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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엔 단호, 대화엔 적극…복잡한 속내 나타낸 文

등록 2019-05-10 00:35:26   최종수정 2019-05-20 09: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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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체, 단거리 미사일 추정…유엔 결의 위반은 아냐"

"발사 거듭되면 어려운 국면…불만은 대화에서 밝혀야"

"北, 이젠 대화 가능한 상황…회담 적극적으로 제안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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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05.09.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이뤄진 국내언론과의 첫 대담에서 꼬여가는 북미 간 갈등 상황을 바라보는 복잡한 심경을 그대로 드러냈다. 갈수록 긴장 수위를 높이는 북한의 행위엔 단호한 어조로 경고했다. 어떻게든 상황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인 점을 몰라주는 데 대해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20분부터 약 80분 동안 청와대 상춘재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북미 비핵화 대화의 장기교착 상황 속에서 북한이 발사체 발사를 거듭하는 등 녹록지 않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날 이뤄진 총 70여 개의 질문 가운데 30여 개의 질문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방안에 집중됐다. 대담을 코앞에 두고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발사가 이뤄지자 자연스레 외교안보 관련 질문이 늘어나게 됐다.

문 대통령은 우선 북한의 발사체 성격에 관해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4일 이뤄진 북한의 신형전술유도무기 및 단거리 발사체의 경우 자체적으로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피하려했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오늘 발사체를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한 이유는 오늘은 평안북도에서 육지를 향해 발사를 했고, 두 발 중 한 발은 사거리가 400㎞가 넘었기 때문에 일단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때는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주저한 이유에 대해선 "지난 번에는 고도가 낮고 사거리가 짧았기 때문에 미사일로 단정하기엔 이르다고 보고 계속 한미가 분석 중에 있었다"며 "오늘은 고도가 낮았지만 사거리가 길어졌기 때문에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긴 사거리를 보였기 때문에 미사일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조심스럽게나마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후 4시29분과 4시49분께 함경북도 구성 인근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불상 발사체를 각 1발씩 총 2발을 동쪽 방향으로 발사했다. 추정 비행거리는 각각 420여㎞와 270여㎞에 달한다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지난 4일 화력타격훈련 당시 이뤄진 20여발의 장사정포와 신형전술유도무기 발사 땐 가장 긴 것이 240여㎞를 날아갔었다.

문 대통령은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이 지금까지 북한 매체를 통해서 밝혀온 여러가지 보도 내용들과 종합해서 보면 북한은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끝난 것에 대해서 상당히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양측에 대해서 일종의 시위성 성격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비핵화 대화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자하는 그런 압박의 성격도 담겨있다고 본다"며 "또 한편으론 조속한 회담을 촉구하는 그런 성격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풀이했다.

북한의 무력 시위 속에는 미국이 더이상 시간끌지 말고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2017년 11월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을 발사한 이면에 대화 메시지가 담겨 있던 것처럼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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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05.09.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실제로 문 대통령은 당시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통해 물밑 대화를 시도했고,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후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 이어지는 등 대화 국면이 빠르게 전개됐다.

어떤 무기를 발사한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도와 북한이 보여준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이번엔 그냥 신형전술유도무기를 훈련한 것이라고 아주 낮은 '로우키'로 발표를 했다"며 "미국·일본·한국에 별로 위협이 되지 않는 그런 방식으로 발사를 했기 때문에 북한 측에서도 한편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판이 깨지지 않도록 아주 유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북한의 발사와 관련해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의 성격이 있다는 군 당국의 입장에 북한이 반발하자 이를 의식한 듯 군사합의와는 무관하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9·19군사합의에는 군사적 행동은 휴전선과 비무장지대로부터의 일정한 구역 밖에서만 하기로 그렇게 합의를 한 바 있는데 지난번이나 이번의 발사는 일단 그 구역 밖에서 이뤄졌다"며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어떻게든 북한을 자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위반이 아니라고 한 것도 추가 제재를 통해 비핵화 협상 국면이 더 꼬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겨냥한 것"이라며 "그 이전에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는 (유엔이) 문제삼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안보리 결의 속에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말라'는 표현이 들어있기 때문에 비록 단거리라 할지라도 그것이 탄도미사일일 경우에는 안보리 결의에 위반될 그런 소지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기본적으로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되지만, 과거 유엔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의 경우엔 문제 삼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북한의 발사 역시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반복적인 발사체 발사로 한반도 긴장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의 태도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이런 행위가 거듭된다면 대화와 협상 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북한에 경고하고 싶다"며 "이런 방식으로 북한의 의도를 여러 가지로 해석하게 만들고 우려하게 만드는 등 자칫 대화와 협상 국면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이런 선택을 거듭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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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 출연에 앞서 사회자를 기다리고 있다. 2019.05.09.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북한의 불만은 이해하지만 더이상 긴장 수위를 높이면 비핵화 대화의 판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이 역시도 대화와 협상이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의도가 무엇이든 근본적인 해법은 북미 양국이 (대화의 장에) 빨리 앉는 것이고, 불만이 있다면 대화의 장에서 그 불만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다만, 근본적으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간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북한에 양보만 강요할 수 없는 한계도 여전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문 대통령은 "북미는 비핵화 대화의 최종 목표에 대해서는 완전히 일치를 보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원하는 것이고, 또 북한은 자신들의 완전한 안전 보장을 원하는 것"이라고 노딜 상황을 그대로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이것이 어느 한 순간에 교환될 수는 없기 때문에 거기에 이르는 과정이나 프로세스 또는 로드맵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 점에 있어서 지금 의견이 맞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북 식량지원으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 좌절된 데에 따른 아쉬움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대북 식량지원이 북미 대화를 끌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화 카드 이전에 북한의 식량난이 최근 한 10년 동안 지금 가장 심각하다는 것(을 우선 고려했다)"면서 "두 번째로 그것(대북 식량지원)이 지금의 북미 대화의 교착상태를 조금 열어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식량지원 카드를 꺼낸 이면에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목적이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동시에 '하노이 노딜'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없었던 4차 남북 정상회담과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이제부터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이후에 북한 나름대로 입장을 정리하는 시간도 있었을테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도 있었다"면서 "우리는 사전에 (이러한) 일정을 다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회담을 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동안은 북한이 대화 제안을 수용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제 북한이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북한에 적극적으로 회담을 제안하고 대화를 끌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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