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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지휘자 금난새, 여전한 '클래식 전도사'의 길

등록 2019-12-22 10:30:43   최종수정 2019-12-30 09: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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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지휘자 금난새. 2019.12.2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고전 음악가의 길은 '원 웨이'가 아니에요. '내가 하는 활동이 사회에 도움이 되냐 안 되냐'가 중요합니다."

한국 클래식음악의 역사를 종교 경전으로 옮긴다면 지휘자 금난새(72)는 사도 중에 한 명으로 꼽힐 것이다. '클래식음악의 전도사'라는 수식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지휘자가 그다.

최근 한남동에서 만난 금난새는 "이 사회를 위해서 무엇을 할까"라며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했다. 가히 종교적 신념에 맞닿아 있는 선언이다. 사도로서의 길이 지치지도 않는 듯 그는 씨익 웃었다.

어느덧 내년이면 국내 데뷔 40주년이다. 1977년 한국인 최초로 '카라얀 지휘 콩쿠르'에서 입상한 그는 1980년 귀국, KBS교향악단(옛 국립교향악단)을 지휘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클래식음악은 특정층만 향유하는 고급문화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것임을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올해 티켓예매사이트 인터파크의 '2019 제14회 골든티켓 어워즈' 클래식·무용·전통예술 부문 '아티스트상'도 받았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상연된 공연을 대상으로 티켓 판매량, 판매 랭킹 점수를 집계해 수상자를 선정했다. 결국 청중이 주는 상인데, 금난새는 2016년부터 3년 연속 이 상을 품에 안았다.

금난새가 클래식 음악계의 사도로 활약할 수 있는 이유는 뛰어난 클래식 번역가이기 때문이다. 어렵게 느껴지는 클래식 음악을 청중의 눈높이에 맞춰 들려준다.

금난새는 지난 5년 동안 성남에서 꾸준히 오페라 해설 공연을 해왔다. 올해 연 5번 공연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또 국립오페라단과 선보인 두 차례 콘서트 오페라도 성황리에 펼쳐졌다. 작년에 이어 올해 크리스마스인 2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기획사 크레디아와 함께 펼치는 '금난새의 크리스마스 선물'의 티켓도 일찌감치 팔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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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는 대전시향과 함께 대전에서 여러 차례 공연을 했다. 지역 주민을 위한 무료 공연도 포함돼 있다. 유료 공연은 매진됐고 무료 공연에는 청중이 가득 찼다. 지난달 대전 국립대인 한밭대 아트홀에서 공연한 뒤 최병욱 한밭대 총장이 최근 그를 학교로 직접 초대하기도 했다. 

금난새는 최 총장이 공학자임에도 예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면서 "예술은 다른 분야에도 영감과 정서를 전달하죠. 특히 클래식음악은 융합의 시대에 알맞은 장르"라고 했다. 

7년 간 '박경리문학상 수상 축하 음악회'에 함께 한 것도 그런 보기 중 하나다. 지난 10월 원주 백운아트홀에서는 금난새 지휘로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의 박경리문학상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을 연주하기도 했다.

금난새는 그간 박경리문학상 수상 작가의 고국 작곡가 음악을 수상 축하곡으로 선정했다. 카다레는 알바니아 출신이나 프랑스로 망명,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감안했다. 그래서 프랑스 작곡가 비제의 곡을 골랐다. 이런 맞춤형 연주에 축하 자리에 모인 사람들 모두 크게 흡족해했단다.

2007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정통 클래식음악을 들려주는 '울릉도 음악회'를 계획, 성사시킨 그는 음악이 필요한 곳이면 전국 어디든 돌아다닌다. 국고 지원 없이 2016년까지 12년간 펼쳐온 '제주 뮤직아일페스티벌'로 '제주명예도민'이 되기도 했다.

"체력이 도와주는 한 어느 지역에서 제안이 와도 거절하지 않아요. 저는 항상 준비가 돼 있습니다. 조그만 마을에서 '카르멘' '라 트라비아타'를 연주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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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난새는 내년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네 차례 오페라 해설연주를 들려준다.

금난새 하면 또 빠질 수 없는 것이 청소년들에 대한 헌신이다. 2013년부터 청소년·청년 오케스트라 교육과 문화 조성에 힘을 싣기 위해 서울예술고등학교 교장을 맡아온 그는 지난 8월 사임하고 명예교장이 됐다. 이후 9월에 서울예고의 현악 전공 학생들과 함께 영국 버밍엄음대에 가 현지 학생들과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또 현지에서 마스터 클래스와 공개 레슨도 펼쳤다.

청소년에 대한 애정이 서울지역 학생들에게만 쏠려 있지도 않다. 경북예술고의 명예교장을 맡아 이 학교 학생들과 여러 차례 연주를 같이 했다. 서울예고 학생들과 경북예고 학생들의 합동 연주회 자리도 만들었고 시간을 쪼개 다른 지역의 학교도 찾아가 연주를 했다.

지난달 한국과 체코 간 교류·협력 증대를 위한 '제5회 한-체코 미래포럼'에 참여하는 등 세계적 문화 교류에도 힘쓰고 있는 금난새가 가장 좋아하는 이솝우화는 '여우와 두루미'. 상대의 특성에 맞게 배려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용되는 이야기다.

"상대를 배려하는 것은 당연한 거예요. 상대가 준비는 안 돼 있는데 자기 위주로 포커싱을 하면 안 됩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냐, 안 좋아하냐'가 더 중요한 거죠. 그래서 어디에 속해 있느냐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존재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야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가치도 높아지는 것이니까요."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하늘을 나는 새'라는 뜻의 금난새 이름은 주민등록상에 올려진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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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책 '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표지. (사진= 다산책방 제공) 2019.12.22. realpaper7@newsis.com
금난새의 아버지이자 가곡 '그네'로 잘 알려진 작곡가 금수현(1919~1992) 덕이다. 1945년 해방 직후 낳은 큰아들 이름을 한글 이름인 '금뿌리'라 지었으나, 당시에는 한글 이름이 등록이 불가했다. 이후 금수현은 신문 칼럼 등으로 법 개정 운동을 촉발시켰다. 둘째 아들 '난새'의 한글 이름을 등록할 수 있었던 이유다.

최근 아버지의 글 75편과 자신의 글 25편을 엮어 글로 쓴 '사부곡'인 '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을 펴낸 금난새는 이렇게 적었다.

"젊었을 때는 제 나름대로 아버지를 극복하기 위해 애를 썼는데, 나이를 먹다 보니 어느새 제가 아버지를 점점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자꾸 글도 쓰고 싶고, 노래도 부르고 싶고, 말도 많아지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들이 늘어납니다. 어쩌겠습니까? 이것 역시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천성인 것을요."

금난새, 그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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