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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가동중단 어떻게 봐야하나④]'철강협회 "조업정지, 제철소 운영 중단 의미"

등록 2019-06-06 14:00:00   최종수정 2019-06-17 09: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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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강협회, 고로(용광로) 조업정치 처분 관련 입장문 발표

"고로 재가동과 정상조업 위해 6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어"

"배출되는 잔류가스, 2000cc 승용차 10일 배출하는 양에 불과"

"안전밸브 개방 외 기술적 대안 찾을 것...환경영향 평가도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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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한국철강협회는 지방자치단체가 국내 제철소 고로(용광로)의 안전밸브 개방을 오염 물질 무단 배출 행위로 규정하고 조업 중단 처분을 내리는 것과 관련해 다른 대안이 없다며 조업정지는 운영 중단을 의미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협회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업정지 이후 고로를 재가동한다고 해도 현재의 기술로는 안전밸브를 사용하지 않고 고로를 가동할 방법이 없다. 조업정지 처분은 국내에서 일관제철소 운영 중단을 의미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충청남도는 지난달 30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2고로에 대해 '블리더(Bleeder·안전밸브) 개방에 따른 오염 물질 무단 배출 행위' 건으로 조업 정지 10일 처분을 확정했다. 경상북도와 전라남도도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의 2고로에 대해 조업 정지 10일을 사전 통지하고 의견서 제출이나 청문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협회는 "고로 조업정지 10일은 단순히 10일간의 조업정지가 아니다"라며 "조업정지 기간이 4~5일을 초과하면 고로 안에 있는 쇳물이 굳어 고로 본체가 균열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재가동과 정상조업을 위해서는 3개월, 경우에 따라 6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행정처분에 따른 조업정지 10일은 실제는 수개월 이상 조업이 중단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조치라 할 수 있다"며 "가령 1개 고로가 10일간 정지되고 복구에 3개월이 걸린다고 가정할 때, 같은 기간동안 약 120만 톤의 제품 감산이 발생하여 8000여억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협회는 문제가 된 안전밸브 개방에 대해 안전 확보를 위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안전밸브 개방이 정비 과정에서 고로 폭발방지와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절차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철강생산 과정의 첫 단계인 고로 조업은 높이 110미터의 거대한 용광로 상단에서 철광석과 유연탄을 투입하고, 아래쪽에서 고온·고압의 바람을 불어넣어 쇳물을 만든다. 고로는 한번 가동을 시작하면 15~20년 동안 계속 쇳물을 생산하게 되는데, 1500℃의 쇳물을 다루는 고로 특성상 안전성 확보를 위해 연간 6~8회 정기적인 정비를 한다.

협회는 "정비시 송풍을 멈추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고로 내부 압력이 외부 대기 압력보다 낮아지면 외부 공기가 고로 내부로 유입되어 내부 가스와 만나 폭발할 수가 있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고로 내부에 스팀(수증기)을 주입해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하고, 이 때 주입된 스팀과 잔류가스의 안전한 배출을 위해 고로 상단에 있는 안전밸브를 개방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또한, 안전밸브 개방 시 배출되는 것은 대부분 수증기로 고로 내 잔류가스 배출에 의한 환경영향도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안전밸브를 통해 배출되는 것은 대부분 스팀(수증기)인데, 수증기 배출이 시작되면서 짧은 시간 동안 고로내 잔류가스가 밸브를 통해 나온다"며 "이때 배출되는 잔류가스는 2000cc 승용차가 하루 8시간 운행시 10여 일간 배출하는 양이다. 이 잔류가스의 성분은 현재 국립환경과학원 주관으로 측정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로 안전밸브 개방이 전세계 제철소가 지난 100년 이상 진행해 온 프로세스라고 거듭 강조했다. 협회는 "독일의 경우 고로 정비시 안전밸브 개방을 일반정비 절차로 인정하는 등 고로 안전밸브 개방을 규제하는 관련 법적 규제가 없다"며 "다른 선진국에서도 고로 안전밸브의 개방을 특별히 규제하고 있지 않는다"고 말했다.

협회는 세계철강협회(WSA)에 문의해 본 결과, 안전밸브 개방에 따른 소량의 고로 잔여가스가 배출되지만 이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 회원 철강사 중 배출량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는 곳도 없었다.

협회는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철강산업은 조선, 자동차, 건설 등 수요산업 발전의 근간 역할을 해왔으며, 철강산업 자체도 관련 업종과 협력사들과 상생을 이루며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해 왔기 때문"이라며 "산업 생태계를 고려할 때 철강생산이 멈추면 철강을 사용하는 조선, 자동차, 가전 등 수요산업과 관련 중소업체들이 매우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협회는 안전밸브 운영과 관련해 국내외 전문가와 기술적 대안을 찾아보고, 주변 환경영향 평가를 투명하게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협회는 "전세계적으로 고로의 안전밸브를 대체할 기술을 확보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만, 국내외 철강사, 해외 고로 전문 엔지니어링사, 환경 전문가 및 단체, 지역기관, 정부 등과 협업해 다른 기술적 방안이 있는지 연구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며 "고로 운용에 따른 주변환경 영향도 평가를 투명하게 수행하고, 환경개선 활동도 지속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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