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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크러쉬 "LP 모으면서 내 음악 정체성...잔향 짙어져"

등록 2019-12-05 18:07:04   최종수정 2019-12-17 09: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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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6개월 만에 정규 2집 '프롬 미드나이트 투 선라이즈'
"혼란스러운 음악 시장에 보탬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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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크러쉬. (사진 = 피네이션 제공) 2019.12.05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R&B 싱어송라이터 크러쉬(27·신효섭)는 3년 전부터 바이닐(LP)을 본격적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현재 5000장가량 수집했다.

 5일 오후 서울 강남 신사동에서 만난 크러쉬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방법으로 음악을 접하고 듣는 것에 대해 굉장히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오후 6시 발매한 정규 2집 '프롬 미드나이트 투 선라이즈(From Midnight To Sunrise)'에는 크러쉬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정규 앨범으로 따지면 약 5년6개월 만에 발매하는 음반. 준비기간만 3년이 걸렸다. 더블 타이틀곡 '얼론(Alone)'과 '위드 유'를 비롯해 총 12트랙으로 가득 채웠다.

'얼론'은 90년대 R&B 기반의 곡이다. 90년대 황금기 시절의 아카펠라를 느껴볼 수 있다. '위드 유' 역시 90년대 R&B 기반의 음악이다. 후반부 브리지부터 쏟아지는 코러스와 악기들의 구성이 웅장하다. 크러쉬가 2014년 발매한 정규 1집 '크러쉬 온 유(Crush On You)'에도 네오솔, 뉴잭스윙 등 90년대 다양한 흑인음악이 녹아들어가 있었다.

"예전 음악은 들으면 들을수록 굉장히 큰 매력을 느껴요. 점점 더 과거의 음악과 그 때의 문화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고 있죠. 점차 70, 80년대 흑인 음악들을 찾고 있더라고요. 이번 앨범에도 아날로그하고 어쿠스틱한 사운드가 배치돼 있어요."

앨범의 다른 수록곡들인 '원더러스트', '선셋', '이비자' 등에는 색소폰, 트럼펫, 트롬본 등 리얼 금관 악기 소리가 들어갔다. "바이닐을 모으면서 트럼펫 연주자, 색소폰 연주자, 트롬본 연주자들의 앨범도 모으고 있어요. 연구하고 공부한다는 느낌보다는 사운드를 느끼려 하죠. 이해를 많이 하려고 노력을 했어요. 흉내 내서 옮긴다는 것보다 배경 지식이 제 음악적인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했습니다."

90년대 음악은 기승전결이 확실해서 좋다고 했다. 곡 안에 확실한 드라마를 갖고 있고 메시지 역시 뚜렷하다고 했다. 10년 전 데뷔할 때부터 90년대 음악에 천착해온 음악가 기린(이대희)에게 이번 앨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조언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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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크러쉬. (사진 = 피네이션 제공) 2019.12.05 realpaper7@newsis.com
"90년대 R&B는 장르가 다양해요. 뉴잭스윙, 슬로우 잼도 있죠. 코드 보이싱이나 코러스를 쌓는 방식 역시 아름다고 화려하죠. 잔향이 짙고 깊어요. 창작을 하는 과정에서 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앨범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하루'를 콘셉트로 잡았다는 것이다. 트랙을 순서대로 듣다보면 일어나서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의 일상이 그려진다.

새벽녘을 떠올리게 하는 '프롬 미드나이트 투 선라이즈'가 첫 트랙이다. R&B 싱어송라이터 딘이 피처링한 '웨이크 업'을 거쳐 '슬립 노 모어'에 도달할 뒤 R&B 싱어송라이터 자이언티가 피처링한 '잘자'로 음반의 서사가 마무리된다. 초단편 같은 싱글이 넘쳐나는 시대에 오랜만에 느긋하게 장편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을 크러쉬의 이번 음반이 안긴다. 덕분에 크러쉬의 호흡도 길어졌다.

"수록곡 '선셋'은 집에서 해질녘을 보면서 녹음을 했어요. '슬립 노 모어'는 환하게 떠 있는 달을 보면서 외롭게 녹음을 했고요. 의도하지 않았는데 녹음이 곡이 내뿜는 정서의 시간대와 맞아 떨어졌죠."

'잘자'는 무명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자이언티와 4년 만에 협업으로 음악 팬들 사이에서 주목도가 컸다. 크러쉬는 자신이 유명하지 않던 7년 전, 막 유명세를 탄 자이언티에게 자신의 데모음원을 보냈고 자이언티가 이 곡들을 마음에 들어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됐다. "오랜만에 작업해도 자이언티 형이 제가 어떤 방식으로 노래하는지 잘 파악하고 있어서 행복한 작업이었어요."

크러쉬는 올해 가수 싸이가 이끄는 소속사 피네이션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작업 환경이 달라진 것은 아니에요. 저는 작업하던 대로 하죠. 다만 싸이 선배님이 다른 것들을 꼼꼼하게 챙겨주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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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크러쉬. (사진 = 피네이션 제공) 2019.12.05 realpaper7@newsis.com

크러쉬는 '반하다' '깨부수다'라는 뜻을 지닌 예명처럼 예전에는 자신감이 넘쳤고 뜨거운 에너지로 들끓었다. 지금은 좀 더 느긋해졌고 여유를 담뿍 갖고 있었다.

매일 예민하게 새벽까지 작업했던 그는 얼마 전부터 "일찍 일어나는 것이 너무 좋다"며 방긋 미소 짓기도 했다. "햇살에게 칭찬을 받는 느낌도 들어요. 건강해진 것 같고. 요즘에는 아침 시간대를 선호한다"고 웃었다.

신드롬을 일으킨 tvN 드라마 '도깨비' OST이자 자신을 대표하는 히트곡 '뷰티풀'을 대하는 자세도 밝아졌다. 크러쉬는 예전에 이 곡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고 했다. "무대에서 '뷰티풀'을 부를 때 공황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지금은 소중하고 감사하다며 초연해졌다. "(대히트곡이라) 제게 효자 같은 곡이에요. 요즘은 무반주로도 기꺼이 불러요. 하하."

최근 K팝 아이돌 중심으로 세계 팝 신에 균열을 내고 있다. 하지만 R&B, 힙합 등 블랙뮤직에 몸 담은 한국 뮤지션들은 이 음악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아직까지 크게 활약은 못하고 있다. 데뷔 초창기에 흑인음악을 대표하는 시상식 'BET 어워즈' 수상을 꿈 꿨던 크러쉬는 현재 어떤 각오를 다지고 있을까. 

"어떤 시상식을 목표로 대하거나, 명예와 성공을 위해서 음악을 하면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태도로 음악을 만들고 접근하는 것은 순수하지 못하기도 하죠."

예전에는 열정만 가득했다고 털어놓았다. "돌이켜 보면 경솔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 목표는 단 하나라고 강조했다. "건강하게 오래 오래 좋은 음악을 발표하고 꾸준히 공연하는 거죠. (최근 음원 사재기 의혹 논란에 대해) 화가 난다기 보다는 안타까운데 제 앨범이 혼란스러운 음악 시장에 조금이라도 좋은 쪽으로 보탬이 됐으면 해요. 정규앨범이기도 하고요. 요즘 타이틀곡 외에 많이 안 들어주시는 경향이 있지만, 정말 꾸준히 열심히 하는 뮤지션들이 많거든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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