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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우리는 연결될수록 더 강하다…조남주 '그녀 이름은'

등록 2018-05-31 16:37:22   최종수정 2018-06-11 09: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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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아홉 살 어린이부터 예순아홉 할머니까지 육십여 명의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그 목소리에서 이 소설들이 시작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상기된 얼굴, 자꾸만 끊기던 목소리, 가득 고였지만 끝내 흘러내리지 않던 눈물을 잊지 않겠습니다."

작가 조남주(40)씨가 소설집 '그녀 이름은'으로 돌아왔다. '82년생 김지영' 이후 2년 만이다. 전작처럼 한국 여성의 현실을 소설로 풀어냈다.

앞서 조 작가는 60여명의 여성들을 인터뷰했고, 이 이야기는 2016년 12월부터 1년 간 경향신문에 르포 기사로 연재됐다. 이번 작품집은 그 중 28편을 묶은 것이다.

상사의 성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분투하다가 '미투'라는 마지막 방법을 택한 공기업 직원 소진의 투쟁기 '두 번째 사람'을 시작으로 올해로 12년째 해결되지 않는 싸움을 이어가는 KTX 해고 승무원의 이야기 '다시 빛날 우리', 그해 정권 퇴진 운동의 시발점이 된 이화여대 학생들의 시위가 품은 희망과 열정을 기억해내는 '다시 만난 세계' 등이 담겼다.

소설집을 마무리하는 에필로그 격인 '78년생 J'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다.

부조리한 노동 환경에서 가족까지 부양해야 하는 2030 여성들, 결혼이라는 제도 중심과 언저리에서 고민하는 여성들, 자기 이름도 잊은 채 가사·양육 노동을 떠맡은 중년 여성 등이 소설 속 화자로 등장한다.

"그 여름의 일들이, 성과가 더 많이 언급되면 좋겠다. 인정받으면 좋겠다. 취업의 관문으로 전락한 대학이 여전히 지성과 정의의 장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도, 여성들의 성취가 평가절하되는 관행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작은 승리의 경험이 더 큰 질문과 도전을 가능케 한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휴대전화 바탕화면에 새로운 문구를 적어넣었다. '나는 강하다. 우리는 연결될수록 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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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조남주
"연애 안 하니, 결혼 안 하니, 지금 낳아도 노산이다, 애부터 만들어와라, 너만 아니면 우리 집에 걱정이 없다, 같은 말들을 지겹도록 들어왔다. 이제 와 내가 있어서,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안 낳고 불안정한 일자리나 전전하는 막냇동생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마음놓게 해주고 싶지 않았다. 못된 마음이었고 나는 원래 못됐다."

조씨는 "쓰는 과정보다 듣는 과정이 더 즐겁기도 했고 아프기도 했고 어렵기도 했다"며 "인상적인 것은 많은 여성들이 '특별히 해줄 말이 없는데' '내가 겪은 일은 별일도 아닌데'라며 덤덤히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회상했다.

"흔하게 일어나지만 분명 별일이었고 때로는 특별한 용기와 각오, 투쟁이 필요한 일들도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자체로 의미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특별하지 않고 별일도 아닌 여성들의 삶이 더 많이 드러나고 기록되면 좋겠습니다. 책을 펼치며 여러분의 이야기도 시작되리라 믿습니다." 276쪽, 1만4500원,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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