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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수신의 덫①]"年 수익 220%?"…가상화폐 투자 설명회 직접 가보니

등록 2017-10-31 06:00:00   최종수정 2017-10-31 08: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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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하경민 기자 =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8일 전자화폐 발행사업에 투자하면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투자자 수천 명을 속여 600억원 상당을 가로챈 A(54)씨 등 9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일당 3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비트코인을 디자인을 바탕으로 이들이 허위로 발행한 가상화폐. 2017.05.18.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yulnet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가상화폐를 주식처럼 거래하면서 수익을 배분합니다. '○○○인베스트먼트'사 독자 개발한 투자 프로그램으로 연이율 220%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지난 11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의 한 상가건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 설명회를 신청한 기자에게 검은색 정장차림의 안내 직원이 설명회장으로 안내했다.

 20~30여석 규모의 설명회장 안으로 들어서자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설명회 참석한 투자자들의 연령층도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을 상담실장이라고 소개한 직원이 곧바로 'VIP 맞춤형 상담 신청'이라고 적힌 신청서를 건넸다. 이름과 연락처, 이메일 주소 등 간단한 개인 신상정보와 투자 경험을 묻는 다양한 항목들이 길게 나열돼 있었다. 기자인 사실을 감추고 투자자 행세를 하며 빈 칸을 채웠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에 말끔한 회색 정장 차림의 4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강단에 올랐다. 그의 한 손에는 제법 널따란 비트코인 모형이 있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가상화폐 투자 프로그램으로 연이율 200% 이상 보장합니다. 당신의 미래는 가상화폐 투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그는 설명회 시작부터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그는 매달 일정한 수익금이 찍힌 통장 사본을 화면에 띄어놓고, 설명을 이어갔다. 꽤 높은 금액이 일정한 간격으로 통장에 찍혀있지만, 실제인지 위조된 것이 확인할 수 없었다.

 그는 "부러워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투자해야 미래가 보장된다"며 "여기 계신 투자자들께서도 매달 수익금으로 해외여행도 다니고 외제차도 굴릴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자신들의 직접 개발했다는 투자 프로그램 관련 영상물이 10분가량 나오자 그는 온갖 추임새를 넣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또 투자 프로그램을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1시간가량 진행된 설명회가 끝나자 투자자들은 건물 안쪽에 마련된 상담실로 흩어졌다.

 한 평(3.3㎡) 남짓한 상담실에는 앉자마다 투자 방법과 수익률 등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된 내용이 담긴 안내서에 관한 상담실장의 설명이 한참동안 계속됐다. 그는 설명이 끝날 때마다 "가상화폐가 고스란히 수익이 된다"며 줄기차게 투자를 권유했다. 

 "저희 회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투자 프로그램으로 직접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4년 넘게 걸렸어요. 미국과 영국에서 정식 인증 받은 프로그램입니다. 연 220%가 넘는 수익률이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그는 상담실 한쪽 벽에 영문이 빼곡하게 적힌 각종 인증서와 '200억 추가 달성'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는 원금보장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다단계나 유사수신 업체가 아닌 제도권 금융회사라고 수차례 언급했다. 그가 건네 투자 설명 자료에는 '원금과 연 220%의 수익률 보장'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원금보장과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를 꼬드기는 유사수신 업체의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다.

 그는 한술 더 떠 투자 실적에 대한 홍보도 빼놓지 않았다.

 "은행 예금 이자가 1%예요. 아무리 은행에 적금해도 목돈이 안 돼요. 저희 회사에서 개발한 독자적인 프로그램으로 1년만 투자해도 이자나 배당금으로 연 수익률이 200%가 넘어요. 지금처럼 마땅히 투자할 만한 곳이 없는 상황에 가상화폐는 최고의 투자처입니다."

 기자가 잠시 머뭇거리자, 그는 투자 시기가 늦으면 늦을수록 수익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투자를 거듭 재촉했다. 자신들이 개발한 투자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는 제도권 내 투자 자문회사라고 강조했다. 

 "저희 ○○○인베스트먼트사는 고객님께서 생각하는 다단계나 유사수신이 업체가 절대 아닙니다. 독자 개발한 투자 프로그램으로 수익성이 가장 뛰어난 투자 자문회사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투자해야 더 많은 수익금을 배분받습니다."
 
 사실상 유사수신이 아니냐는 기자 질문에, 그는 "3년 전 정식으로 허가받은 정식 투자 자문회사로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며 기다렸다는 듯이 복사된 사업자등록증을 보여줬다. 하지만 취재 후 금융감독원에 문의한 결과 정상적으로 허가 받은 사실이 전혀 없었다.
 
 그는 또 이번 달 투자 마감이 임박했다며 재촉하기도 했다. 

 "구좌가 꽉 차있으면 나중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절대 할 수 없어요. 이번 달 구좌도 몇 개 남지 않았는데, 서두르세요. 또 함께 투자할 투자자분과 오시면 수익률을 10% 이상 올려드립니다."

 기자가 상담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자, 상담을 기다리는 다른 투자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출입문에는 '가상화폐가 당신의 미래를 책임집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이 나부꼈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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