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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도우미 '카맨'…도시의 욕망을 나르다

등록 2017-01-03 06:56:37   최종수정 2017-01-09 10: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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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지난해 12월22일 경기 안산시 한 노래방 앞에서 도우미가 승합차에서 내리고 있다.

sky0322@newsis.com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이 기사를 쓸지 말지 끝까지 망설였습니다. 앞서 기자는 제보 한 통을 받았습니다. 노래방에서 최근 성매매가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제보 내용이 단순한 말 놀음이 아니어서 가래떡 썰듯 잘라낼 수 없었습니다.

 누구나 압니다. 은밀한 세계, 그들만의 세상이라지만 우리가 애써 감추거나 모른척한 현실입니다. 고민이 점점 깊어졌습니다.

 은밀한 세계는 뒤틀린 욕망을 끊임없이 부채질합니다. 하룻밤의 일탈을 꿈꾸는 남성들의 욕망은 돈으로 환산됩니다. 욕망은 모든 걸 단숨에 확인하고, 묻어버립니다. 법과 제도는 공허할 뿐입니다. 꿈틀대는 욕망을 채우면 그뿐입니다.

 까놓고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노래방은 어디까지나 뒤틀린 욕망의 알리바이 공간입니다. 남성들은 노래방에서 오직 성욕을 채우는 데만 관심을 가질 뿐입니다. 도우미는 뒤틀린 남성들의 욕망을 온전히 감내합니다. 노래방이 어두운 것은 찰나의 욕망을 은폐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릅니다. 

 감당하기 버겁습니다. 현실 속에 버젓이 존재하지만, 다루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습니다. 내부 회의에서도 여러 의견이 나왔습니다. "자칫 선정적인 보도가 되지 않을까" "성매매를 안내하는 것은 아닐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선정성에 묻힐 수 있다" 등등 모두 타당한 의견이었습니다.

 대중의 얄팍한 호기심을 자극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욕망이 웅크린 우리 사회 민낯을 고스란히 담고 싶었습니다. 어딘지 불편하고, 감춰야 하지만 우리 사회의 민낯임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고심 끝에 "선정적이지 않은 범위 내에서 이 문제를 다루면 좋겠다"는 한 선배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 기준이 명확지 않습니다. 선정적인 내용을 경계하고, 있는 그대로 사실을 전달하는 데 치중했습니다.

 혹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이라면 기자의 필력이 미약하기 그지없는 탓입니다. 이해를 구하기보다 먼저 사과를 드리는 것이 독자에 대한 도리라 생각합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린 지난해 12월22일 오후 7시 경기 안산시. 까맣게 선팅을 한 승합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운전석 남성이 조수석 창문을 내리더니 밖을 향해 연신 손짓했다.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에 립스틱을 짙게 바른 여성이 투영됐다.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이 여성이 이내 승합차에 올라탄다. '왕고참' 한모(38·여)씨다.

 눈이 마주쳤다. 여성은 마뜩잖은 얼굴로 낯선 기자를 향해 한참 시선을 고정했다.

 그는 담배 한 대를 물고 화석처럼 굳은 표정으로 눈을 흘겼다. 연신 한숨 섞인 담배 연기만 품어내던 한씨는 퉁명스럽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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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지난해 12월22일 경기 안산시 한 노래방 앞에서 도우미가 승합차에서 내리고 있다.

sky0322@newsis.com
"저 오빠는 누구, 새로운 '카맨(노래방 보도 사무실 운전자)'이야?"

 카맨 서모(37)씨는 "너구리 잡냐, 차 안에서 (담배 좀)작작 피워라. (그는)일 배우러 왔어. 넌 몰라도 돼"라고 퉁명스럽게 답하며 선루프를 열었다. 차 안에 자욱했던 담배 연기가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한씨가 웅얼거리는 군소리도 덩달아 따라 나갔다.

 서씨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핸들을 왼쪽으로 꺾었다. 곧장 유흥가로 내달렸다. 먼발치 저 멀리 젊은 여성 한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차가 멈춰 서니 약속이라도 한 듯 안으로 들어섰다. 이날 서씨가 관리하는 노래방 도우미 7명이 출근했다.  

 서씨가 쥐고 있던 무전기에서는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선뜻 알아듣기 힘든 말들이 쏟아졌다. 서씨는 하나라도 놓칠세라 무전기에 귀를 갖다 댔다. 무전기를 통해 협회에 가입된 다른 카맨들과 수시로 얘기를 나눈단다.

 "이 무전기가 500만원짜리라면 믿겠어요?"

