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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혁명 시작됐다]세계는 뛰는데…韓, 인프라· 연구 총체적 부족

등록 2018-04-08 10:12:00   최종수정 2018-05-21 09: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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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장점은 '무한함'과 '친환경성'…우주질량 75% 차지

유럽·중국·일본 등 글로벌 선진국 수소 진검승부 나서

기업 발목잡는 정부…"산업·연구 인프라 총체적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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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6일 오후 서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2018.04.06. [email protected]

 언제부턴가 봄이 '봄이 아니다'.

화사한 햇살, 파릇한 하늘은 온통 칙칙한 잿빛으로 변했다. 온 가족이 산으로, 들로, 나들이를 떠나야 할 때 집안에 갇혀 공기청정기를 돌려야 하는 처지이다.

화석연료를 지나치게 태워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한 탓인지 만화방창(萬化方暢)하는 4월에 칼바람과 함께 눈발이 날리며 꽃잎마저 움추리게 한다. 숨막히는 미세먼지에 지구온난화가 빚어낸 이상기후까지 겹쳐 삶이 질식할 듯하다.  

국제사회가 오염원이 없는 청정에너지, 지구생태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수소' 의 연료화에 주목하는 이유다. 물을 구성하는 수소의 활용이 산업의 틀을 바꾸고 생활양식을 혁신시킬 혁명적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진 각국은 이미 수소자동차를 비롯해 관련 기술의 개발 및 적용, 보급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우리만 낙오된다.
 
공감언론 뉴시스는 궁극의 친환경 연료로 일컫어지는 수소에너지 개발의 현주소와 각국의 움직임, 미래 전망을 매주 1차례씩 8회에 걸쳐 집중 조명하는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①세계는 뛰는데…韓, 인프라· 연구 총체적 부족
②수소산업 선점나선 일본…신성장동력 육성
③수소굴기 나선 중국…대량생산 계획 착착
④독일 수소버스·수소열차 '씽씽'
⑤한국 수소기술 어디까지 왔나
⑥현대차 넥쏘, 수소대중화 길을 열다
⑦정부 벽에 막힌 수소복합충전소
⑧선진국 패권다툼…법 제도·지원 미흡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우주 만물의 첫번째 원소는 수소(H)이다. 수소가 집결해 별이 되고, 수소 핵융합을 통해 더 무거운 별이 생기면서 광대한 우주가 불꽃처럼 밤하늘에 무한대로 펼쳐진다. 빅뱅(최초의 대폭발) 이후 우주 137억년의 역사가 "수소 원소의 여행이자 결과"라고 불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주뿐인가. 생명도 그러하다. 모든 생명은 수소 원소의 결합체에 다름 아니다. 생명현상을 지휘하는 유전물질인 DNA을 보자. DNA는 단백질로 돼 있는네, 이는 아미노산에서 나온다. 아미노산은 포도당(glucos)에서 기원하는 데, 포도당(C6H12O6)은 바로 탄소분자와 물분자의 결합물이다. 물(H2O)을 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된다.
 
우주에서 가장 풍부하고 가벼운 원소인 수소는 한마디로 존재의 '씨앗'이다. 물질을 구성하는 벽돌이며, 생명의 골격 원소인 것이다.

지천으로 널려있는 물에서도 뽑아낼 수 있는 만큼 지구에서도 무한대에 가까운 에너지이다. 수소가 우주질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75%나 된다.

이처럼 수소는 '측량 불가능한 잠재력'과 '고도의 친환경성'을 내포하고 있다. 에너지로 본격 활용될 경우 경제의 기본 틀과 사회 형태를 송두리째 바꿀 엄청난 패더라임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화석연료는 쓰는 만큼 고갈되지만 우주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소는 사실상 무한하다. 산소와 만나 물로 변할 때 나오는 열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거나 수소 자체를 연소시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나면 다시 '물'로 재순환된다. 이때문에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는 오래 전부터 이뤄져왔다.

