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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한국 시니어산업 걸음마 수준…일본은?

등록 2017-01-09 17:59:09   최종수정 2017-01-16 21: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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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전 세계 주요국이 ‘초고령 사회’라는 인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50대 이상 인구가 급속히 증가, 고령화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사회 전반의 체질 개선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고령사회를 기회로 인식하고 ‘고령친화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각종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각국 기업들도 이와 관련된 사업 모델 구축에 들어갔거나 준비 중이다.

 한·중일 3국의 시니어 인구는 현재 1억7000만여명에서 2030년에 4억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시니어 산업은 주목되는 시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시니어 관련 산업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업 대부분은 실제 시니어 시장의 수요나 구매력에 대해 분석 노력을 적
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며 “기업들의 시니어 시장에 대한 정보와 이에 대한 이해를 넓혀 빠르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고령국가 일본, 시니어산업 활발

 세계 1위의 초고령 국가인 일본은 현재 인구 1억2000만명 중 4분의 1인 약 3400만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1970년 고령자 비율이 7%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으며 24년만인 1994년에 14%를 돌파하는 등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초고령자의 비중이 매우 높아 2015년 기준 80세 이상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분의 1인 1002만명이나 된다.

 일본 정부는 1980년대부터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골드플랜 21, 개호보험제도 등 다양한 제도 개선을 추진해왔다. 골드플랜21은 치매성 고령자 지원 대책, 종합 질병관리 추진, 지역생활 지원체제 정비 등 노인 복지 증진을 위한 각종 대책 마련을 위한 정책이다. 개호보험제도는 40세 이상 전원을 피보험자로 하는 강제적 사회보험제도다. 보험료 납부 시 각종 시니어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시니어 인구 증가와 함께 관련 제도·인프라가 확충되면서 일본 전체 시니어 산업 규모는 급격한 양적 성장을 이뤘다. 일본 시니어 산업은 1990년 330조원 수준에서 2030년에는 약 77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증 노인부터 액티브 시니어까지 폭넓은 제품군

 일본은 노인복지정책의 하나로 2000년 개호보험제도가 도입된 이래 급여 품목을 중심으로 시니어 용품 산업이 급격히 성장했다. 개호보험제도는 인구 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고령층의 의료·보건·복지를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지원· 관리하는 제도로 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유사하다.

 시니어·환자 등 대상자는 개호보험제도 급여품목으로 지정된 각종 시니어 용품을 제품가의 5분의 1 이하를 내고 빌리거나, 구매 시 보조금 수령이 가능하다. 저렴한 금액으로 시니어 용품 대여가 가능해지면서 시니어 용품 제조 기업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초기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시장 규모는 1990년 약 10조엔에서 2025년 155조엔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은 휠체어 등 중증 시니어용 제품부터 휴대용 지팡이 고정대, 실리콘 재질의 숟가락까지 노인 신체특성에 맞춘 다양한·세분류 제품이 발달했다. 스탠딩 휠체어와 리프트 등 거동이 불편한 시니어와 중증 환자의 이동성 향상을 위한 각종 운동 보조 기구, 일상생활 시 발생하는 각종 소소한 번거로움 해결에 도움을 주는 용품 등이다.

 시니어 식품도 다양하다. 단순한 의료용 식품 개발 사업에서 탈피, 시니어 개개인의 다양한 수요에 맞는 식품을 개발하면서 시니어 식품 시장이 팽창했다. 일본 대기업들은 시니어 식품산업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으며 각종 건강기능식품에서 나아가 수프·푸딩 등 유동식 및 개호식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식품산업 진출 현황을 보면 모리나가유업이 2013년부터 시니어용 식품 ‘야와라카데 시리즈’를 판매하고 있다. 메이지유업은 2008년 유동식 전용 공장을 세우고 2009년 이후 상품 라인을 다양화하고 있다. 마루하니치로는 혀와 잇몸만으로도 으깰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운 시니어 식품 개발하고 있다.

