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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뻔한 소재, 독특한 이야기 전개...영화 '레슬러'

등록 2018-04-24 09:01:14   최종수정 2018-05-08 09: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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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영화는 음식과 닮은 구석이 있다. 재료가 같아도 만든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레슬러'는 맛깔스러운 요리 같은 영화다. 조미료(MSG)를 찾아보기 어렵다. 첫 장편영화 메가폰을 잡은 감독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김대웅(36) 감독은 단편 영화 연출을 통해 오랫동안 쌓아온 내공이 뭔지 보여줬다. '가족'이라는 보편적 소재를 다루면서 독특한 전개 방식을 취했다.

영화는 '귀보'(유해진)와 그의 아들 '성웅'(김민재)이 서로의 살을 부딪히며 레슬링 경기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극 초반이나 영화 제목만 보고 감동적인 스포츠 영화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와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초중반에는 유해진의 코믹 연기에 웃다가 막바지에는 놀라운 반전과 감동에 마음이 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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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가대표 레슬러 귀보는 동네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면서 아들 성웅의 뒷바라지에 전념한다. 유일한 꿈은 레슬링 유망주인 아들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귀보의 평화롭던 일상은 예기치 않은 일들이 생기면서 순식간에 깨진다.

성웅은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갑자기 반항하고, 성웅의 소꿉친구 '가영'(이성경)은 귀보에게 엉뚱한 고백을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귀보 엄마(나문희)의 잔소리는 더욱 거세지는데, 소개팅녀 '도나'(황우슬혜)는 4차원 매력을 발산하면서 귀보에게 거침없이 대시한다.

설정은 흥미롭지만 실제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들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가 자연스럽고 촘촘하다. 김 감독은 시작부터 끝까지 치밀하게 계산하면서 남다른 스토리텔링 능력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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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귀보뿐 아니라 주변인물들의 심리변화, 감정선에도 무게를 뒀다. 2016년 코믹영화 '럭키'로 697만 관객을 모은 유해진을 확보한 것은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유해진은 이 영화에서도 망가지기를 주저하지 않고 코믹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대체 불가한 매력으로 절절한 부성애까지 선보였다.

하지만 어쩌면 뻔한 소재였다. 가족 이야기가 지루한 신파로 흐르지 않은 데는 김민재의 공이 크다.그가 아니면 어떤 배우가 이 역을 잘 소화해낼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실제 레슬링 기술을 한 달 반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3시간씩 연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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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슬혜는 분량은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엉뚱한 매력을 보여주며 극 전반에 큰 웃음을 안겼다.

하지만 코믹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아니다. 애끓는 부성애가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다. 아들이 좋아하는 것, 바라는 것을 위해 살아오는 동안 귀보는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도 잊어버린 채 살아간다. 오로지 자식만을 위해 살아온 여느 부모와 별반 다르지 않다.

부모와 자녀 관계, 가족의 의미, 삶의 진정한 행복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5월9일 개봉, 110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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