호텔롯데 측이 피해 보상을 떠안은 덕에 민사 책임을 모면했던 택시기사 서모씨는 당시 75세였다.

 내부순환로에서 졸음운전을 한 택시기사의 나이는 박씨의 기억으로 70대 중반이었다. 특히 그는 "또 졸았나 보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밤에는 조금만 운전해도 졸리네"라고 말해 박씨를 아연실색하게 했다.

◇급증하는 고령 운전자

 9월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5107만 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657만 명으로 2011년 536만 명에 비해 121만 명이 늘어났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전체의 12.7%를 차지, 1990년 5.1%에서 25년 사이에 2.5배나 증가했다.

 과거 65세 이상과 달리 이들은 백발이 성성한 지금도 운전대를 잡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경제발전과 소득수준 향상으로 국내에서도 '마이카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1980~1990년대 30~40대를 보내며 운전에 익숙해진 세대답다.  

 실제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는 지난해 약 230만 명으로 전체 약 3029만 명의 7.6%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약 145만 명)보다 무려 약 63%(약 85만 명)나 증가한 규모다.

 운전자가 늘어난 만큼 이들이 일으키는 사고 건수도 급증했다.

 국민안전처 조사 결과, 65세 이상 운전자 교통사고는 지난해 2만3063건으로 2011년 1만3596건에서 최근 5년 동안 약 1만 건, 무려 69.6%나 치솟았다. 국내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11년 6.1%에서 2015년 9.9%로 약 4%포인트나 커졌다.

 문제는 고령 중의 고령이라 할 수 있는 75세 이상 운전자도 그만큼 더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65세 미만 운전자보다 운전 부주의나 인지능력 등의 장애로 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 국가손상조사감시 중앙지원단(단장 이경원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2011~2014년 국내 20개 주요 병원 응급실을 찾은 교통사고 환자 분석 결과를 11월8일 발표했다.

 이를 보면 75세 이상 운전자는 부주의로 인한 사고 비율(75~79세 15%, 80세 이상 14%)은 65세 미만 운전자(6.6%)의 2배를 넘었다. 또한 인지능력 등의 장애로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운전대를 갑자기 돌려 사고를 일으킨 비율은 75세 이상(5.1%)이 65세 미만(1.8%)의 2.8배였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사고 당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65세 미만의 안전벨트 착용률은 81.5%였지만 80세 이상은 66.7%만 안전벨트를 맸다.

 사고 뒤 손상도 커 75세 이상은 65세 미만보다 입원 치료를 받은 비율이 4배 넘게 높았고, 입원 기간도 50%가량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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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도로교통공단이 주최한 '어르신 교통사고 ZERO 캠페인'이 11일 서울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열렸다. 캠페인 부스 내 마련된 ‘인지기능검사’ 부스에서 어르신이 직접 안전 운전 능력 평가를 위한 인지기능검사를 받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은 고령 운전자 대상 개인별 맞춤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인지기능검사 도구를 개발했다. 고령자 인지기능검사 및 안전교육 활성화를 위해 어르신들이 계신 복지관 및 관련 시설을 직접 방문해 교육하는 ‘찾아가는 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국 각 운전면허 시험장에서도 체험 가능하다. 2016.10.11. (사진=도로교통공단 제공)  photo@newsis.com
◇정부, 고령 운전자 문제 뒷북 대책…택시는 이번에도 치외법권?

 국민안전처·국토교통부·경찰청은 9월27일 ‘노인 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도로교통법 제871를 고쳐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 갱신주기를 3년으로 단축할 계획이다.

 현재 65세 미만은 10년, 65세 이상은 5년마다 갱신하고 있다. 미국·뉴질랜드 등이 75세 이상 운전자에게 2년마다 도로주행 시험을 치르게 하고, 일본·영국·이탈리아 등이 70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를 3년마다 갱신하는 것을 뒤따르는 셈이다.