 세계적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2002년 저서 '수소경제'를 통해 수소 혁명을 예고했다. 수소가 환경문제를 유발시키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유일한 대안이 되고, 인류의 전통적 사회구조를 뒤흔들 것이라는 진단이었다. 러프킨은 "수소는 어디서나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상 초유의 진정한 민주에너지가 될 것"이라며 "수소에너지가 기존의 경제, 정치,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예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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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현대자동차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기간(동계올림픽 2/9~25, 동계패럴림픽 3/9~18) 동안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미래 모빌리티와 기술이 불러올 미래 사회의 무한한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현대자동차 파빌리온’을 조성·운영한다고 밝혔으며, 세부 전시 공간과 의미를 이달 7일 선공개했다. 사진은 <평창동계올림픽>수소전기차 체험관 ‘현대자동차 파빌리온’ 워터관. 사진 신경섭. 2018.02.07.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email protected]
당시만 해도 제레미 리프킨의 주장은 먼 미래의 일로 치부됐다. 하지만 수소생산·저장·활용과 관련된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면서 수소혁명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유럽과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선진국들은 이미 수소 패권을 잡기위한 진검승부에 나섰다.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다양한 수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수소전기차를 4만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일본 전역의 91개 수소충전소를 2020년까지 16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충전소 설치 비용 50%, 충전소 운영 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기업들도 쑥쑥 자라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수소차 '미라이'를 4268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닛산 역시 2020년 도쿄올림픽 공개를 목표로 수소전기차 신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도요타, 닛산, 혼다, JXTG, 이데미쓰코산, 도쿄가스, 이와타니산업, 도요타통상, 일본정책투자은행 등 완성차업계와 에너지업체 11곳은 '수소충전소 일본연합' 컨소시엄을 구성, 현재 91곳인 일본 내 수소차 충전소를 4년 이내에 80곳 더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도 수소굴기에 나섰다.

중국은 지난 2월 과학기술부, 공업정보화부 등 정부부처 지원 아래 중국 국유기업인 국가에너지투자그룹 주도로 17개 기업·기관이 참여한 '중국 수소에너지 및 연료전지산업 혁신전략연맹'을 출범시켰다. 중국은 2016년 10월 이미 '수소차 발전규획'을 발표, 2020년까지 5000대, 2030년까지 100만대까지 수소차를 늘려 세계 최대의 수소차 시장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수소충전소는 2020년 100개, 2030년 10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수소에너지 역사가 깊은 유럽은 2025~2040년을 아예 내연기관차 생산중단시점으로 정했다. 이미 자동차강국 독일에서는 60대 이상의 수소버스가 일반도로를 달리고 있다. 독일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의 95%로 줄이는 신(新)기후체제 대응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에너지 활용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독일은 2023년까지 수소충전소를 400여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올해 약 3250억원의 국비를 수소 에너지 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의 현실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현대차가 도요타 미라이보다 모든 면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수소전기차 넥쏘를 선보이고, 예약판매 하루만에 완판하며 수소차 상용화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현실은 척박하다.

지난 5일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안에 친환경차 보조금을 추가하면서 전기자동차만 포함시키고, 수소연료전지전기차(FCEV)는 배제했이다. 이로 인해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국내의 수소차 충전소는 11곳 뿐이다. 이마저도 5곳은 연구용이라, 수소차를 산다고 해도 충전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2025년 수소차 10만대 보급과 충전소 210곳 확충계획을 밝혔지만 진행되는 것이 없다. 기업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신기술을 개발해도, 정부가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수소 및 신에너지학회 조성욱 학술부회장은 "우리나라의 수소 관련 산업·연구인프라가 총체적으로 부족하다"며 "해외에서 수소연료전지 등의 산업과 연구가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보이는 것이 없다"고 우려했다.

 조 부회장은 "전기차의 경우 2400억원의 정부지원금이 편성됐다가 최근 1200억원이 늘었는데 수소전기차는 보조금이 전기차의 50분의 1밖에 안 된다"며 "충전소 역시 일본 등 해외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사업 역시 과거 '수소프론티어'라는 100억 규모 연구사업이 종료된 후에는 군소 연구 밖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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