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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이 네오콘이 아니라고?…볼턴으로 본 美보수주의

등록 2018-04-15 05:00:00   최종수정 2018-04-16 10: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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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은 네오콘보다 훨씬 더 최악인 매파

미 외교정책 보수주의 총 4가지로 분류

팔레오콘·네오콘·현실주의·진정한 매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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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내 캐비넷룸에서 열린 시리아 관련 군장성 회의에 배석한 존 볼턴 신임 국가안보보좌관과 악수하고 있다. 2018.04.09
【서울=뉴시스】 이현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21일 전직 유엔 주재 미 대사 출신인 존 볼턴을 새로운 백악관 외교·안보 사령탑인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하자, 미국 언론들은 네오콘(신보수주의자·neoconservatives)이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인 지난 2001~2005년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을 지냈고, 2005년 8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유엔 주재 미 대사로 있으면서 네오콘들과 함께 일했던 게 사실이다. 또 네오콘의 핵심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 부소장을 역임했고, 유대국가안보연구소(JINSA) 이사를 지냈다.

 이 때문에 상당수 미 언론들은 볼턴 보좌관을 네오콘이라고 규정짓고 있다. 심지어 그의 지명 당시 MSNBC에 출연한 한 패널은 "존 볼턴은 딕 체니(전 국방장관)보다 더 큰 네오콘"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볼턴 보좌관은 단연코 네오콘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백악관 입성에 성공한 볼턴 보좌관을 묘사하기 위해 '네오콘'과 '팔레오콘'(고보수주의·paleoconservatism)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지적·역사적 관점에서 그를 어떻게 분류할 것인지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내 외교정책 보수주의자들을 4가지로 분류해 설명해 나갔다. 

 첫번째 그룹인 팔레오콘은 가장 오래됐지만 영향력이 제일 약하다. 그들은 1970년대 반전 보수주의와 냉전시대를 만든 것을 큰 실수로 여기는 전후 공화당원들이다.

 가장 최근 미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마지막 팔레오콘은 공화당 소속 로버트 태프트(오하이오) 전 상원의원이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반대했고 한국전쟁을 비판했다.

 팻 뷰캐넌은 1990년대에 팔레오콘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미 보수주의(American Conservative) 매거진과 케이토 연구소(Cato Institute)를 통해 지적 논쟁에 불을 붙였지만, 정치적으로 중요한 계승자는 랜드 폴(공화·켄터키) 상원의원이다.

 하지만 폴 상원의원은 자신을 팔레오콘 계승자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 한다. 오히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리처드 닉슨,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처럼 자신을 현실주의자, 세계주의자, 안전지향주의자라고 묘사한다.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한 평화)에 헌신했지만 웅대한 십자군(전쟁)에는 회의적이고, 미국의 힘을 한계에 이를 때까지 밀어부치기보다는 냉소주의적 입장을 견지한다는 것이다. 

 이 냉소주의가 '현실주의', 네오콘과 맥이 닿아 있다. 1970대 우경화된 진보적 반공주의로 알려진 한 조직은 점점 더 매파적이고, 일방적 핵폐기주의로 변해갔다. 네오콘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미국의 이상을 확산시키기 위해선 미국의 힘이 도덕적 목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팔레오콘의 견해를 유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네오콘은 닉슨 전 대통령의 현실 정치를 경멸했다. 그들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반(反) 공산주의를 응원했고,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현실주의와 민주당 대통령들 하에서 이뤄진 인도주의적 개입을 후원했다. 그리고 가장 잘 알려져 있듯이 그들은 이라크 전쟁을 중동 민주화를 위한 기회로 간주했다. 하지만 그 전쟁이 악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네오콘은 희생양이 됐다.

 가장 재앙적인 이라크 전쟁 결정 중 일부는 보수주의 분류에서 네번째에 해당하는 '진정한 매파'에 의해 이뤄졌다. 볼턴 보좌관은 단연코 여기에 속한다. 그 매파들은 네오콘의 공격성과 국가 건설에 대한 현실주의자들의 경계심을 공유한다. 또 팔레오콘들과 접촉하고, 불간섭주의를 함의하지 않은 채 "아메리카 퍼스트"를 받아들이고 있다.

 대부분 공화당 행정부는 매파들, 네오콘들, 현실주의자들이 내부에 복잡하게 배치돼 있다. 예를 들어 현실주의자들, 매파들, 네오콘들이 모두 옹호한 이라크 침공은 불안했고, 그들이 지지하는 환상은 곧 깨어졌다. 그 결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임기가 끝날 무렵 매파들은 행정부 내에서 소외됐으며,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같은 현실주의자들은 추가 파병을 하려는 네오콘의 전략을 감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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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 존 볼턴 신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내 캐비넷룸에서 열린 시리아 관련 군장성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8.04.09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도 러시아와 관계에서 긴장완화를 위한 현실주의적 갈망, 테러를 향한 매파적 태도, 나토 회의론 등 팔레오콘적 성향이 혼합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 선거 당시 네오콘에 대한 반감을 분명히 했고, 네오콘도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우파진영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가장 강한 반대를 한 이들은 부시 시대 민주주의 기획자들이었다. 그들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와 이란,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비난하도록 했으며, 자국민들의 생명을 빼앗고 폭정을 일삼는 지도자들을 제거한 뒤 민주적인 정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했다. 

 지난 1년여간 트럼프 대통령의 이너서클에선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 의해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같은 팔레오콘들은 열외 취급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와 장군들에 의해 운영되는 현실주의에 가까운 외교정책을 펼쳤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 대사는 가끔식 네오콘의 음성을 들려주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맥매스터 전 보좌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는 함께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매파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이제 트럼프 행정부에선 팔레오콘과 네오콘이 모두 열외 취급을 당하고 있다. 

 매파에 의해 관리되는 지금의 미 외교정책팀은 네오콘의 이상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팔레오콘 경향에서도 벗어났다. 이 팀은 더 많은 전쟁을 벌일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고, 이로 인해 네오콘보다 훨씬 더 최악이라는 비판이 보수진영에서 나오고 있다. 

 하버드대학과 해군대학 국가안보학과 톰 니컬러스 교수는 "볼턴의 철학은 의지대로 군사력을 확장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모든 위협을 진압하는 것"이라며 "트럼프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실행했고 이라크 전쟁을 멍청한 짓이라고 불렀지만 볼턴은 이라크전을 계속 방어하고 있고 어디서든 그것(위협)이 나타날 것으로 우리가 생각하면 위험을 무릅쓰고 나서야 한다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네오콘은 미국의 힘을 단지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특정 가치와 변화를 수립하기 위해 사용한다"며 "나는 볼턴이 민주주의 촉진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서 그가 네오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방전쟁 옹호자이며, 그것은 임박한 위협에 대응하는 선제공격과는 크게 다르다"며 "볼턴의 전쟁에 대한 접근은 예방적이며 나는 그것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경 우파(팔레오콘)는 그가 진정한 고립주의가 아니기 때문에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부시 시대 사람들은 그를 유엔 대사로 만들 만큼 충분히 높게 생각했다. 그는 그 명성을 관료주의를 탐색할 수 있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 하지만 그는 20년간 권력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말할 수 있는 한, 그의 명성은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이지만, 그의 관점은 매우 이상하고 대부분 보수주의자들보다 극단적이다. 전쟁으로 가는 그의 경계는 대부분 사람들보다 훨씬 낮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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