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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부, 권력과 부적절 '밀당'…이유는 상고법원

등록 2018-05-26 16:52:07   최종수정 2018-06-04 09: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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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최고 숙원' 사업
행정처 문건서 상고법원 수차례 등장해
입법 추진 과정서 청와대와의 관계 도모
재판 이용·靑 설득·심리적 압박 등 전략
사법부 독립성, 수단과 방법 적절성 외면
법관들 사이에서도 자조 섞인 말 나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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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2017.09.22.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국정운영에 대해 최대한 협조해왔다는 등 사법부의 독립성이 의심될 정도의 내용이 논의된 것에 대한 배경에 법조계가 주목하고 있다.

 3차 조사를 맡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그 배경으로 당시 대법원의 최고 숙원 사업이던 '상고법원'을 지목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사단이 전날 발표한 192쪽의 조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상고법원이 다수 등장한다. 상고법원이란 대법원이 담당하는 상고심(3심) 사건 중 상대적으로 단순한 사건만을 별도로 맡는 곳으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입법을 추진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먼저 당시 상고법원 현안이 재판에 이용되려 한 정황이 조사를 통해 나타났다. 바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 원장의 사건에 대한 것이다. 이는 지난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의 '2차 조사'에서도 파악된 내용으로, 실제 외부로부터의 관여가 있음이 입증되지는 않았다.

 조사단 파악 결과 당시 기획1심의관이 사용한 컴퓨터에서는 원 전 원장 항소심 선고 이후인 지난 2015년 2월10일 작성된 문건이 발견됐다.

 이 문건에서는 'BH의 최대 관심 현안→선고 전 항소 기각을 기대하면서 법무비서관실을 통해 법원행정처에 전망을 문의'라는 내용에 이어 '법원행정처→매우 민감한 사안이므로 직접 확인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우회적·간접적인 방법으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림'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특히 '행정처도 불안해하고 있는 입장임을 알림'이라며 상호간 협조 관계를 시사하는 듯한 문구도 포함돼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한다'라는 내용에서는 청와대 측이 독립적이어야 할 사법부에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했음도 드러났다.

 이 같은 논의는 사실상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의 긴밀한 협조 관계를 통해 당시 현안이던 상고법원 입법 추진에 정부의 힘을 기대하는 의도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상고법원 관련 BH 대응전략'이라는 문건에서는 이 같은 정황이 더더욱 두드러지게 나온다. 해당 문건에서는 이병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언급하면서 '상고제도 개선의 필요성 - 시급성 등 강조' 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특히 가토 타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 원 전 원장 재판이 문건 중 '최대 관심사' 항목에 나열돼 있는 점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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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우편향 안보교육' 의혹을 받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05.15. bjko@newsis.com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로 작성된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 방안'이나 임 전 차장이 직접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 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 문건에서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전략까지 등장한다.

 특히 임 전 차장이 직접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 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 문건에는 'BH(청와대) 국정운영 기조를 고려하지 않는 독립적, 독자적 사법권 행사 의지 표명'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상고법원 관철을 위해 청와대에 대한 '압박 카드'를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협상추진 전략' 문건은 "우선, 그 동안 사법부가 VIP와 BH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권한과 재량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조해 온 사례를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라며 ①합리적 범위 내에서의 과거사 정립(국가배상 제한 등), ②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사회적 안정을 고려한 판결(이석기·원세훈·김기종 사건 등), ③국가경제발전을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둔 판결(통상임금·국공립대학 기성회비 반환·키코 사건 등), ④노동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판결(KTX 승무원·정리해고·철도노조 파업 사건 등), ⑤교육 개혁에 초석이 될 수 있는 판결(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등)을 협조 사례로 열거했다.

 이어 "이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VIP와 BH에 힘을 보태 왔다"라며 "국가적·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이나 민감한 정치적 사건 등에서 BH와 사전 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예측불허의 돌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라고 강조했다.

 또 "사법부 최대 현안이자, 개혁이 절실하고 시급한 상고법원 추진이 BH의 비협조로 인해 좌절될 경우, 사법부로서도 더 이상 BH와 원만한 유대관계를 유지할 명분과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라고 강온 양면전략 구사 필요성을 설명했다. 나아가 "비록 원론적 차원의 중립적 사법권 행사 의지 표방이라 하더라도, 단호한 어조와 분위기로 민정수석에게 일정 정도의 심리적 압박은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권분립 훼손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박근혜 청와대 국정운영에 사법부가 최대한 협조해 온 정황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아울러 청와대가 상고법원 추진에 대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반발과 대응 필요성이 강조돼 있다.

 행정처의 노력에도 상고법원 입법안이 좌절될 경우 더 이상 청와대와 원만한 유대관계를 유지할 명분이 없는 점, 중립적 사법권 행사 의지 표방 등을 통해 심리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사법부가 평소 당연히 견지해야 할 독립적, 독자적, 중립적 사법권 행사가 청와대 권력과의 관계에 '도구'로서 인식돼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사단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법행정권이 남용된 결정적 배경으로 상고법원을 지목했다. 조사단은 "상고법원 입법 추진 과정에서 목표 달성에만 몰두해 수단과 방법의 적절성에는 눈감아버렸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당시 법관 사이에서는 '기-승-전-상고법원'이라는 말이 오르내린 바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판사들 사이에서 쉬쉬하면서도 자조적으로 내뱉을 수밖에 없었던 말"이라며 "사실상 사법부가 정부를 상대로 딜(거래)을 시도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na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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