 서씨는 2년 전 노래방 보도 사무실 협회(?)에 보증금 500만 원을 내고 무전기를 받았단다. 보도 세계에도 엄연히 룰이 존재한다. 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른바 '연줄'이 있어야 가능하다. 회비도 월 11만 원이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으면 영업하기 힘들어요. 아예 영업을 못 하게 방해하기도 하고, 무리를 지어 세를 과시하기도 하죠."

 이날 출근한 여성들의 연령층은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차 안에서 외딴 섬처럼 서로 뚝 떨어져 있었다. 무엇을 위해 여기서 일하는지, 어쩌다 이 일을 하는지, 돈은 얼마나 버는지, 인사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어 서로 알기 어렵단다.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다만, 눈에 익은 이가 사라지면 걱정스러운 시선이 부랴부랴 꽂혔다.

 이들은 의자에 기대앉은 채 애꿎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거나 긴 머리카락을 말아 올렸다 부풀렸다 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연신 담배만 피웠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노래방, 20대 초 둘, 이벤트 가능"이란 말이 무전기에서 흘러나왔다. 잠시 한눈을 팔던 서씨 목소리가 커졌다. "○○, 가능". 서씨는 응답하자마자 부리나케 내달렸다.

 "비도 오는데 돈이나 벌자!"

 뒷좌석에 지루한 표정으로 있던 취업준비생 강모(24·여)씨가 추임새를 넣더니 분주히 화장을 고쳤다.

 무전기에서 흘러나온 '○○노래방' 앞에 불과 5분 만에 도착했다. 강씨는 차에서 내리기 전 향수를 마구 뿌려댔다. 향수와 담배 냄새가 뒤섞였다. 그래도 누구 하나 싫은 티를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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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노래방 도우미를 실어 나르는 이른바 '카맨'이 노래방업주에게 도우미들의 출근을 알리는 메시지 내용.

 sky0322@newsis.com
서씨는 인도와 맞닿은 끝 차선 좁은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주차했다. 시동을 끄지 않았다. 도우미들이 혹시 '퇴짜'를 맞을 수 있어 10분 정도는 기다린단다.

 "이벤트가 뭐냐"는 물음에 "성매매"라는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카맨들 사이에서 쓰는 은어였다.

 성매매 대금이 얼마인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10만원”.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입에서 대답이 나왔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목소리는 담담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 강씨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출근 전 유흥가 노래방을 돌며 명함과 휴지, 라이터를 돌린 덕일까. 서씨 휴대전화가 연신 울렸다.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덩달아 뒷좌석에 타고 있던 여성들도 바빠졌다.  

 서씨는 한참이나 유흥가 골목 이곳저곳을 누비며 여성들을 실어 날랐다. 

 한씨에게 전화가 왔다. 데리러 오라는 것이었다. 차에 올라탄 한씨의 기분이 언짢은 듯했다. 서씨가 담배를 권하며 이유를 물었다.

 "짤짤이 방인데, 머리 벗어지고 배 나온 아저씨가 계속 더듬잖아"

 대답을 마친 한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른바 '짤짤이'는 돈이 안 되는 1시간(3만 원)짜리 방을 말한다. 이런 손님은 도우미에게 돈이 별로 안 된다. 카맨에게 수수료 9000원을 주고 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성매매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성매매 대금 10만 원은 온전히 도우미 몫이기 때문이다.  

 얼추 3시간이 지났다. 서씨는 강씨를 데리러 서둘러 핸들을 꺾었다. 강씨는 노래방 앞 인도에서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 억지로 자리에 앉은 강씨는 술에 취한 듯 꼬인 발음으로 욕을 해댔다. 알아들을 수 없었다.

 강씨가 팽개치다시피 한 가방에서 검은색 홀복과 콘돔, 물티슈 등이 쏟아졌다. 옆자리에 앉은 한씨가 일일이 주워 가방에 다시 넣었다. 욕하다 지쳤는지 강씨의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앉았다.

 새벽녘 도우미를 둘 수도, 술을 팔 수도 없는 노래방 영업이 끝났다. 서씨의 무전기도, 휴대전화도 더 울리지 않았다. 

 서씨는 자판기 커피를 다 마셨는지 종이컵을 구겨 바닥에 버린 뒤 담배를 입에 물었다. 차 안은 다시 담배 연기로 자욱해졌다. 꽁초가 수북이 쌓인 음료수병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추적추적 내리던 비는 멈췄지만, 어둠은 완전히 물러나지 않았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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