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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해라"… 반복되는 총격에 美 분노 폭발

등록 2019-08-1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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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시간 간격으로 2건의 총격 발생
자동 소총으로 30초 만에 9명 살해
대통령도,공화당도 비디오게임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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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패소=AP/뉴시스】지난 3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엘패소 총기 난사 당시 사람들의 대피를 도운 3명의 월마트 직원이 4일 인근 공원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 모임에서 감정이 격해져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2019.08.06.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미국에서 2건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31명이 사망한 뒤 실효성 있는 규제안을 내놓으라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 쇼핑단지 내 월마트에서 패트릭 크루시어스(21)가 무차별 총격을 가해 22명이 사망했다. 약 13시간 뒤인 4일 새벽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도 총기 난사로 9명이 숨졌다. 총격 사건에 어느 정도 이골이 난 미국인들도 경악했다. 미 언론은 "뭐라도 해라"(do something)라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고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데이턴 총격의 용의자 코너 베츠(24)는 범행 30초 만에 사살됐지만 100발들이 탄창과 223 구경 자동 소총으로 9명을 살해했다. 군대식 무기가 민간인의 손에 쥐어진 결과라고 언론은 우려했다.

◇중남미 이민자 겨냥 총기 난사…경악의 주말

이번 사건은 사망자 수가 많고 거의 연이어 벌어졌단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엘패소의 경우 유색인종을 향한 증오범죄 정황이 드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 정책 및 인종차별적 발언이 반영됐다는 비난도 거세다.

크루시어스는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잇챈(8chan)에 올린 선언문을 통해 "히스패닉의 침공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며 "히스패닉이 내가 사랑하는 텍사스 지역과 주정부를 장악할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필요에 맞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 후아레스와 국경을 맞댄 엘패소는 인구 68만명 중 80%가 중남미 이민자다. 크루시어스는 사건 발생지와 1000km 넘게 떨어진 텍사스주 댈러스 교외 앨런 주민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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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미국 텍사스주 경찰이 엘패소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의 용의자로 21세 백인 남성 패트릭 크루시어스(21)를 체포했다. 사진은 총을 들고 엘패소의 월마트에 진입 중인 크루시어스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장면. (출처=텍사스주 경찰). 2019.08.07.
엘패소 보안관 리처드 와일스는 뉴욕타임스(NYT)에 "앵글로족(백인) 남자가 히스패닉계를 죽이려고 여기로 왔다. 나는 화가 나고 당신도 그래야 한다. 이 나라 전체가 격분해야 한다"며 "우리는 여전히 오직 피부색 때문에 다른 사람을 살해하는 사람들과 마주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7월28일 캘리포니아주 북부 길로이 지역의 마늘 축제에서 총격을 저지른 산티노 윌리엄 리건(19)도 소셜미디어(SNS)에 백인 우월주의를 옹호하고 히스패닉 등 유색 인종을 비하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언론은 지난 5월 플로리다주 패너마시티비치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연설을 거론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에 따르면 이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이 사람들(이민자)을 막을 수 있느냐.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지지자가 "그들을 쏴버려!"라고 하자 수천명의 관중이 환호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소지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깡패 같은 연단(bully pulpit)에서 라틴 아메리카 출신 이주민을 "국가에 대한 침략"이라고 무자비하게 매도해왔다고 비판했다.

◇올해 미국 총기 대량 살인 32건…공화당은 비디오게임 탓

최근 3년 동안 다수 사망자가 나온 주요 총기 사건들만 추려봐도 목록이 짧지 않다. 2017년 10월1일 라스베가스 만달레이베이 호텔(58명) 및 11월5일 텍사스주 서덜랜드스프링스교회(25명)에서 총기 난사가 발생했다. 2018년에는 2월14일 파클랜드 고등학교(17명), 5월18일 텍사스주 샌타페이 고등학교(10명), 10월27일 피츠버그 시너고그(11명), 11월7일 캘리포니아주 사우전드 오크스 바(12명) 사건 등이 일어났다.

