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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황제 시대 '활짝'…장기집권 독주 치닫나

등록 2018-03-1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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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AP/뉴시스】 시진핑 주석이 11일 주석직 임기 제한 구절을 삭제할 헌법개정안 표결을 앞둔 전인대 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2018. 3. 11.
【서울=뉴시스】 문예성 기자 =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시대가 열렸다. 

 중국 최고 의결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난 11일 베이징인민대회당에서 3차 전체회의에서 수정 헌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해 ‘찬성 2958표, 반대 2표, 기권 3표, 무효 1표’로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헌법 제3장(국가기관)79조 3항의 "중화인민공화국 주석과 부주석의 매회 임기는 전인대 대회 매회 임기와 같고 임기는 두 번 연속 회기를 초과하지 못한다"는 내용은 “중화인민공화국 주석과 부주석의 매회 임기는 전인대 대회 매회 임기와 같다”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향후 시 주석은 3연임은 물론 원칙적으로 종신집권이 가능해졌다.

 중국의 수정 헌법은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권한을 더 강력하게 키워놓았다.

 헌법 서문에 있는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毛澤東) 사상, 덩샤오핑(鄧小平) 이론, 3개 대표론의 지도를 지켜나가는 것"이라는 문구에 "과학발전관과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삽입시킨 것. 중국 역사상 현직 국가주석의 이름을 명시한 ‘사상’이 헌법에 삽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시 주석의 위상이 과거 어떤 지도자보다 막강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이밖에 집권1기 ‘부패와의 전쟁’을 이끌었던 당중앙 기율검사위원회보다 훨씬 강력한 국가감찰위원회의 설립 근거를 헌법에 삽입하기도 했다.
 
 이같은 결과는 이미 예상됐던 것이다. 앞서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2월 25일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임기를 2연임 이상 초과할 수 없도록 한 헌법의 임기 규정을 삭제하는 헌법 수정안을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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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AP/뉴시스】11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헌법 수정안 관련 표결이 진행되는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이 투표하고 있다. 이날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폐지하는 헌법 수정안은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다. 2018.03.11
이 보도는 중국 안팎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고, 그 파문은 일파만파 커졌다.

 중국 관영 매체들이 "미국과의 세계 패권 경쟁 속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반발 목소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부 중국 학자와 지식인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면서도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개헌은 역사의 퇴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또 일부는 전인대 대표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국내·외 언론들의 관심은 개헌안 통과 여부보다는 얼마나 높은 반대표가 나올 지에 집중됐다. 하지만 투표 결과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99.80%의 찬성률을 기록하면서 오히려 지난 2004년 4차 개헌 때의 99.1%보다 더 높아졌다.

 시 주석은 1인 체제 구축을 위한 법적 장치 마련이라는 ‘마지막 단추’까지 끼웠다. 그는 이를 위해 그동안 치밀한 사전 작업을 진행해왔다.  우선  집권 1기 동안 반부패 투쟁 등을 통해 정적을 제거하면서 당·정·군 핵심부를 거의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덩샤오핑이 1인 독재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했던 ‘집단지도체제’는 유명무실해졌다.

 이어 작년 10월 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시진핑 사상)'을 당장에 추가했다. 아울러 집권 2기 최고지도부, 즉 정치국 상무위원단을 포함한 핵심 요직에 시자쥔(習家軍ㆍ시진핑 측근세력)을 전면 포진시켰다.

 개헌까지 마무리하면서 이제는 아무도 시 주석의 독주를 막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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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해외에 있는 중국 유학생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반대하는 ‘낫 마이 프레지던트#NotMyPresident 내 주석 아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캠페인 포스터. (사진출처: 트위터) 2018.03.08
지도자 개인의 오류가 당과 국가적 오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1인 독주 시대 개막에 대한 중국 안팎의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고 반대 목소리도 격렬해지고 있다.

 중국칭녠바오 산하 잡지 ‘빙뎬’(氷点)의 전 편집장이자 학자인 리다퉁(李大同)은 시진핑의 개헌을 청나라 군벌 위안스카이의 황제 제도 부활사건에 비유하면서 정치적 추문이자 치욕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과학원 원사이자 유명 물리학자인 허쭤슈도 "시진핑의 장기 집권 시도는 위안스카이의 황제제도 부활보다 더 잘못된 행보이며 결국 민심의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등지에서 공부하는 중국 유학생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반대하는 ‘낫 마이 프레지던트#NotMyPresident 내 주석 아냐)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중국내 최고 명문 칭화대 법학부에서 최근 임기 제한 폐지에 불만을 표시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걸린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추진한 개헌은 여론의 불만과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반대 및 저항 여론이 실업난과 빈부격차 가중 등 사회문제들과 겹치면 사회적 대혼란 등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강력한 반부패 캠페인을 벌이면서 시 주석은 '모든 권력을 철창 속에 가두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이러니하게 '중화민족 부흥 중국의 꿈'을 부르짖으며 독주하려는 그를 가둘 수 있는 철창은 사라진 상황이다.

 문예성 기자/ sophis73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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