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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취임 2년]①험난했던 평화 여정…갈림길서도 '뚜벅뚜벅'

등록 2019-05-08 06:00:00   최종수정 2019-05-13 09: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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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구상' 통해 김정은 대화 길로 견인…남북회담 3회·북미회담 2회 도출
하노이 노딜 후 북미 교착 장기화 …北 화력훈련에 '쌍중단' 잠정합의 무색
獨 유력지 기고로 '신 한반도 체제' 제시…새 담론으로 평화 노력 의지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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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뉴시스】전신 기자 = 지난해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판문점 선언을 공동발표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8.04.27.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새로운 길이기에, 또 다 함께 가야 하기에 때로는 천천히 오는 분들을 기다려야 합니다. 때로는 만나게 되는 난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함께 길을 찾아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 메시지는 정체된 남북 관계에 대한 고민을 가장 잘 드러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취임 2주년을 앞두고 받아든 외교 성적표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인내가 다소 필요하더라도 남북이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방향성과 의지도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오는 10일을 기점으로 취임한지 만 2년을 지나 집권 3년 차에 접어든다.   지난 2년 가운데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한 대표적 성과로는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을 꼽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집권 2년 만에 이끌어 낸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감을 현저하게 낮추고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년 전 베를린에서 천명한 '한반도 운전자론'을 바탕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북미 비핵화 대화의 길로 이끌어 냈고,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선언으로 남북 정상 간 사실상의 종전선언 합의를 도출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를 계기로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이른바 '평창 구상'을 공허한 구호가 아닌 현실로 이뤄낸 것도 문 대통령의 지난 2년의 주요 성과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유럽 5개국 순방 당시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유엔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 해제 필요성이라는 화두를 제시했던 것도 의미있던 시도 중 하나로 평가된다. 비록 공감대를 얻지 못했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다만 집권 중후반기를 맞이한 현재 시점에는 앞서 구축한 남북미 정상 대화라는 기본적 토대를 위에서 실질적인 비핵화 단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보다 정교한 한반도 평화 구상이 필요하다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문 대통령이 7일 독일 유력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자이퉁(FAZ) 기고문을 통해 기존 쾨르버 재단 연설에서 제시했던 '한반도 평화 구상'을 보완·발전시킨 '신(新)한반도 체제'라는 담론을 제시한 것도 새 구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과거 100년의 근현대사를 통해 내재된 한반도 내 수동적인 냉전질서를 극복하고 능동적인 평화질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비무장지대(DMZ)에 갇힌 평화가 남북을 넘어 동북아시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민족적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고문에서 밝힌 '신 한반도 체제' 구상의 핵심이다.

1년 전 다짐했던 '평화 너머 번영의 새 시대'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담론을 제시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기고문 끝에서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쉬지도 않고'라는 괴테의 경구를 인용한 것도 이러한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난관 앞에서 숨을 고르며 함께 길을 찾겠다'는 판문점 선언 1주년 메시지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대화 국면을 타개할 뾰족한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는 냉정한 평가도 존재한다. 4차 남북 정상회담을 공개 제안 했지만 김 위원장이 호응하지 않으면서 문 대통령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 측면도 없지 않다.

게다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이라는 기본 전제마저 흔들리면서 남북미의 관계가 자칫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팽배했던 평창동계올림픽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마저도 일고 있다.

북한이 지난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감행한 대규모 화력훈련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국면에서 문 대통령이 이끌어 낸 '쌍중단'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2월19일 서울-강릉을 오간 전용열차 안에서 이뤄진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추가 도발하지 않을 경우 평창올림픽 기간에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연기를 검토할 수 있고, 이 같은 제안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며 쌍중단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바 있다.

쌍중단 가능성은 2018년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거쳐 사흘 뒤인 1월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통화를 통해 현실로 이뤄졌다. 이후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 2·28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한미는 평창올림픽 기간 일시적으로 유예했던 '키리졸브·독수리'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같은해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까지 확대 중단하는 방안을 합의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이라는 '쌍중단'이 결과적으로 성립되면서 이후 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의 기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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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그래픽=뉴시스DB). 2018.05.09.
그러나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미 간의 긴장감이 고조됐고, 북한이 저강도 무력시위를 감행하면서 대화 국면에서 상호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쌍중단'의 전제가 무너지게 됐다는 평가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 6일 JTBC에 출연해 "최근 재개한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대외적 메시지와 함께 인민들의 불만이나 군 사기를 고려해 그동안 자제해왔던 것에서 벗어나 '우리도 할 것은 다하겠다'는 대내적인 메시지를 모두 포함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스스로 새로운 무기의 발사 '시험'이 아닌 일상적인 '훈련'으로 표현했다는 점, 단거리지대지탄도미사일(SRBM)이라고 특정하지 않고 전술유도무기라고 표현한 점에서 북미 간에 협상 국면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대미 불만과 대내 결속 2가지 의도를 모두 달성하려 했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국정원도 지난 6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대외 압박의 성격은 있지만 북한이 비핵화 협상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도로 수위를 조절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무력시위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는 청와대의 입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당일인 지난 4일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우려의 뜻과 함께 군사적 긴장의 고조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비핵화 대화의 소강국면에서 이러한 행위를 한 데 대해 주목한다"며 "북한이 조속한 대화 재개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2017년 11월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의 성공 발사 이면에 대화의 장으로 나오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조속한 북미 대화 재개를 원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러한 북한의 메시지를 간파하고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물밑 대화를 통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등이 이어지며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간 새 대화 국면이 빠르게 전개 됐었다.

이번에도 북한이 비슷한 패턴을 통해 조속히 대화에 나서고 싶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려 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북한 영해 안에서 이뤄진 훈련이라며 크게 의미 부여하지 않았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의 인터뷰를 언급하며 "빨리 회담을 하자는 (북한의) 메시지를 미국이 읽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게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게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로 할 말은 해야 한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관계 개선에 선순환 역할을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두 바퀴 평화론'의 전제가 당분간 힘을 쓰지 못한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강한 기대감을 걸었던 '톱다운' 방식의 남북미 3자 정상 간 접근법도 '하노이 노딜'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도 또다른 고민의 지점이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은 북한의 경제 잠재력을 완전히 깨닫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방해하거나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은 또 내가 그와 함께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나와 했던 약속을 깨길 원하지 않는다"고 적으면서 상황 관리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조만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현재 상황을 공유하고 극복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미 정상은 지난 7일 통화에서 북한의 전술유도무기 및 장사정포 발사 관련 상황을 공유하고 우리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을 긍정 평가했다.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어떤 묘수를 꺼내들지 중재외교력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 것은 분명해졌다는 평가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갈림길 앞에선 문 대통령이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한이 있더라도 평화의 길을 찾아 '뚜벅뚜벅' 전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궁극적으로 어떤 결론을 마주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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