올해도 지역 축제, 쇼핑몰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총격 사건이 이어졌다. NYT는 올 들어 32건의 총기 대량 살인(mass killing)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법적인 정의는 없지만 미 법무부는 한 사건에 3명 이상이 사망한 경우 대량 살인으로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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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팩스=AP/뉴시스】산디 리스코가 5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위치한 전미총기협회(NRA) 본부 앞에서 열린 총격 사건 희생자 철야 집회에 참여한 모습. 2019.08.07.
이런데도 총기 거래가 활개를 치는 건 연간 공식 로비 지출액만 300만달러에 달하는 전미총기협회(NRA)가 있어서다. NRA는 엘패소 사건 이후 30시간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깊은 조의를 표한다"는 성명을 내놨다. CNBC에 따르면 NRA는 법안 로비를 위해 의회를 상대로 올 상반기 160만달러(약 19억4160만원) 규모의 자금을 지출했고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 지원에 3000만달러(약 364억3500만원)를 썼다.

공화당은 비디오게임으로 화살을 돌렸다.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디오 게임 산업이 젊은이들에게 살인을 가르치고 있다"(I see a video game industry that teaches young people to kill.)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대선 경선 후보들부터 나서 너나 할 것 없이 총기 규제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 하원 의원 235명 중 샌퍼드 비숍(조지아), 콜린 피터슨(미네소타), 헨리 큐엘라(텍사스) 등 3명만이 NRA로부터 A등급을 받았다. NRA는 총기 소유 성향에 따라 정치인을 분류하는데, A등급은 가장 우호적인 성향을 뜻한다. 

다만 미국에서의 '총기 규제'는 총기 구매 및 사용의 원천 차단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규제는 총기 소지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수준에서 이뤄진다. 이미 많은 총이 유통되고 있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아서다. NYT는 지난해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이 보유한 총은 3억9300만개로 미국 인구보다 많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미 의회에서 총기 규제 법안이 통과된 건 빌 클린턴 정부 당시의 일명 '브래디 법안'이 마지막이다. 신원조회를 거친 사람에게만 총기를 판매하도록 규정한 이 법안은 총기 판매자가 전과 기록 조회 시스템인 NICS(National Instant Criminal Background Check System)를 의무적으로 이용하도록 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올해 초 이 시스템을 개인과 개인 간 총기 거래에까지 도입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는 표결도 거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신원 조회의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데이턴 용의자 베츠는 성인으로서 전과가 없었다. 경찰은 베츠의 총기 구매를 막을 방법은 애초에 없었다고 밝혔다고 AP는 보도했다.

크루시어스의 모친은 아들이 AK총기를 가진 데 대해 걱정하며 범행 몇 주 전 텍사스 앨런 경찰서에 전화해 아들이 총기를 갖고 있다고 말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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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 접견실에서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의 총기 난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공 안전에 위험한 인물'에 한해 총기 소지를 규제하는 법안 처리를 의회에 촉구했으나 총기 자체를 규제하겠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2019.08.06.
공화당에서도 제한적인 규제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장은 '적기법'(red flag laws)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 법은 정신질환자를 포함한 위험인물이 총기를 갖지 못하게 해달라고 해당 인물의 가족 구성원 등이 법원에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각 주가 적기법을 채택하도록 지원금을 지급하되, 규제 수준은 주마다 자율적으로 정하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연방 차원의 총기 규제가 아니라고 WP는 지적했다.

NYT 초등학생을 포함해 26명이 숨진 2012년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 사건을 거론하며 "사건 직후인 2013년에도 신원조회 강화 법안을 부결시킨 상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총기 관련 법은 적기법뿐"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법을 지지한다. 그는 5일 발표한 대국민 성명에서 "총기 난사는 총기 때문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 정신병이나 증오에 의해 발생한다"며 비디오게임과 SNS를 탓했다.

sout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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