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의 맛볼까]120일 건조숙성 2등급 한우 암소 고기…상암동 서동한우

등록 2017-03-21 13: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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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고기 한 점을 집어 혀끝에 올리면 어느새 살살 녹고, 살짝 깨무는 순간 육즙이 입 안에 가득 차며….'

 '미각 중의 미각' '맛의 황제'로 꼽히는 마블링이 가득한 '투플러스(1++)급 꽃등심'의 육질과 향미를 극찬할 때 기자가 수년간 사용해온 상투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극찬을 투플러스급 꽃등심에만 쓸 수는 없게 됐다. 불과 '2등급 한우 암소 고기'를 먹어도 이런 기분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탓 또는 덕이다. 물론 투플러스 꽃등심보다 더 특별한 고기이긴 하지만 말이다.

 최근 지인들과 모임을 하러 갔던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 1차 아파트 건너편 '서동한우'가 바로 2등급 한우 암소 고기로 투플러스급 꽃등심을 능가하는 맛을 내는 '소굴'이다.

 그러나 절대로 불법도, 편법도, 탈법도 아니다. 아예 당당히 '2등급'을 쓴다고 당당히 내걸고 있다.

 2등급이라면 마블링은커녕 기름(지방)도 거의 없는 그야말로 새빨간 살코기다. 그런데 이 집 고기는 다르다.

 '본 인 립아이(700g)'를 시켰다. 큼직한 뼈와 함께 어른 팔목만 한 고기가 나왔다. 뼈를 뺀 중량이다.

 고기를 가져온 직원이 고기에 관해 설명한다. "저희 고기는 120일 드라이 에이징(건조 숙성)한 2등급 한우 암소고기입니다."  

 드라이 에이징이야 흔히 들어봤고, 여러 차례 고기도 먹어봤지만, 120일이라니….  

 그런데 사실이다. 이 집은 2등급 한우 암소 고기를 충남 부여군에 있는 자체 연구개발(R&D) 센터에서 50~120일 동안 드라이 에이징을 한다.

 이를 통해 마블링이 없던 고기가 투플러스급 육질을 탑재하고, 미각을 장착한다. 이후 비로소 고객 미각 사냥에 나선다.

 실제 먹어보니 마블링으로 가득한 것처럼 부드럽고 씹히고 육즙도 탁 터지면서 맛도 고소하며 진하다. 게다가 목으로 넘긴 뒤에는 느끼하거나 속이 더부룩한 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게다가 참숯 위 불판에 고기를 올려놓고 계속 굽고 있지만, 연기나 고기 타는 냄새를 전혀 느끼지 못 했다. 불판 아래로 흘러내려 불에 탈 기름이 없어서였다. 즉, 미세먼지 걱정도 적다는 얘기다.

 '몸'이 먼저 경험했다면 이젠 '머리'가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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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미식가들은 마블링 많은 고기를 당연히 귀하게 여겼으나 요즘은 180도 달라지고 있다.

 마블링의 단점들, 그러니까 '마블링=지방=기름=포화지방산'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서 마블링이 건강에 해롭고, 다이어트에 치명적이라는 진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한 고기에 마블링이 최대한 많이 생기도록 도축 전 일정 기간 소를 일부러 가둬놓은 채 곡물만 먹여 키운다는 것에 대한 문제 인식도 하게 됐다.

 그렇지만 마블링의 환상적인 맛까지 포기할 수는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집 고기처럼 장시간 드라이에이징을 통해 맛을 낸다면 건강이나 다이어트에 나쁜 영향을 미칠 걱정 없이, 동물에게 복지를 보장해주지 못 한 미안함도 줄이면서 아주 맛있게 단백질 등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다만 2등급이라고 해도 가격이 저렴한 것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드라이 에이징이 길어야 5일인데 이 집은 50~120일을 건조 숙성하다 보니 그 노력부터 손실까지 희생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수분이 날아가면서 고기 중량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공기와 맞닿는 겉 부분을 중심으로 40%가량을 버려야 한다. 인력, 공간 등 돈 들어갈 것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 인 립아이가 100g당 3만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기자는 이 집을 계속 찾으려 한다. 손님이 한 명이라도 늘어난다면 대량 판매가 가능해져 가격이 좀 더 낮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 때문이다.

 점심 특선인 '암소 한우 국밥'(7000원)과 상시 먹을 수 있는 '서동탕'(1만5000원), '얼큰 선화탕'(1만3000원), '육회 비빔밥과 갈비 된장찌개'(1만2000원) 등 한우 고기로 만든 식사 메뉴도 풍성하다.   

 1층 홀(40석), 2층 룸 8개(80석)

 설·추석 당일만 쉬고, 매일 오전 10시30분~오후 10시 영업한다. 주차장 있음.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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