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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셸 가보니②]세이셸, 블록버스터의 저주는 이런 것?

등록 2018-06-15 15:30:00   최종수정 2018-06-18 14: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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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세이셸)=뉴시스】김정환 기자 = 영국 BBC가 꼽은 '세계 최고의 해변'인 세이셸 라 디그섬의 '앙스 수스 다정'. ace@newsis.com

【빅토리아(세이셸)=뉴시스】김정환 기자 = 크고 작은 섬 115개로 이뤄진 세이셸(Seychelles) 공화국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은 당연히 섬이다. 마헤(Mahe), 프랄린(Praslin), 라 디그(La Digue) 등이 주로 꼽힌다.

◇마헤섬

마헤섬에는 수도 빅토리아(Victoria)가 있다. 관문인 마헤 국제공항도 자리한다. 세이셸 전체 인구 약 9만3000명 중 80%가 거주한다. 세이셸을 찾은 관광객도 대부분 이 섬에 머문다.

빅토리아는 작고 아담하다. 영국 런던의 랜드마크인 '빅 벤(Big Ben)'을 축소해 만들었다고 해서 '스몰 벤(SmallBen)'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빅토리아 시계탑'을 기점으로 1840년에 문을 연 유서 깊은 전통시장 '셀윈 클라크 마켓(Sir Selwyn-Clarke Market)' 등을 거쳐 한 바퀴를 도는데 1시간도 채 안 걸린다. 한국의 읍내 규모라고나 할까.

그러나 세이셸 국민은 이를 전혀 창피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도"라고 적극적으로 알려 관광 자원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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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세이셸 공화국 마헤섬에 있는 수도 빅토리아의 랜드마크 '빅토리아 시계탑'. (사진=세이셸 관광청 제공)

빅토리아에 가면 활기찬 크레올 문화의 정수를 즐길 수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인상이 밝다. 항상 웃는 얼굴이다. 그런 사람들을 여기저기에서 숱하게 많이 만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웃음도 전염된다'는 말이 옳다는 사실을 나는 세이셸에서 재확인할 수 있었다. 빅토리아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환히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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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세이셸)=뉴시스】김정환 기자 = 세이셸 마헤섬의 대표 관광지 '보 발롱 비치'. ace@newsis.com

빅토리아에서 서쪽으로 약 5㎞ 떨어진 곳에는 '보 발롱 비치(Beau Vallon Beach)'가 있다.

약 3㎞에 달하는, 그림 같은 해변을 따라 '사보이 리조트 앤드 스파' 같은 5성급 리조트부터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까지 다양한 숙박시설과 각종 레스토랑, 수상 스포츠 센터 등이 즐비하다. 바다 수영이나 선탠은 물론 각종 해양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보 발롱 비치는 이 나라를 대표하는 해변이지만, 길이가 워낙 길고 해수욕객은 한국은 물론 동남아 국가 유명 휴양지보다 적어서인지 한적하고 편안한 분위기다.

뭉게구름이 가득한 푸른 하늘과 맞닿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이 아름다운 대비를 이루며 그림 같은 풍광을 펼쳐놓는다.

특히 오전 일찍부터 오후 늦게까지 비치에서 머문다면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바다 모습이 또 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새벽을 제외하면 수온은 수영하기에 적당하다. 수심도 깊지 않은 데다 물살도 세지 않아 노약자나 수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얼마든지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물도 짭조름할 뿐 짜지 않다. 초심자가 연습하기에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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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세이셸)=뉴시스】김정환 기자 = 세이셸 마헤섬 내 '이든 아일랜드'의 마리나에 정박 중인 호화 요트들. 중동이나 인도 부유층 소유로 알려졌다. ace@newsis.com

세이셸 최고봉인 몬 세이셸(905m)과 주변 밀림 지대를 가볍게 오르는 트레킹, 인도양이 불타오르는 장엄함을 만끽하는 선셋 크루즈, 팔뚝만 한 붉은 도미를 계속 잡아 올리는 바다낚시 등 액티비티도 현지 여행사를 통해 할 수 있다.

리조트 내 바, 레스토랑 등의 '물가'가 비싸다면 유럽풍 신도시인 '이든(Eden) 아일랜드'에 가면 된다.

