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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한 밀레니얼이 온다]⑥"신경 꺼, 내가 좋아서 쓰는 거야"

등록 2020-01-02 06:00:00   최종수정 2020-01-13 09: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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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할 수 있다면 돈 안 아깝다
밀레니얼·Z세대 쇼핑 방식 가치 소비
가성비와 가심비 동시다발 활용 가능
품질도 따지지만 사회적 가치도 중요
최근 유통업계 친환경 트렌드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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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직장인 이한경(34)씨가 휴가를 보내는 방식은 두 가지다. 긴 휴가 때는 해외로 나가고 짧은 휴가 때는 국내 고급 호텔로 향한다. 돈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10년 간 회사를 다니며 모아둔 돈이 적지 않고, 결혼할 생각도 없어서 부담도 없다. 보고싶은 걸 보고 먹고싶은 걸 먹고 돌아와야 일도 잘 된다. 이씨는 "돈 쓰려고 일한다"고 했다. "내가 행복할 수 있다면 돈은 그리 아깝지 않다"고도 했다.

직장인 오진경(27·여)씨 가방에는 항상 텀블러가 있다. 올해 초부터 어딜 가도 가지고 다닌다. 환경 관련 각종 다큐멘터리 영화와 기사, 유튜브 영상 등을 우연히 접한 뒤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 하기로 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배달 음식을 먹는데 그때마다 플라스틱 숟가락이나 포크 등은 빼달라고 요청한다. "유난 떤다고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제 이게 생활이 됐어요. 남한테 강요는 안 해요. 제가 제 만족을 위해서 하는 것 뿐이에요."


가치 소비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와 Z세대(1995년 이후 출생 세대)가 돈을 쓰는 방식이다. 말 그대로 가치가 있는 것에 지갑을 연다는 의미다. 가치 소비라고 모두 같지 않다. 내 행복을 위한 일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 게 개인적 가치 소비, 내 소비의 일부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어떤 일과 결합하는 건 사회적 가치 소비로 부를 수 있다. 이한경·오진경씨는 모두 가치 소비를 했는데, 이씨의 방식은 전자에 가깝고 오씨의 방식은 후자에 가깝다.

◇나를 위해, 내가 중요시 하는 것에 돈 쓴다

G마켓과 옥션 등을 운영하는 국내 최대 e커머스 업체 이베이코리아는 올해 쇼핑 키워드를 '횰로'로 정했다. '홀로'와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를 합친 말이다. 1인 중심 경제 활동과 현재 행복을 중시하는 문화가 밀레니얼 세대 주요 소비 행태로 자리잡을 거라는 전망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자기애가 강하고, 가치지향적이며, 실용성을 중시하는 성향이 곧바로 소비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G마켓이 판매한 여행 상품 중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체류 기간도 긴 유럽여행 상품은 전년 대비 10배 이상 많이 팔렸다. 옥션에서는 페이크 퍼(fur) 제품이 2018년보다 3배 이상 더 팔렸다. 이 또한 밀레니얼 세대의 동물 보호 인식이 높아진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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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캉스도 즐길 줄 알고 배낭여행도 갈 줄 안다

최근 유통업계가 상품 구색을 초저가 또는 최고급으로 양극단으로 구성하게 된 것도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 소비 성향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많다. 어중간한 돈을 쓰기보다는 아낄 때는 확실하게 아끼며 철저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쓸 때는 무리해서라도 쓰며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는 생필품 등은 각종 검색을 통해 가장 싸게 사야 만족하면서도 명품 등을 사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고 했다. 지난해 20대 명품 매출은 2018년보다 신세계백화점 약 27%, 현대백화점은 약 30% 늘었다.

호캉스(호텔+바캉스) 수요 증가도 같은 맥락이다. 비싼 값을 하기만 한다면 호텔에서 하루 이틀 묵는 데 거리낌 없는 게 밀레니얼 세대다. 데일리호텔 분석 결과 지난해 특급 호텔 투숙 매출은 전년보다 26% 늘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 세대가 흥미로운 건 이렇게 비싼 호텔에서 잘 줄도 알지만, 반대로 저렴한 배낭 여행의 맛도 안다는 점"이라고 했다.

◇친환경 아니면 쓰지 않겠다

유통·제조업계가 앞다퉈 친환경을 내세운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물론 포장재까지 환경 문제를 생각하면서 만들기 시작한 것도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한 소비 트렌드다. 최근 수년간 미세먼지가 사회문제가 되고, 재활용 폐기물 처리 문제 등이 이슈가 되면서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다르게 환경 문제에 매우 민감해졌다. 직장인 한선형(32)씨는 "요즘엔 비슷한 물건이면 가격 차이가 크지 않고 선택지도 다양해서 이왕이면 친환경 제품이나 친환경 포장을 하는 업체를 이용한다"고 했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소비에 적극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마켓컬리는 지난 9월부터 모든 포장재를 종이로 바꾸는 '올페이퍼 챌린지'를 시작하고, 사회 공헌 활동 일환으로 '초등학교 교실 숲 프로젝트'를 통해 주요 고객인 밀레니얼 세대에게 환경을 중요시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어필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는 품질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생산 방식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고민이 담긴 제품을 찾고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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