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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통'된 보라카이…관광객 홍수에 몸살 앓는 관광지들

등록 2018-03-25 05:00:00   최종수정 2018-03-27 10: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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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필리핀 휴양지 보라카이. (사진=필리핀 관광청 제공)

 필리핀의 세계적 휴양지 보라카이가 극심한 환경오염으로 전면 폐쇄 위기에 처해 있다.

 헤리 로케 대통령 대변인이 지난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올 여름 이후 보라카이 폐쇄 가능성을 밝혔다. 그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아직 보라카이 폐쇄에 대해 특별히 지시하지 않았다”며 “관광객들은 성주간(오는 25일~31일)에 자유롭게 보라카이를 관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보라카이 폐쇄에 대한) 권고안이 마련됐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앞서 20일 보라카이 환경 복원을 위해  6개월의 폐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날 필리핀 자치단체연합 총회 연설에서 “에두아르도 아뇨 지방정부 장관이 내게 보라카이를 6개월간 폐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며 “이에 나는 (보라카이 폐쇄 및 복원 임무를)  당신에게 맡기고, 어떤 결정을 하든 지지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보라카이 폐쇄는) 6개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뇨 장관은 지난 15일 로이 시마투 환경부 장관, 완다 툴포 테오 관광부 장관과 보라카이 오수 정화 태스크포스 조직인 특별정화위원회를 열어 보라카이를 최대 1년간 폐쇄하는 공동 권고안을 마련했다

 시마투 장관은 다음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 권고안을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제출하기로 했다며 이 조치는 현지 당국이 보라카이를 최상의 관광명소로 복원하고 궁극적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 권고안을 받아들여 보라카이 섬의 전면폐쇄를 공식 발표할 경우, 실질적인 폐쇄는 발표 후 30일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뇨 장관도 성명에서 "우리는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이 섬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1달 후 폐쇄하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당국은 폐쇄기간 동안 권고안에 따라 하수도 시설 개선, 고형 폐기물 관리시설 설치, 습지 싱크홀 등 지질학적으로 위험한 지역에 불법 구조물 철거, 배관 설치, 도로 확장, 합리적 교통체계 도입의 조치를 해야 한다.

◇'천혜의 섬'에서 '오염 천국'된 보라카이…연간 유람선 48척 입항

 보라카이 환경오염이 도대체 얼마나 심각하길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악취가 진동하는 '수채통'이라고 말했을까?

  현지 일간 마닐라불레틴 16일자 보도에 따르면, 환경부가 지난 2016년부터 매월 보라카이 동부에 있는 블라복 비치의 수질을 조사한 결과 분뇨가 많이 검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마투 장관은 보라카이 1년 폐쇄 권고안 발표할 당시 “블라복 비치는 카이트보딩을 즐기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며 "외국인 관광객이 수질 오염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피부병이 생겼다는 관광객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매일 90t~115t의 고형 쓰레기가 발생하지만, 현지 당국은 30t 밖에 처리하지 못해 나머지 85t는 그대로 방치된다"며 "이 섬의 중앙집중식 자재물처리시설도 쓰레기폐기장이 됐다“고 지적했다.

  현지 당국은 갯벌과 습지에 불법 건축물 937곳, 동부에서는 불법 영업소 102곳을 적발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9일 한 비즈니스포럼에서 "보라카이는 수채통“이라며 ”섬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하수와 쓰레기 문제가 현지 생태계를 파괴하고, 관광객의 건강도 위협한다고 비난했다.

  현지 언론 더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도 폐쇄조치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한다. 주민들은 중국 단체관광객이 전세기로 타고 이 섬을 무제한으로 방문하고 있고, 6월부터 10월31일까지인 비수기에도 관광객이 찾아와 섬의 수용 능력을 넘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지 당국이 기름 유출부터 폐기물까지 다양한 환경오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승객 2000명을 태운 유람선의 입항을 허가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주민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주민들은 더 인콰이어러와의 인터뷰에서 매년 48척의 유람선이 들어온다며 섬이 쉴 틈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지방정부에 낸 환경개선 부담금이 어디에 쓰이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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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등산객이 지난 2016년 2월22일  네팔에 있는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의 빙하지역을 지나서 올라가고 있다. <에베레스트=AP/뉴시스>

 ◇아시아의 세계적 관광지

 관광객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에 몸살을 않고 있는 곳은 필리핀의 보라카이뿐만이 아니다.

 인도네시아 발리도 심각한 환경오염에 직면해 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발리 바다 속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촬영한 동영상이 공개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국 다이버 리치 호너는 지난 3일 발리로부터 20km 떨어진 유명 다이빙 관광지 누사프니다섬 앞바다에 들어가 비닐, 플라스틱 포장지, 플라스틱 컵, 빨대 등이 떠다니는 모습을 촬영해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영상을 올렸다. 그는 페이스북에 동영상과 함께  "비닐봉지, 플라스틱 병, 컵, 포장지, 빨대, 바구니 등 플라스틱 쓰레기가 너무 많다!‘’는 글도 올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일 네팔의 세계적 등산 관광지 에베레스트 산에서 90t이 넘는 쓰레기가 버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셰르파들이 에베레스트 산 인근 도시에서 다량의 쓰레기를 수거한 뒤 비행기에 실어 나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에베레스트 산을 등정하는 등산객이 늘면서 쓰레기, 깡통, 찢어진 텐트, 빈 산소통 등 쓰레기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환경운동단체는 이 지역에서 수거한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다라무 셰르파는 NYT에 “쓰레기는 심각한 문제”라며 “이 프로젝트는 에베레스트 영광을 유지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밝혔다.

 사람 뿐만 아니라 관광지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대되고 있다. 
  
이수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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