 ◇시니어 상설 체험전시장은 전국 81개

 일본 정부는 1992년부터 전국에 120여개(현재 81개)의 시니어제품 상설 전시장 설치를 통해 제품의 전시·체험과 상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상설 전시장에서의 각종 용품 체험 기회는 ‘보고, 만지고, 느껴야 소비가 일어나는’ 경험재 특성을 보인 시니어 용품산업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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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손 편의점 내 판매중인 시니어식품(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시니어 용품은 직접 사용해본 후에야 제품 편의성 판단이 가능한 경험재의 특성을 보이므로 오프라인 유통점 확보는 시장 확대에 필수다. 대다수 시니어는 눈으로 직접 보기 전에는 시니어 용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나 한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재구매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대대적 시니어 상설 전시장 구축으로 일본 시니어 제품산업은 본격적인 성장을 이룩하며 산업을 확장했다. 특히 1996년 오사카 내에 설치된 일본 내 최대 시니어제품 전시·체험장인 ATC 에이지리스(Ageless) 센터의 경우 개장 직후 3개월 동안 1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유치할 정도로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다.

 전체면적 5000㎡ 규모의 이곳은 12개 콘셉트로 구분, 2000여 종류의 관련 제품을 들여놨다. 이곳에서는 어린이·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연령을 대상으로 시니어 용품 체험을 할 수 있다. 최신 시니어 용품에 대한 정보제공과 사용법도 교육하고 있다.

 ◇한국,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시설 부재

 국내는 2007년부터 시니어제품 상설전시·체험관 건립 사업을 추진했으나 현재 성남·광주·대구 등 전국에 3곳(일본의 약 3%)이 설치됐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성남체험관은 연간 방문자 수가 3만여명에 그쳐 약 20만명이 방문하는 일본 ACT 에이지리스 센터 대비 74분의 1에 불과하다

 대구체험관 시니어 용품의 경우 의료기관 등에서 사용하는 전문 의료기기 품목 위주로 구성돼 일반 고객의 요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자체에서 비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상설 체험관 특성상 내점하는 노인들은 전시된 용품 체험만 가능할 뿐 직접 구매는 어려운 실정이다. 상설체험에 비치된 용품 구매를 위해서는 담당 직원을 통해 방문자가 직접 업체에 연락을 취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발생한다.

 현재 몇몇 시니어 용품 제조 기업이 상설체험관 내에 입주해 있으나 이는 주로 체험관 내 연구·개발(R&D) 시설 이용과 공동 제품개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일본, 어디서든 구매 가능한 유통망 조성

 일본의 시니어는 각종 시니어제품 전문점과 박람회를 통해 시니어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또 편의점·슈퍼마켓 등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일본 유통기업인 이토요카도는 자체 시니어용 PB 상품판매장 ‘안심서포트숍’을 2004년부터 전개해 2012년까지 104점포를 확보했다.

 전국에 5만여 개가 넘게 설치된 편의점은 시니어들이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식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동네 편의점을 선호하는 시니어 특성을 고려해 시니어 상품 코너를 마련한 것이다.

 미니스톱 등 유통점포 1만여 개를 보유한 유통기업 이온그룹은 2012년부터 수도권과 동북지역에 시니어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로손은 최초로 노인 요양 서비스 상담창구와 다양한 종류의 시니어용품 전문 판매 코너를 갖춘 편의점을 오픈했다.

 글로벌 수산식품업체 마루하니치로 홀딩스는 2014년부터 어류·쇠고기로 만든 씹기 쉬운 시니어 식품을 시니어 가정에 배송하는 택배사업을 하고 있다. 도시락 택배회사인 와타미타쿠쇼쿠는 거동이 불편한 시니어를 위해 신체 기능에 따른 식재·칼로리 구성·배달시간을 고려한 도시락 택배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대형유통점이나 백화점 등을 돌아봐도 시니어제품 관련 코너를 찾아보기 힘들다. A 대형유통점은 아동용 과자·장난감·화장품 등 다양한 품목을 전용 코너와 전문점을 통해 진열하고 있으나 시니어 용품 코너는 없다. B 백화점도 아동을 위한 제품은 별도 층까지 마련돼 소비자 선택의 편의를 돕고 있으나 시니어 관련 코너는 만들지 않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시니어 산업은 틈새시장이 아닌, 새로운 메인 시장”이라며 “이 시장의 성공은 경험 확산과 기업·정부의 투자 확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swry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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