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숫자만 늘린 고용정책…생산성 높일 핵심계층 여전히 '시름'

등록 2019-06-12 11:40:56   최종수정 2019-06-17 09:40:42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5월 고용률 67.1% 역대 최고라지만…

40대·제조업(반도체) 부진 여전해

"재정일자리, 생산성과 직결 안돼"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23일 오후 서울 금천구청에서 열린 2019년 자치구 합동 일구데이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2019.05.23.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장서우 기자 = 올해 고용 상황이 작년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당국 측의 분석은 타당한 것일까. 취업자 수나 고용률 등의 수준이 희망적이긴 하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이란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2019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됐다. 2월 26만3000명, 3월 25만명 늘어난 후 4월 17만1000명 증가하며 소폭 축소됐지만, 5월 들어 25만9000명으로 올라 한 달 만에 20만명대 증가세를 회복했다.

업황 부진으로 그간 부진을 면치 못했던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등에서 회복세가 나타난 점이 눈에 띈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20개월째 감소하다 지난 2월부터 증가세로 전환된 뒤 4개월째 이를 지속하고 있으며 증가 폭이 매월 커지고 있다. 일본, 중국 등으로부터의 외국인 관광객 유입 규모가 커진 덕이다. 도·소매업 역시 17개월 동안 감소 행진을 이어가다 지난달 처음 증가하며 개선 기미를 나타냈다. 기획재정부는 "서비스업이 전체 증가세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집행한 일자리 정책 역시 취업자 수가 늘어나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정 일자리가 대부분 반영되는 업종인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는 지난해 4월부터 14개월째 10만명대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유지되고 있다. 지난달엔 특히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서비스업에서도 취업자가 4만7000명 늘었는데, 도서관, 사적지, 박물관 등 국가 기관으로 유입된 50~60대 취업자가 많았던 덕이라고 통계 당국은 분석했다.
associate_pic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6.12.  [email protected]
특히 지난달에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고용률이 67.1%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실적이 부진하면서 고용 상황이 나아지지 못하고 있는 40대를 제외하면 모든 연령층에서 고용률이 올랐다. 통계 당국은 인구 증감이 반영된 고용률이 나아진 점을 두고 "고용 상황이 개선됐다"고 진단했다.

연평균 취업자 수가 9만7000명에 그쳤던 작년과 비교해보면 고용 상황은 눈에 띄게 나아졌다. 당국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최근 4개월 취업자 수 평균이 23만6000명이라는 점을 들며 "당초 목표인 15만명을 상당 폭 상회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작년의 부진했던 흐름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정부 정책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업자 수가 114만5000명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이지만, 이는 인구 요인에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홍 부총리는 "경제활동인구가 늘면서 실업자 수도 함께 늘어나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5월 기준으로 보면 실업자 수와 함께 취업자 수도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절대 숫자보단 고용률 등 비율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취업자 수는 2732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25만9000명(1.0%) 증가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이에 이달 넷째 주 중 발표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하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상향 조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기재부 산하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당초 정부보다 낮은 수준인 10만명을 전망했었지만, 지난달 이를 20만명으로 올려잡았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최저임금, 주52시간제 등에 따른 고용 위축 효과를 다소 과하게 반영했던 것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력 산업에서의 고용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40대와 제조업 취업자 수는 각각 43개월, 14개월 연속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자동차·조선업 구조조정에 다른 여파는 다소 사그라들었지만, 수출 부진에 반도체 관련 업종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행정통계를 보면 지난달 조선업 피보험자수는 37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고 '자동차 및 트레일러' 피보험자 감소 폭도 소폭 축소됐다. 그러나반도체와 관련된 '기계장비 제조' 피보험자는 감소 전환됐다.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60세 이상이 고용 개선세를 주도한다는 건 결국 재정 투입을 통한 단기 '알바'(아르바이트)성 일자리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감소하는 반면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늘어나는 걸 봐도 알 수 있다"며 "양질의 일자리와 국가 생산성을 고려하면 현재 고용 상황이 개선됐다고 볼 순 없다"고 비판했다. 취업시간이 36시간을 넘는 취업자 수는 지난해 5월부터 1년째 감소세다.
associate_pic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5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5월 취업자 수는 서비스업이 전체 증가세를 견인하며 전년동월대비 25.9만명 증가했다. 2019.06.12.  [email protected]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 청와대 역시 고용 상황과 관련해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임을 인정했다. 윤종원 경제수석은 지난 7일 "일자리의 핵심계층인 30~40대 취업자 수가 좀 줄어들고 있고, 경기 하방 위험을 감안할 때 고용 여건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개선을 위한 거시적, 미시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했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10조원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를 포함해 서비스 산업 혁신 전략,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 등을 담아낼 예정이지만, 어느 정도 효과를 가져올 지는 미지수다. 최 고문은 "그간 우리나라 경제위기의 패턴을 보면 경상수지 적자 이후 원화 급락이 이어졌다. 최근 중국 위안화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원화와의 동조율이 거의 100%에 달해 위험한 상황"이라며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위기설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관련기사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