 또한 75세 이상 운전자는 면허를 갱신할 때 도로교통공단이 주관하는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도록 의무화한다. 지금까지는 운전자가 자율적으로 이수 여부를 선택하도록 해 실효성을 거두지 못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에도 고령 택시 운전기사에 대한 조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이 10월4일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5년 공단의 운수 종사자 관리 시스템상 65세 이상 택시운전자는 전체(28만1521명)의 19.5%인 5만4802명이었다. 택시기사 5명 가운데 1명이 고령자인 셈이다.

 이런 고령화 여파로 65세 이상 택시기사가 일으킨 교통사고도 2011년 2113건에서 2015년 3540건으로 67.5%나 증가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올해부터 자격 검사를 65세 이상 버스 기사는 3년마다, 70세 이상은 해마다 실시하도록 했지만 택시기사는 업계 반발 등에 숨어 적용에서 벗어났다.

◇고령 운전자, 왜 운전을 고집하나  

 고령자가 운전하는 첫째 이유는 역시 자신이 운전을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 때문이다.

 물론 오랜 운전 경력만 보면 운전을 시작한 지 3년도 채 안 된 20대 초보 운전자보다 경력 40년이 넘은 70대 베테랑 운전자가 운전 실력만큼은 훨씬 뛰어날 수 있다.

 하지만 신체 각 부위 노화가 일으키는 기능 저하가 문제다. 특히 눈과 두뇌가 운전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문제다.

 한국교통연구원은 "고령 운전자는 시각적 능력 저하가 두드러진다. 정지 시력은 60세 이상부터 30대였을 때보다 80% 수준으로 떨어진다. 동체 시력은 정지 시력에 비해서도 30% 정도 낮게 측정된다"고 지적했다.

 도로교통협회는 "고령이 되면 두뇌는 집중력도 떨어지고 단기 기억력도 저하한다. 달려오는 상대 차량을 보면서도 그 속도를 가늠하기가 힘들다. 청력·근력 등이 저하돼 운전할 때 불편함을 초래한다"고 짚었다.

 이런 실정이지만 고령 운전자 스스로 자신의 정신질환, 신체 장애 등 병력을 솔직히 밝히지 않는 한 면허 갱신을 제한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실제 2종 면허 소지자는 70세 전까지는 시력검사마저도 받지 않는다. 게다가 신체검사나 건강진단서 없이 질병 보유 여부만 적어내면 갱신할 수 있다.

 둘째 이유는 운전하지 않을 때 노인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불편함 탓이다.

 국내 교통여건은 교통약자인 노인들에게 그리 친절하지 못 하다는 점도 고령자 운전을 부추긴다. 특히 근래 자녀 출가, 사별 등으로 급증한 홀몸노인이 생활에 꼭 필요한 외출(병원·쇼핑)을 하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란 쉽지 않다. 운전하지 않으면 불편하다는 사실을 뻔히 아는 그들에게 운전대를 놓으라고 강요할 수만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대한노인회 관계자는 "노인을 위한 이동 배려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만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복지 차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비판했다.

◇규제만이 능사인가  

 '100세 시대'라는 말이 이미 일반화할 정도로 국내 고령층 증가 속도는 그야말로 빛의 그것이다. 이는 고령 운전자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요즘 한창 개발 중인 자율주행자동차가 보급되면 100세 노인도 얼마든지 운전대에 앉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개발된 각종 자율주행 기능도 일부 고급차에만 장착됐을 뿐 대부분 차량에는 '그림의 떡'이다. 결국 자율주행차 시대가 와도 부유층 노인부터 혜택을 누릴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결국 정부가 대중교통 체계를 고령자가 자신의 운전면허를 기꺼이 '장롱 면허'로 만들 만큼 매력적으로 탈바꿈시켜야 할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현재 일각에서 거론되는 65세 이상 대중교통 무료 이용 혜택 축소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친다. 오히려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통평론가 피터 김씨는 "영국이나 일본 등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교통 선진국의 고령 운전자 대책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행 장애인 콜택시처럼 운전면허를 반납한 고령자 전용 콜택시를 운영하거나 택시나 고속버스, 열차 이용 시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주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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