서울로 치면 강남 같은 곳으로 세련되고 깔끔한 유럽풍 건물들로 가득하다. 마리나(요트 선착장)의 럭셔리한 분위기를 눈앞에서 즐기는 바에서 토종 맥주(세이 브루)를 주문하니 우려한 것과 달리 병당 가격이 50루피(약 4000원)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하다.

다만 왕복 택시료는 다소 비싼 편이다. 다른 지역에서 묵다 이든 아일랜드에 간다면 최대한 오래 놀다 와야 덜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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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세이셸)=뉴시스】김정환 기자 = 미국 CNN방송이 '세계 최고의 해변'으로 선정한 '앙스 라지오'. ace@newsis.com
  
◇프랄린섬
 
마헤섬에서 쾌속 유람선을 타고 인도양을 1시간가량 가면 프랄린섬에 도착한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발레 드 메(Vallee de Mai) 국립공원'과 미국 CNN방송이 '세계 최고의 해변'으로 선정한 '앙스 라지오(Anse Lazio)'를 품고 있는 곳이다. 

발레 드 메 국립공원은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쥬라기 월드' 시리즈에 나옴 직한 곳이다.

약 20m가 넘는 '재크와 콩나무급' 야자(6종)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숲이 앞으로, 양옆으로 끝도 없이 펼쳐진다. 그 안에 들어서면 춥다고 할 수 없지만 다소 한기가 느껴진다. 이 나라 공기 질은 부러울 정도로 좋은데 국립공원 안에 들어서니 더욱 상쾌하고 신선하다. 서울에서 미세먼지에 지친 내 코가 모처럼 행복감에 젖는다.

그뿐만 아니다. 이름 모를 새 소리부터 야자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소리까지 자연음 덕에 그간 각종 소음에 시달린 내 두 귀도 호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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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세이셸)=뉴시스】김정환 기자 = 세이셸 프랄린섬 내 '발레 드 메 국립공원'에서 볼 수 있는 '코코 드 메르'의 암수 열매. ace@newsis.com

이곳이 유명해진 것은 '코코 드 메르(Coco de Mer)' 덕이다. 이 야자는 암수 열매가 있는데 암 열매는 여인의 엉덩이와 국부를, 수 열매는 남자의 국부를 각각 닮았다.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열매'로 불리는 이유다. 암 열매는 10년에 걸쳐 다 영글면 무게가 22㎏나 나간다. 
 
세이셸 정부는 수령 100~200년인 코코 드 메르 6000여 그루에 일련번호를 매겨 관리할 정도로 정성을 쏟는다. 1인당 350루피(2만8000원)인 입장료 가격이 처음에는 다소 비싸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신기한 열매를 보고, 숲에 힐링한 것으로도 본전을 뽑은 기분이 드는데 숲을 유지·관리하는 데 들어갈 비용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싸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프랄린섬에도 '콘스탄스 르무리아 리조트' 등 5성급 숙박시설부터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까지 숙박시설이 많다.

시간적인 여유가 많은 유럽인은 마헤섬에서 며칠 묵은 뒤 이 섬으로 이동해 며칠 더 지내는 경우가 많다. 발레 드 메 공원에서 삼림욕을 만끽하고, 앙스 라지오의 환상적인 풍광은 물론 하늘을 풀어놓은 듯한 바다도 누리려면 하루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빠듯한 일정이 마냥 아쉬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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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세이셸)=뉴시스】김정환 기자 = 세이셸 라 디그섬의 '유니온 에스테이트'에서 보호받는 '알다브라 자이언트 육지 거북'. ace@newsis.com

◇라 디그 섬

프랄린섬을 둘러본 뒤, 선착장으로 이동해 다른 쾌속 유람선에 올랐다. 마지막 목적지인 라 디그섬으로 가기 위해서다. 이번에는 항해 시간이 15분 정도로 짧다.

라 디그섬은 한 마디로 '살아있는 자연의 섬'이다.

이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세이셸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덕이다. 이 섬에서 운행하는 차는 10여 대에 불과하다. 관광객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걸어야 한다. 소가 끄는 수레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기꺼이 땡볕 아래에서 페달을 돌리는 유럽 여성 관광객들을 보며 제주 우도의 '렌터카 홍수' 문제가 문득 떠올랐다.

