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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간교함과 정의 대결속 통쾌한 한방…'마스터'

등록 2016-12-19 09:19:05   최종수정 2016-12-19 09: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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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는 망설임 없어 보이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사족 없이 기승전결이 명확하고, 캐릭터는 입체감이 없는 대신 선명하다.  평균 이상의 만족감을 주는 잘 만들어진 기성품 같다. 단, 순간 도약하는 의외성 없이 무난하기도 하다. 그게 이 작품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지능범죄수사팀 김재명(강동원)은 조 단위 사기 행각을 벌이는 원네트워크 회장 진현필(이병헌)의 뒤를 쫓는다. 김재명의 목표는 진현필 한 명이 아닌 그와 관계한 정·재계 인사 모두를 잡아들이는 것. 그는 진 회장의 브레인 박장군(김우빈)을 포섭해 진 회장을 압박해 간다. 박장군은 김재명과 진현필 사이를 오가며 생존을 도모하고, 눈치 빠른 진현필은 주변 상황이 어수선해지기 시작하자 경찰에 반격함과 동시에 망명을 시도한다. 김재명의 계획은 어그러진다.

 매끈한 오락영화다. 조의석 감독은 전작 '감시자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최근 한국 범죄수사물의 트렌드를 영리하게 구현해 관객의 시선을 묶어둔다. 이야기는 최소한의 개연성만 확보한 채 쉬지 않고 전진한다. 컷을 잘게 나눈 편집은 서사에 속도와 리듬을 더하고, 현란한 촬영은 관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여기에 세대별 대표 배우들이 나서 그들의 캐릭터를 충실히 살리니 '마스터'를 두고 지루하다거나 재미없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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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감독은 관객이 이 장르에서 기대하는 요소들을 빠짐 없이 챙겨 넣었다. 사기단과 경찰의 대결은 1, 2차전에 걸쳐 벌어지는데, 2차전 장소를 필리핀 마닐라의 빈민가로 옮겨 보는 재미를 더했다. 액션도 필수 요소다. 작은 격투 장면으로 시작해 후반부 대규모 카체이싱까지 서서히 강도를 높이는 액션으로 긴장감을 유지한다. 도망가는 자와 잡으려는 자, 그 사이를 오가며 살아남으려는 자의 일사불란한 지략 대결도 흥겹다.

 진현필의 '끝 모를 간교함'으로 영화를 치장하면서 김재명의 '당연한 정의(正義)'를 영화의 정신으로 삼은 점도 인상적이다. 이 설정은 '마스터'를 경쾌한 과정을 거쳐 해피엔딩에 도달하게 해준다. 최근 이 장르 한국영화들이 경쟁하듯 어두워지는 것과는 반대 결론으로 기분 좋은 관람 체험을 선사한다.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불러도 무리가 아닌 '사회 비판' 또한 적당히 버무려 일정 수준 이상의 통쾌함도 준다.

  '마스터'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보장하는 작품이지만, CJ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대형 투자·배급사가 찍어내듯 제작하는 '1000만 달성 기획 영화' 성격도 다분히 가지고 있다('마스터'는 CJ 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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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이런 단점들을 모두 눈감게 하는 건 배우를 보는 재미다. 이병헌은 매장면 감탄스러운 캐릭터 묘사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상황과 상대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진현필은 그 자체로 이병헌이 어떤 배우인지 설명하는 듯하다. 강동원은 자칫 고리타분하거나 느끼할 수 있는 인물을 담백한 매력의 인물로 조형하는 데 성공했고, 김우빈은 기죽지 않는 연기로 그가 왜 이병헌·강동원과 함께 연기하는지 스스로 증명한다.

 김재명은 경찰청장에게 "대한민국에 저 같은 미친놈도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한다. 평소와 같은 시기였다면, 이 대사는 전혀 인상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라가 혼란스런 지금, '마스터'에서 가장 울림이 있는 대사가 있다면 바로 이 대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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