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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조사위 "군·경찰, '강정 해군기지 시위' 조직적 진압"(종합)

등록 2019-05-29 13:55:20   최종수정 2019-06-03 09: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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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인권침해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해군기지 유치 '박수'로 결정…"부적절"
경찰·해군·국정원·제주도 등 공동 대응
폭행 등 경찰 인권침해…범주만 14개
해군·해경 등 폭행…靑 댓글 공작 의혹
"진상조사 필요"…경찰에는 개선 권고
주민회 "국가 차원 진상조사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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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유남영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지난 7개월간 조사한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사건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9.05.29.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가 과거 경찰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과 이들과 연대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 대해 욕설·폭행 등 인권침해 행위를 했다는 결론을 냈다.

조사위는 해군기지 건설 추진 과정부터 절차적 공정성이 부족했으며, 경찰은 물론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등의 조직적 움직임 속에서 건설이 강행됐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또 청와대와 군, 경찰이 댓글공작도 벌인 것으로 봤다.

조사위는 29일 이 같은 내용의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2007년 4월~2018년 10월 제주 강정마을 등에서 벌어진 해군기지 유치 결정, 건설 결정 이후와 과정에서의 반대 측 주민들에 대한 공권력 대응 등이 적절했는지 등에 대해 이뤄졌다.

먼저 조사위는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유치가 결정되는 과정부터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고 봤다.

유치 결정이 이뤄진 2007년 4월26일 마을 임시총회가 전체 주민의 약 4.5%가 참석한 가운데서 표결이 아닌 박수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 총회는 정부와 지자체가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근거가 됐다.

유치 결정 이후에는 약 15일 만에 제주도가 최종후보지 선정을 마치는 등 졸속 진행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도 있었다고 조사위는 설명했다.

또 강정마을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뒤 열린 2007년 6월19일 총회에서 투표함 탈취로 인해 회의가 무산되는 사건이 벌어졌으나, 당시 경찰이 사태를 방관한 것으로 파악했다.

조사위는 "당시 경찰은 불법행위에 대한 예방 및 대처 차원에서 경력을 동원·배치했는데, 투표함 탈취 행위 등 불법행위를 목격하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또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경찰, 해군, 국가정보원, 제주도 등이 2008년 9월 관계기관 유관 회의를 열어 반대 활동에 대한 강경진압 대책을 논의하는 등 조직적 대응에 나섰던 것으로 봤다.

당시 회의에서 국가기관과 지차체는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반대 견해를 '불법, 떼쓰기'로 보면서 "인신구속 등이 있어야 반대 수위가 낮아진다"는 등의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제주 해군기지 기공식이 있었던 2010년 1월18일 이후에는 경찰을 비롯한 공권력이 반대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에 대한 대응 강도를 강화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조사위는 당시 경찰청 차원에서 강경 대응 방향이 제시됐다고 봤다.

대규모 경찰 병력이 진압장비와 함께 제주에 들어갔으며, 해군기지 반대 측에 대한 미온적 대응 등을 이유로 6개월 만에 서귀포경찰서장이 2회 경질되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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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12년 4월 1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일원에서 열린 제11차 해군기지 반대 전국시민 집중행동의 날에서 해군기지 공사장 일대에 둘러싸인 펜스 주변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이와 관련해 조사위는 "반대 활동은 시민사회·종교계 등이 동참하면서 더욱 활발해졌다"며 "경찰은 반대집회 채증활동을 강화했고 2011년 8월14일 육지 경찰을 대규모로 제주에 배치하면서 대응 기조는 더욱 강경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조사위가 밝힌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관련 인권침해 등 사례는 경찰에 의한 것만 14개 범주에 달한다. 이는 영상 등 명확한 증거가 있는 사례만 다룬 것이라고 한다.

조사위에 따르면 경찰의 인권침해 사례는 주로 2011~2012년 집중됐는데, 내용으로는 반대 주민을 연행하면서 구타하거나 집회를 해산하는 주민을 쫓아가 체포했던 사례 등이 제시됐다.

또 경찰들이 마늘밭을 밟자 항의한 주민을 폭행한 사례, 천주교 미사 중 병력을 투입해 행사를 방해하고 성체를 훼손하면서 일부 연행자에 대해 미란다 고지를 하지 않았던 사례, 경찰이 반대 측 시민들에게 욕설한 사례 등이 다뤄졌다.

조사위는 경찰뿐만 아니라 해군, 해경, 용역 등에 의한 인권침해 등 사례도 6개 범주로 제시했다. 아울러 청와대와 경찰, 국군사이버사령부가 당시 정부 입장에 유리한 방향의 댓글 활동을 전개하는 등 여론 조작에 나섰던 것으로 봤다.

조사위는 "경찰 외 해군, 해경, 국정원 등 여러 국가기관과 제주도는 해군기지 유치 및 건설과정에서 주민 의사를 무시하고 물리력을 동원해 공사를 강행했다"며 "해군기지 반대 측 주민과 활동가에 대한 폭행, 폭언, 종교행사 방해 등 인권침해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정부와 제주도를 상대로 해군기지 건설 등을 물리력을 동원해 강행한 부분 등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현직 경찰 위주로 조사하는 조사위의 한계가 있어 정부를 상대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경찰에 대해서는 ▲인권침해행위에 대한 의견 제시 ▲필요·긴급한 경우만 집회현장 채증 가능하도록 예규 개정 ▲공공정책 추진 과정에서 경찰력 투입 관련 제도 보완 ▲집회·시위 해산 안전대책 마련 ▲국민 일반적 통행권 원천 차단하는 관행 개선 등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조사위 발표 이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는 "잘못된 해군기지 추진 과정에 대해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즉각 사과하고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꾸려 전면적인 진상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의견을 냈다.

이들은 "조사 결과에서 잘못된 행위에 가담한 국정원, 해군, 경찰, 해경 등 관계자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제주도지사 또한 해군기지 추진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와 관련자 처벌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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