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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김태호 PD "우리만의 색으로 돌아오겠다!"

등록 2018-03-30 18:31:29   최종수정 2018-04-09 09: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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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속된 말로 '탈탈 털었다'고 하죠. 지금 제 상태가 그런 것 같아요. 짜낼 수 있는 만큼 다 짜냈고, 탈수기까지 돌린 뒤에 건조기까지 돌린 상태랄까요. 다 비워냈으니까, 이제 채워야 할 시간인 것이죠."

 김태호(43) PD는 "이미 4~5년 전부터 내 안의 인문학적 소양과 스토리텔링 능력에 한계를 느꼈다. 더 좋은 것이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MBC TV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잠정적으로 종방한 이유는 결국 김 PD와 멤버들의 탈진 때문이다.

 김 PD가 '무한도전'을 맡은 것은 2005년 10월이다. 그해 12월부터 '강력추천 토요일' 속 코너로 '무한도전-퀴즈의 달인'을 6개월간 이끌었고, 다음해 5월부터 '무한도전'이라는 이름으로 독립해 올 3월까지 햇수로 14년을 이어왔다. 31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하면 '무한도전'은 563회 방송된 셈이다. 기존 예능프로그램과 달리 특정 형식 없이 매주 새로운 특집을 선보였다. 563회면 그의 말처럼 '모든 걸 다 짜냈다'는 것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저도, 멤버들도 지쳐서 쉬고싶다는 것이 아니었어요. 주어는 '무한도전'이었죠. 어떻게 하면 이 프로그램을 더 재밌고 유익한 것으로 만들지가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선함을 찾기 어려웠어요. 어느새 모든 것이 익숙해졌고, 지켜야 할 룰도 생겼어요. 캐릭터도 익숙해지기도 했죠.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잠시 멈췄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무한도전'은 단순히 오래된 예능이 아니다. 우리나라 예능사(史)를 새로 썼다. 한 가지 형식으로 매주 다른 손님을 초대하는 기존 예능 방식을 '고정 멤버'가 매주 다른 미션을 수행하는 형태로 바꿔놓아씨다. 이 멤버들이 세트장이 아닌 실제 길거리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서로 속이고 속는 '추격전'이라는 용어도 '무한도전'이 만들어냈다. 예능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것도 '무한도전'이 처음이었고, 자막을 통한 PD의 적극적인 개입도 '무한도전'이 시초였다. 아이돌 그룹 못지 않은 팬덤을 형성한 예능도 '무한도전'이 처음이었고, 결정적으로 '리얼'이라는 단어를 예능에 안착시킨 작품이 바로 '무한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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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김 PD는 "언제나 만족감보다 아쉬움이 더 많았다"고 했다. "2006~2009년은 한 해 한 해가 좋은 기획들로 빽빽하게 채워졌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이후부터는 새로운 것을 내놓기 위한 제작진과 멤버들의 고통이 눈에 보인다"고 했다.

 "칭찬받으니 당연히 저희도 좋았습니다. '가요제'를 하고 나서, '배달의 무도'를 했을 때나 '레슬링 특집' 때, '토토가' 때도 정말 뜨거운 반응이 있었죠. 하지만 그렇게 큰 칭찬을 받고나면 그 다음주 방송에 대한 부담이 엄청났어요. 큰 프로젝트를 하나 하고 나면 스태프 모두 소진되는 느낌이 드는데, 그 다음주에 새로운 것을 또 내놓아야 했으니까요. 그런 공허함을 없애려고 두 가지 대형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두 가지가 모두 끝나니까 공허함도 두 배로 오더라고요."

 김 PD는 몇 해 전부터 '무한도전'의 시즌제를 꾸준히 언급해왔다. 그러나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초대형 프로그램 형태를 한순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두 차례 총파업 기간을 제외하면 지난해 초 7주간 가진 휴식이 14년간 '무한도전'이 방송되지 않은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말 최승호 사장이 취임하고, 예능프로그램 시즌제를 선언하면서 '무한도전'은 새 출발을 위한 무기한 휴식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무한도전'의 미래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무한도전'을 다른 PD가 이어받고 멤버 전원 교체를 단행한다는 설부터 일부 멤버만 남아 새로 영입한 멤버와 '무한도전'을 이어간다는 것, '무한도전'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언급도 있었다. 김 PD와 유재석의 불화가 종방 원인이라거나 김 PD가 거액을 제안받고 MBC를 떠난다는 뜬소문도 있었다.

 김 PD는 "어떤 식으로 돌아오게 될지 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전혀 없다"고 했고, "유재석씨와 불화도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MBC에서 계속 일할 것"이라며 "무한도전에 대한 사랑보다 더 큰 유혹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해진 것이 있었다면 언제 돌아올지 말씀드렸을 것입니다. 아직 어떤 형태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지, 어떤 플랫폼을 활용해야 할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요. 저를 조금씩 채우다보면 새로운 것들이 떠오르겠죠. 멤버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때 차근차근 준비할 예정입니다. 저희가 만약 가을에 돌아온다고 정해놓게 되면 또 압박을 받게 돼요. 그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겠죠. 저희가 다소 갑작스럽게 시청자 여러분을 잠시 떠나듯이 돌아올 때가 되면 갑작스럽게 복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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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PD는 "'무한도전'만의 색이 있는 예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무한도전'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라며 "2007년에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할 때도, 최근 관찰 예능이 유행할 때도 우리는 그런 것을 하지 않았다"며 "관성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색을 보여줄 수 있을 때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김 PD는 그러면서 마블 스튜디오의 제작 방식도 참고 중이라고 했다. 2008년부터 영화 18편을 내놓은 마블은 각기 다른 감독이 한 편 씩 영화를 완성하면서도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김 PD가 '무한도전'의 큰 그림을 그리고, 후배 PD들이 각기 다른 에피소드를 완성하는 식이다. 해외에서는 일반적인 방식이다. 영화 뿐만 아니라 드라마 또한 매회 다른 연출가를 쓰는 식이다. 

 웬만한 시청자가 알다시피 '무한도전'은 매주 목요일 녹화했다. 31일 마지막 방송이 끝나면 목요일 촬영은 물론이고, 김 PD는 부장 자리에서도 물러나 평PD로 돌아간다. 그는 "당장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멤버들도 다 저랑 비슷한 생각일 것입니다. 아마 목요일에는 일이 없어도 일단 모일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가족과 시간을 보낼 생각입니다. 그동안 가족과 저녁을 먹은 적이 없었어요."

 김 PD는 거듭 시청자를 향한 고마움과 함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항상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또 기대에 못 미쳐 항상 죄송했어요. 저희가 못 할 때도 있었는데, 여러분은 그때마다 조용히 넘어가주셨습니다. 그래서 시청자 질책에 귀를 닫으려고 한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끝까지 응원해주세요."

 '무한도전'은 31일 '보고싶다 친구야' 특집을 마무리하고, 약 한 달 간 코멘터리 방송을 내보낸다. 그간 '무한도전'이 걸어온 길과 멤버 인터뷰 등으로 구성한 스페셜 방송이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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