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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삼 하나 슬쩍?"…'간 커진' 바다 도둑, 어민 골머리

등록 2018-07-10 06:00:00   최종수정 2018-07-16 09: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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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어촌 마을 공동어장 재미·장난 수산물 '슬쩍'
전문 잠수장비 동원, 공동어장 황폐화 잠수사 '기승'
불법 수산물 채취 벌금 1000만원…"단속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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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뉴시스】함형서 기자 = 태안해양경찰서는 6일 잠수기 어업허가를 받지않고 해산물 110㎏를 불법 채취한 선장 A(58)씨 등 3명을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사진= 태안해양경찰서 제공)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1년 내내 애써 키웠는데, 하루아침에 없어져 버리면 그 상실감은 말도 못 해요. 철만 되면  도둑놈들이 날뛰니…"

 제주도 한 마을 어촌계장인 한모(68)씨는 여름 휴가철만 되면 신경이 바짝 곤두선다. 휴가철에 찾아오는 피서객과 해양스포츠 동호인들 중 일부가 마을 공동어장에서 수산물을 무단으로 채취하면서 단 하루도 마음 편하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는 지난 5월 중순부터 마을 어민들과 야간 순찰을 돌고 있지만, 이제는 힘에 부친단다. 휴가철이면 새벽 3~4시까지 마을 공동어장을 샅샅이 돌고, 아침부터 조업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어촌계에서는 공동어장 관리인을 뽑고, CCTV 설치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한 계장은 "마을 공동어장에 전복과 해상 종패를 뿌려 애써 키웠는데, 온 종일 지킬 수도 없고 바다만 보면 환장하겠다"며 "휴가철에는 도둑놈들이 워낙 많아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막아야할지 막막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수산물 불법 채취가 잇따르자 어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0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수산물 불법 재취 적발 건수는 지난 2015년 37건에서 2016 51건, 지난해 52건으로 늘었다. 특히 위법인지 알면서도 전문적으로 마을 공동어장을 털어가는 비양심 다이버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잠수장비를 착용하고 불법으로 해삼 100kg 포획한 일당이 해경에 붙잡혔다.

 충남 태안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5일 오후 1시30분께 태안군 근흥면 해상에서 잠수장비를 이용해 해삼 110kg을 포획한 뒤 입항하다 현장에서 적발됐다.

 이에 앞서 지난 4월25일에는 불법 잠수장비를 이용해 어획 활동을 한 선장이 구속됐다. 

 전북 군산해양경찰서는 지난 3월부터 한 달여간 6차례에 걸쳐 잠수 장비를 이용해 해삼 2.5톤을 불법 포획한 선장 김모(55)씨를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김씨는 지난 21일 군산 내항에서 불법으로 잡은 해삼 600㎏을 운반하다 해경 검문에 적발됐다. 함께 있던 잠수부 2명은 달아났지만, 이틀 뒤 긴급 체포됐다.

 해경 조사결과 불법 포획한 수산물 운반부터 판매까지 담당한 김씨는 수산업법 위반 등 전과 24번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이버들이 잠수장비나 작살 등을 동원해 수산물을 잡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현행 수산자원관리법에는 어민이 아닌 경우 물고기 등 수산자원을 포획·채취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규정해 놓고 있다.   

 비어업인이 수산물 등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투망(추가 달린 그물) ▲족대(틀에 그물을 붙인 기구)·반두(두 작대기 사이에 그물을 붙인 기구) ▲외줄낚시(대낚시·손줄낚시) ▲가리(밑이 없는 통발과 비슷한 기구) ▲낫대(비료용 해조류 채취하는 경우만) ▲집게·갈고리·호미 ▲손 등 7가지다. 이를 어길 경우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사법 당국의 단속이 쉽지 않다. 바다가 워낙 넓고, 늦은 밤이나 새벽에 범행이 이뤄져 적발하기가 어렵다. 또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증거품을 바다에 버리거나, 인적이 드문 항으로 몰래 들어오기도 한다.

 안전사고 위험 역시 도사리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강원 동해안에서만 다이버 5명이 불법으로 수산물을 채취하다 공기 부족과 폐그물에 걸려 목숨을 잃기도 했다.

 특히 초범일 경우 훈방 조치되거나 약식 기소되는 등 처벌이 약한데다 불법이라는 인식 역시 부족하다.

 익명을 요구한 스쿠버동호회 회원은 "불법인지 알면서도 해삼 등 수산물을 몰래 잡은 적이 있다"며 "동호회 내에서도 단속을 당하더라도 바다에 버리면 아무 문제없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어민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간다. 

 어민 김지형(57)씨는 "누군가는 재미삼아 장난삼아 수산물을 잡는 게 무슨 대단한 범죄냐고, 바다에 주인이 없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며 "적어도 마을 공동어장 수산물은 어민들이 땀 흘려 일궈낸 것이자 가족의 생계가 걸린 생명 줄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산자원과 어민 생계 보호를 위해 다이버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경 관계자는 "스킨스쿠버 장비를 이용해 전복이나 해삼 등 고가의 수산물을 불법 채취하는 행위에 대해 앞으로 지속적이고 강력한 단속에 나서겠다"며 "어민들의 재산 보호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수산물 불법 채취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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