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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듣다]맨땅에서 일군 사업...'자만'이 망쳤다

등록 2020-01-02 08:00:00   최종수정 2020-01-06 09: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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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름커뮤니티 최호림 대표 "내가 아니면 누가 이걸 하랴...자만했다"
전북지역 컴퓨터 서비스업체 운영...연 1억이상 성공 이후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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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부름커뮤니티 최호림(45)대표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자만했다. 아무것도 없이 일군 사업이 잘되가고, 성과가 나는 것을 보며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제공 =부름커뮤니티)
[서울=뉴시스] 표주연 기자 = 많은 창업인들이 '대박'을 꿈꾼다. 서점에는 아무개에서 사장님으로 명함을 바꿨다는 성공 스토리가 꽤 깔린다. 책 제목만 봐도 설렌다. 하지만 이 성공은 채 1%도 되지 않는다. 수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고꾸라진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일류대학에 갈 수 있다"는 성공 이야기보다 우리가 듣고 싶은 것은 따로 있다. 왜 그동안 실패를 반복했느냐다. 우리가 창업의 링에 올라가기 전에 꼽씹어야 할 것은 뻔한 스토리의 성공신화가 아니라 솔직한 실패고백이다. 뉴시스는 2020년부터 실패를 경험한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매주 싣는다. 그냥 실패가 아니라 값진 실패, 유의미한 실패의 이야기를 듣는다. / 편집자주

"자만했다. 아무것도 없이 일군 사업이 잘돼가고, 성과가 나는 것을 보며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부름커뮤니티 최호림(45)대표는 대학 때 가수를 꿈꿨다. 대학가요제에 나가기 위해 대학에 갔을 정도였다. 그러다 아버지가 대장암을 앓으면서 덜컥 부친이 운영하던 비료 회사를 맡았다. 30살이었다. 처음엔 아버지의 소개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깍듯했고 잘 대해줬다.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들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반말은 예사다. 받을 돈을 제대로 못 받은 것도 많았다. 결국 아버지가 일군 비료공장은 3년만에 문을 닫았다.

최 대표는 가장 큰 문제를 "비전문가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사업을 했었다"고 꼽았다. 비료회사는 R&D가 잘 이뤄져아하는 곳인데 당시 최 대표는 아무런 전문지식이 없었다. 첫번째 실패였다.

두번째 사업으로 2005년 외국계기업의 컴퓨터부품 서비스센터를 시작했다. 외국계기업의 아웃소싱을 받아 전북지역을 모두 맡아 관리하는 업무였다. 초반에는 무주, 진안, 장수, 전주, 익산, 군산, 부안을 하루에 돌며 부품관리를 했다. 당시 PC방 붐이 한참 불었을 때라 성장할 기회는 충분했지만 고된 업무를 맡을 직원들이 얼마 없었다. 열정페이에 가까웠던 처우 탓에 직원들이 키워놓으면 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게 가장 괴로웠다.

이 사업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은 2008년께부터다. 제대로 된 동업자 두명의 영입이 큰 힘이 됐다. 한명은 센터장, 다른 한 사람은 엔지니어링, 최 대표가 영업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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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부름커뮤니티 최호림(45)대표가 전북에서 세웠던 서비스센터의 모습.(제공 =부름커뮤니티)
최 대표는 "이때 가장 돈을 많이 벌었다"고 회상했다. 초반 사무실도 구할수 없어 2년동안 5번 이사를 했던 처지에서 사업 지역에 아예 건물을 지었다. 연봉으로 치면 1억원 이상을 벌던 때였다.

최 대표는 "프라이드가 강했다. 달랑 자동차 하나 가지고 이 사업을 시작했고, 사람들이 처음에는 반말을 하다가 나중에 사업이 잘되니까 사장님 잘 좀 봐주세요 하더라. 성공이 자만감으로 이어졌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이 무너진 이유에 대해서도 최 대표는 '자만심'을 꼽았다. 최 대표가 운영하던 회사는 외국계기업의 컴퓨터부품 서비스의 2차 아웃소싱 업체였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1차 아웃소싱업체가 계약해지를 선언했다.
 
최 대표는 "사실 대행료를 조금 깎거나, 1차 업체를 잘 달랬으면 해결할 수도 있었던 문제였던 것 같다"며 "그런데 그 때는 대행료 1원이라도 깎는 것은 용납을 못해, 내가 아니면 이건 아무도 못한다는 식으로 고압적이었다"고 돌아봤다.

서비스센터가 망한 이후에는 사람이 무서웠고, 우울증도 왔다. 결석이 생기는 등 건강도 급격히 악화됐다. 하지만 시간은 최 대표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 실패의 시간은 최 대표에게 '여유'를 줬다. 최대표는 "(실패)경험들이 사소한 것들이지만 앞으로 문을 열 수 있는 키(열쇠)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최 대표는 2016년 3월11일 부름커뮤니티를 설립했다. 종이걸림 방지 기술이 들어간 프린터기를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에서 운영하는 정책지원도 상당한 도움이 됐다.

최 대표는 지금 창업을 준비하는 초보 창업자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냐는 질문에 바로 "자만하지 말아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사업과 인생은)진행 중인 것이고 앞으로도 실패를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과거의 자만감이 이제는 자신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계약해지를 하겠다는 1차 업체를 잘 달래보겠느냐는 물음에 최 대표는 1초도 고민하지 않았다. "무릅이라도 꿇죠."

※'실패를 듣다'=성공에 이르기까지 힘들었던 수많은 실패의 고백을 털어놓는 것이다. 그냥 실패가 아니라 값진 실패, 유의미한 실패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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