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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통화 급락 도미노…6월 위기설 현실화되나

등록 2018-06-03 0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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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아이레스( 아르헨티나) = AP/뉴시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통화위기의 종결을 선언하고 있다.  그는 투자자들의 신뢰로 주가가 회복되면서 어려운 고비는 지나갔다고 주장했다. 2017.05.17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신흥국 6월 위기설'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이 6월부터 금리 인상에 가속 페달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되자 신흥 시장에서는 지난 2013년 '긴축발작'(taper tantrum)과 비슷한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빠른 속도로 빠져나면서 통화 가치 급락과 금융 불안이 나타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신흥국 불안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감도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부채 규모가 크고 정치·경제 상황이 불안한 나라에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가장 먼저 위기 신호를 나타낸 곳은 아르헨티나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5월 들어서만 21.1%나 하락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33.6%나 통화 가치가 절하됐다. 중앙은행이 4월 말부터 3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12.75%포인트나 올렸지만 금융 불안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외환 보유고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지난 8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구제금융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은 300억 달러(32조 2000억원) 이상의 자금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곧이어 터키에서도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터키는 현재 물가상승률이 10%를 넘고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어 금리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6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 15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은 독립적이지만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보내는 신호로부터 완전히 분리돼 있을 수는 없다"며 금리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신호를 주면서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5월 한달 동안 12.6%나 급락했다. 연초 대비 20.3% 하락한 수준이다. 리라화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고 외환위기에 대한 공포가 커지자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23일 긴급 통화정책회의를 소집해 정책금리 중 하나인 '유동성 창구 금리'(late liquidity window rate)를 3%포인트 인상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가 가장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데 이어 30일에도 긴급 통화정책회의를 소집해 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렸다. 달러당 루피아 환율은 이달 들어 심리적 한계선인 1만4000 루피아를 넘어 지난 24일 1만4207 루피아까지 상승했다. 루피아는 연초 대비 4.7% 하락해 아르헨티나나 터키만큼 낙폭이 크진 않지만 인도네시아의 국가 부채에서 외화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감이 큰 상황이다. 
  
 이같은 현상은 점차 다른 신흥국들로 번져나가고 있다.

 브라질 헤알화와 멕시코 페소화는 5월 들어 각각 7.8%와 6.3%씩 하락했다. 헝가리 포린트화(-7.7%), 폴란드 즈워티화(-8.2%), 체코 코루나화(-7.0%) 등 동유럽 국가 통화도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 인도 루피화는 1.8%,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3.0%씩 떨어졌다.

 신흥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30일 MSCI 신흥국지수는 지난 1월 21일 연고점을 찍은 이후 12.6%나 하락했다. 30일 MSCI 신흥국지수는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1112.75까지 떨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 일본은 경제 회복을 위해 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유지해 왔고, 이에 따라 투자 자금은 수익률이 높은 신흥 시장으로 몰렸다"며 "하지만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의 신호에 반응하면서 이제는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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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신=AP/뉴시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남부 메르신에서 열린 집권 정의개발당(AKP)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18.3.12.


 ◇美 6월 FOMC 앞두고 '금리인상 가속화' 우려 커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신흥국 경제에 대한 위기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연준은 이미 6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연준은 5월 2일자 FOMC 의사록에서 "(경제가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곧(soon) 다음 단계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시장의 관심은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있다. 연준은 올해 3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지만 연준이 6월 FOMC에서 4차례 인상의 신호를 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는 연준이 긴축을 가속화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탄탄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3.9%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다. 연준은 올해 말 실업률이 3.8%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통화정책의 발목을 잡았던 물가상승률도 목표 범위 안으로 들어왔다.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3월 2%를 기록했고, 근원물가상승률은 1.9%를 나타냈다.

 연준은 5월 FOMC 의사록에서 "일시적으로 2%를 약간 넘는 인플레이션은 '대칭적인(symmetric)' 목표와 일치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했지만, 내부에서는 연일 매파(금리인상 선호) 성향의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FOMC 위원인 로레타 메스터 미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4일 한 연설에서  "(경기)확장이 계속됨에 따라 우리의 정책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장기적으로 조금 더 높은 수준까지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흥국 상황 2013년 '긴축발작' 때와 유사…1997년 외환위기 재연 우려도

 앞서 신흥국 경제는 지난 2013년에도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경에 대한 우려로 큰 혼란을 겪은 적이 있다.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QE)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것 만으로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락해 '긴축 발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2013년 12월부터 2014년 1월까지 3개월 동안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0.42%포인트 상승했고, 신흥국 평균 환율은 6.2% 절하됐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분위기는 2013년 긴축발작 때와 유사하다. 연초 2.41% 수준이던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지속하며 4월 24일 4년 만에 3%를 돌파했다. 지난 17일에는 7년 만에 3.1%도 넘어섰다. 미국의 국채 금리가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신흥국 통화의 하락폭은 커졌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일부 신흥국의 경제 불안이 글로벌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당시보다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탄탄하고 많은 나라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갖춰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경제에 신흥국 통화 가치 급락 사태 뿐만 아니라 무역 전쟁 우려, 이탈리아 정치 불안 등 여러 리스크 요인이 산적해 있어 예상치 못한 충격이 가해질 경우 큰 파급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연준의 통화정책 관련 신호가 시장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신흥 시장의 상황이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아시아 신흥국에서 부실기업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위기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신흥 시장에서 과거 10년간 기업 부채가 급증했는데, 특히 달러 부채가 크게 늘었다"며 "이 때문에 1997~1998년 외환위기와 같은 사태를 상상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또 다른 금융위기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위기에 암시는 없다고 누차 말해 왔다. 나는 (금융위기에 대해) 이 이상을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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