차량 운행을 억제하는 것은 환경을 지키기 위해 당연히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 나지만, 선착장에서 '유니언 에스테이트(L'Union Estate)'를 지나 '앙스 수스 다정(Anse Source d’Ardent)'에 도달하기까지 약 2,7㎞ 구간에서 보고, 경험한 것들을 가만히 복기해보니 그런 것들의 소중함을 더욱 절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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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세이셸)=뉴시스】김정환 기자 = 세이셸 라 디그섬의 '유니온 에스테이트'에서 자전거나 도보로 이동하는 유럽인 관광객들. ace@newsis.com

유니언 에스테이트는 한국의 '용인 민속촌'처럼 라 디그 산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본래 1980년대까지 코코넛 농장이었다. 이제 더는 직접 생산하지는 않지만, 관광객을 위해 방앗간인 '코프라 밀'에서 소를 이용해 코코넛 알맹이에서 오일을 짜는 과정, 코코넛 껍질에서 섬유를 뽑아내는 과정을 시연한다.

신기한 구경거리는 또 있다. 내가 라 디그섬에 반드시 가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인 '알다브라 자이언트 육지 거북'이다.

세계적인 보호 동물이라 함부로 풀어놓을 수 없어 낮은 돌담으로 된 사육장 안에 수십 살에서 수백 살까지 수십 마리를 가둬놓고 보호한다. 나무처럼 등껍질에 생긴 나이테로 나이를 가늠한다. 이 거북은 8살까지는 암수 구분이 불가능하고, 30살이 돼야 짝짓기를 한다. 250살 넘게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객은 사육장 너머에서 준비된 채소를 얼마든지 먹이로 주고, 몸을 만질 수도 있다. 일부 관광객은 울타리를 넘어 들어가 거북이를 만지고 인증샷을 찍기도 한다. 거북이에게 물릴 염려는 없지만 '지뢰(배설물)'를 밟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각각 300㎏에 달하는 육중한 암수 거북이 공룡처럼 괴성을 지르며 펼치는 번식 장면, 땅을 파고 알을 낳는 성스러운 모습, 느릿느릿 유유자적하며 걷는 80살 청·장년 거북과 달리 토끼와 시합해도 이길 만큼 재빠른 생후 몇 개월짜리 아기 거북의 실패한 탈출극 등을 보고 있노라면 행복감이 가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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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세이셸)=뉴시스】김정환 기자 = 영국 BBC가 꼽은 '세계 최고의 해변'인 세이셸 라 디그섬의 '앙스 수스 다정'. ace@newsis.com

유니언 이스테이트의 끝이 바로 꿈에도 그리던 앙스 수스 다정이다. 영국 BBC가 꼽은 '세계 최고의 해변'이다.

크고 작은 화강암이 푸른빛이 살짝 어린 듯한 맑고 투명한 바다, 물속의 짙은 빛깔 해초 등과 어우러져 이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풍광을 연출한다. 만일 사람이 만들었다면 그 오랜 세월, 전 세계인이 감탄을 넘어 감동하는 저 모습이 이뤄질 수 있었을까.

"이 아름다운 풍광을 유지하겠다는데 자전거나 도보가 대수냐, 유니언 에스테이트 입장료 100루피(8400원)도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을 정도다.
 
이곳 사진을 보는 독자 중 상당수가 '문득 어디선가 봤는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 바로 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 멤버 나르샤가 2016년10월 이곳을 찾아 동갑내기 패션사업가와 스몰웨딩을 치르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현지에서 찍은 웨딩 화보를 올려 많은 팬에게 '이런 지상 낙원도 있었구나'하는 부러움을 갖게 만든 곳이 바로 거기다.

역시 관광객은 많지 않아 물은 깨끗했고, 주위는 한적했다. 선탠에 열광하는 유럽인이 아니다 보니 햇살을 일부러 찾아다니지는 않았지만, 이곳 햇볕만큼은 얼마든지 흡수하고 싶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섬에서 허락된 시간이 너무 적어 해변에서 제대로 놀아보지도 못하고 사진 촬영하느라 바빴다는 점이다.

다른 곳은 눈에 차지 않고, 세이셸만 눈앞에 어른거리게 만들어 이곳을 한 번 더 찾게 하는 세이셸 대자연의 작전에 제대로 말려든 셈이다. '블록버스터의 저주'가 아마 이런 것이리라.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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